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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새 '교육평론가'라는 다소 중립적인 프로필로 일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메가스터디 스타강사였던 시절 내 수업을 들었던 젊은이들, TV와 강연장에서 나를 만난 많은 학부모들에게 내 양심과 소신을 걸고 간곡히 호소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지지해 달라."

 

전직 스타강사 이범. 그는 2000년대 초반 과학탐구 영역 전국 최다 수강생을 기록한 강남 학원가의 신화였다. 학원을 그만두고도 인기는 계속됐다.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그의 '교육특강'은 학부모들의 '필수과목'이 됐다. 한 수업 수강생만 4500명, 연봉 18억 원의 슈퍼강사였던 이씨는 지금 자신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교육감으로 뽑아 달라고 말한다.

 

"나를 아는 사람, 곽노현을 지지해 달라"

 

민주진보 단일후보 곽노현 후보의 선거출정식이 열린 지난 20일 서울 청계광장, 이범씨가 가장 먼저 유세차량에 올랐다. 곽 후보의 선거운동 시작을 선언하는 중요한 자리의 사회를 맡은 것이다.

 

출정식에 모인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뿐만 아니라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씨의 얼굴을 알아봤다. 근처에서 다른 행사를 준비하던 모 광고회사 직원들도 그를 보자 "저 사람 TV에서 봤는데"라며 관심을 보였다. 인지도에서만큼은 이씨가 곽 후보를 앞선 듯했다.

 

그 후 이씨는 선거운동본부의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곽 후보 지지유세를 나갔다. 최근에는 김상곤 경기교육감 후보의 지지유세도 나가게 돼, 짝수 날은 경기도, 홀수 날은 서울을 누비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어제는 고양시를 한 바퀴 돌았고, 오늘 아침에는 서울 서초구 청계산 앞에서 유세를 했다"며 "나의 인지도와 얼굴값을 팔아서라도 민주진보 교육감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의 중심에서 잘나가는 스타강사였던 그가 절박한 심정을 호소할 정도로 이번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뭘까? 또 많은 교육감 후보들 가운데 왜 민주진보 단일후보인 곽노현을 지지하는지 궁금했다.

 

 

"특목고 들어서면 집값 오른다? 새빨간 거짓말"

 

이씨는 곽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민주진보 단일후보라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교육이 진정으로 선진화되기 위해서 반드시 곽노현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보수진영은 교육에서 선진화가 뭔지 잘 모른다"며 그동안 보수 교육감들이 추진한 '선진화'는 진정한 '선진화'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제고사 부활시키고 전국적으로 한 줄 세우기 경쟁시키는 것은 교육선진화와 정반대 방향이다. 도대체 선진국 중 어느 나라에서 그런 교육을 하는가? '정답 빨리 찾기' 훈련으로 진정한 선진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실상 교육선진화가 아니라 교육후진화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사례를 들어 진보적 교육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짧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표를 보여주었다"며 김 교육감이 시행한 '혁신학교'의 성과를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특목고·자사고·국제중 같은 소수를 위한 특권적 학교가 아니라 우리 동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니는 일반 초·중·고교부터 개혁하는 것이다. 경기도에 지정된 몇 학교에 강연요청을 받아 찾아갔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의 지지가 대단했다. 주변 집값이 오르는 웃지 못할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참고로 특목고가 들어선다고 집값이 오른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 전례가 없다. 왜냐하면 특목고가 들어서봤자 그 동네 아이들은 거의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곽 후보의 '서울형 혁신학교 300개' 공약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공약으로 꼽았다. 그는 "예산 사정상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 수는 없지만, 곳곳에 혁신학교를 만들면 이것이 학부모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요구가 커지면 이것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정당도 이러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일종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야만 우리나라 공교육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고 선진화가 가능하다. 교육은 정치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교육을 개혁하는 일은 정치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부적격 교사 10% 퇴출' 공약은 포퓰리즘 정책"

 

이씨는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평가하며 이원희 후보의 '부적격 교사 10% 퇴출' 공약을 "제일 어이없는 것"으로 꼽았다.

 

"부적격 교원을 비리, 성추행, 폭력 등으로 한정한다면 이러한 교사가 10%나 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10%나 퇴출하겠다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교원평가를 통해 퇴출하는 것이다.

 

교원평가할 때 아이들이 '우리가 선생님에게 낮은 점수를 주면 선생님이 잘린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떻게 교권이 바로 서겠으며 학생들에게 엄격한 교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아찔하다. 나는 교원평가 도입에 적극 찬성하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교원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하여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의 지적처럼 "교육감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평가 관련 법률 개정안'과 기존의 교육공무원법 상으로는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를 퇴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즉 '10% 퇴출'이라는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일단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교육적으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남, 또다시 집단으로 '제2의 공정택'을 뽑을지 걱정"

 

그는 선거 판세를 분석하며 '강남 몰표'를 가장 걱정했다. 그는 "나도 강남지역에 살지만, 강남 중에서 상당수 동네에서는 곽노현 얘기를 하면 바로 '전교조'라고 튀어나온다"며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강남 몰표로 당선된 공정택, 지금 감옥에 있지 않은가? 강남 주민들이 또다시 집단으로 '제2의 공정택'을 뽑아주지 않을지, 매우 걱정된다. '전교조-반전교조'는 한마디로 가짜 프레임이다.

 

전교조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진보적 교육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절에 내부 논쟁 하느라고 이를 소진한 데 있을 뿐이다. 당면한 교육 현안들인 교육비리, 주입식·획일적 교육, 사교육비 등과 관련하여 전교조가 어떤 책임이 있는가?"

 

그는 강남 지역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상한 점은, 강남 지역에는 조기유학을 다녀왔다든가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체류하면서 선진국 교육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며 "선진국 학교들처럼 체험하고, 탐구하고, 토론하고, 소통하고, 협동하는 교육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실현시킬까를 고민하기 제일 좋은 여건에 있는 사람들인데, 정반대로 가려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김상곤 후보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는 정진곤 후보가 막판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교육감 선거의 경우 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선거전 초반에는 김영숙 후보가 한나라당의 낙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이원희 후보가 인지도에서 앞서있는 데다가 투표용지 순서 추첨에서 1번을 뽑는 행운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지지후보로 결정된 듯하다.

 

27일에 있었던 이원희-정진곤 공동기자회견에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배석했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이런 무리수를 던진 것은, 서울 교육감을 민주진보 후보에게 넘길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곽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주변에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입소문도 내주기 바란다"며 "서울 이외 지역의 민주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각 지역의 민주진보 단일 교육감 후보를 지원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감은 어느 사업에 우선적으로 돈을 쓸지, 그리고 어떤 인물을 어떤 자리에 앉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예산편성권과 인사권이라는 양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실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서울시민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명박 특권교육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리고 공정택 부패교육을 심판해 달라. 그래서 진정한 교육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태그:#지방선거, #교육감 , #곽노현, #김상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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