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섬진강 수계에서만 볼 수있는 갈겨니이다.
▲ 갈겨니 섬진강 수계에서만 볼 수있는 갈겨니이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청계천의 흔들리는 물살이 또 다시 세차게 내 몸을 때린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친 물살이 몸에 닿을 때면 염증난 등 언저리가 시리곤 했다. 청계천의 물은 맑다. 맑으나 먹을 것이 없다. 푸른 녹조가 낀 바닥은 알을 낳을 곳도 쉴 곳도 먹이를 먹을 곳도 없다. 낯선 감옥 속에서 내 몸은 점점 말라가기만 했다. 나는 섬진강 갈겨니.

머지않은 산란기. 행복했던 내 고향 섬진강을 떠올렸다. 아, 섬진강. 느린 물살은 다정해 어머니의 손길 같았고 풍부한 강도래, 날도래 물 속 곤충이 배를 부르게 했다. 눈 위 붉은 점이 아름다운 수컷이 색색의 혼인색을 띄며 유혹하면 나는 수줍은 듯 다가가 입을 맞췄다.

어느 날, 나는 작은 통에 갇혀 어딘가로 실려 갔다. 나를 담은 물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를 태운 차는 지리산을 넘고 어두컴컴한 밤을 몇 시간이나 달렸다. 좁은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끼리 인사를 나눴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나는 충남에서 왔어. 우리가 왜 잡혀온 거지?"

첨벙. 청계천에 쏟아진 물고기들이 빠르게 강물 속으로 흩어졌다. 놀라 얼어있는 내게로 강물이 태풍처럼 몰아닥쳤다. 나는 느린 물속에 사는 물고기였다.

나는 살고자 몇 날 며칠을 가까스로 헤엄쳤다. 이젠 나를 보러 몰려온 사람들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청계천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물 속 환경이 단순해 편히 쉴 공간도 잠을 잘 공간도 심지어 빠른 물살에 녹색조류만 번성할 뿐 먹을 수서곤충마저 없었다. 방류된 수많은 물고기들은 어디 갔을까? 그들의 반짝이던 은빛 몸은 먹은 것이 없어 염증이 가득하고 시간이 갈수록 물고기들은 점점 모습을 감췄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물고기들이 들어온다. 신참들은 사람들만 보면 낯설어 순식간에 도망가 버렸다.   

그런데… 너는 누구니? 나를 똑 닮은 참갈겨니. 시청 사람들이 말하길 청계천 물길을 따라 이곳에 왔단다. 참갈겨니는 아주 맑은 물에 살아 한강 어디에도 살지를 않는데… 어느새 비쩍 마른 참갈겨니가 빠른 물살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산란기인 지금 나는 먹지 못해 알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가려 헤엄치는 내게 이곳은 거대한 어항. 아니, 어항이라면 먹이라도 주겠지, 그저 먹을 것도 없는 이 진초록 감옥에서 나는 내 살을 깎아가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한강 수계에서 발견되는 참갈겨니. 그러나 수질 오염에 민감하기 때문에 현재 한강과 중랑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청계천에서 발견될 수 없는 종.
▲ 참갈겨니 한강 수계에서 발견되는 참갈겨니. 그러나 수질 오염에 민감하기 때문에 현재 한강과 중랑천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청계천에서 발견될 수 없는 종.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갈겨니
학명 Zacco temminckii
분류 척색동물문 조기강 잉어목 피라미아과
식성 육식성
서식장소 섬진강 일대

2007년 3월 1종으로 알려졌던 갈겨니가 섬진강 계열의 갈겨니와 한강 계열의 참갈겨니로 분화된다. 2006년 당시 서울시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 갈겨니와 참갈겨니를 청계천에 함께 방류했으며, 이처럼 수계가 다른 어류를 무분별하게 방류할 경우 배스, 블루길 등의 외래종 침입과 마찬가지로 생태계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청계천에서는 자연 상태에서는 태어날 수 없는 잉붕어(잉어와 붕어 사이의 교배종)가 발견되고 있으며, 갈겨니 또한 아종인 참갈겨니와 교배할 경우 인위적인 종이 태어나 종유전자를 오염시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계천, #갈겨니, #방류, #이명박, #생물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