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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결과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이제학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역대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제1기, 제2기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 또는 무소속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판세가 이전과는 판이하게 전개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결과 민주당 이제학 후보가 33.1%,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31.3%, 한나라당 권택상 후보가 26.4%의 지지를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여의도연구소 조사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간에 거쳐 서울특별시 지역 유효표본 성인남녀 27,340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조사 방법을 이용해 실시했다.

양천구청장에 도전하는 권택상, 이제학, 추재엽 후보
▲ 권택상,이제학,추재엽 양천구청장에 도전하는 권택상, 이제학, 추재엽 후보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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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선거를 분석해보면 1995년 제1기 선거에서 민주당 양재호 후보가 47.7%의 득표율로 승리했고 1998년 제2기 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허완 후보가 37.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2002년 제3기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추재엽 후보가 55.2%의 득표율로 승리했고 2006년 제4기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훈구 후보가 45.9%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으나, 학력위조 사건으로 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아서 물러났으며, 2007년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51.74%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한나라당 권택상 후보, 민주당 이제학 후보, 무소속 추재엽 후보의 3파전 구도에서 민주당이 8년만에 다시 권력을 탈환하느냐 아니면 다시 민주당이 무소속 또는 한나라당에 권력을 내주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들 3명의 후보는 나름대로 경쟁력과 약점을 갖고 있으며, 서로 상대방 후보에 대해 경쟁과 비판으로 물고 물리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권택상·이제학 후보는 지난 8년간 추재엽 구청장 체제의 양천 구정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한 마디로 꼴찌 구정이다. 추 후보는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고 자랑하고 다니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다"(권택상) "재임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실정을 보여줬다. 양천구청 26억 횡령사건, 청소년 장학금 1억6천만 원 횡령, 사랑의 열매 성금 유용, 불우이웃 돕기성금 고가의 아파트 주민에게 지급 등 일련의 비리사건에 대해 현직 구청장으로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후보자인데, 한 마디로 무능력 구청장으로서'으뜸'이라는 사실만 확인됐다"(이제학)는 것이다.

추재엽 후보는 그러나 이에 결코 동의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양천구는 서울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한 자치구였지만 민선 3·4기를 거치며 도시발전, 주민공동체, 교육환경, 생활환경 등 많은 면에서 부러움을 받는 도시로 변모했다"는 반론이다.

권택상·이제학 두 후보가 공히 제기하는 '부정부패' 논란과 관련해서는 "양천구청 직원이 연루되어 많은 구민께 사과의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면서도 "이 사건은 제가 다른 자치단체의 비리사건을 접하고 자체적인 정밀감사를 지시해 적발해낸 것이다. 양천구의 솔직하고 발빠른 대처로 인해 전국적인 문제였던 허술한 행정 체계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며 부끄러운 점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각 후보가 내세우는 '무소속 구청장론' '힘있는 여당 구청장론' '이명박 정권 심판론' 등에 대해서도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추재엽 후보는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이 아니다.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후보들 스스로 정당을 강조하거나 중앙정치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나는 무소속이지만 예산 유치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소속 정당이 어디냐가 아니라 단체장이 얼마나 지역발전을 위해 정교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스스로 앞장서 실천하느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택상 후보는 이에 "양천구청이 배분받은 서울시 예산은 인근 구청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경전철 등 대규모 사업 추진은 정부·여당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힘없는 무소속 구청장보다 힘있는 여당 구청장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제학 후보를 겨냥 "지난 10년 간의 무능함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민주당 후보이므로 정부여당과 서울시,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력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다시 한 번 힘있는 여당 구청장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학 후보는 이에 맞서 "무원칙한 무소속 후보, 준비 안 된 낙하산 후보는 양천을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면서, "추 후보는 무소속이다 보니 포퓰리즘에 빠져 원칙없이 구정을 펼쳤고 권택상 후보는 강서구 부구청장으로 있다가 느닷없이 양천구로 날아온 한마디로 준비 안 된 '낙하산 후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양천구에서 토박이로 살아왔으며 구정 현안 공부를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동·서 균형발전, 교육 격차 해소, 교통 혁신, 새로운 도시가치 창조 등 양천의 주요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각 후보가 큰 시각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추 후보는 '새로운 도시가치 창조'를, 권 후보는 '교통 혁신과 지역 개발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를, 이 후보는 '개발만능주의 경계와 사람 중심'을 강조한 게 눈길을 끌었다.

추재엽 후보는 목동 재건축에 대해 "양천구가 주도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첨단 토목, 건축 기법을 도입해 지상과 지하 공간, 주거와 공용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권택상 후보는 "교육 격차 해결과 관련해 신월지역에 특목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과연 그 지역 학생이 얼마나 들어갈 수 있겠는가? 잘 발달된 목동 중심의 교육을 신월 지역 학생들이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그 대안이 바로 교통 혁신과 지역 개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학 후보는 동서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목동 아파트의 초고층화나 안양천 뱃길 조성 등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생태환경을 무시한 몰가치적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내내 비판받고 있는 삽질 위주의 개발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관련해선 이제학 후보만이 "먹는 문제에는 좌우가 없다"며 '전면 실시'에 공감했으며, 추재엽·권택상 후보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여건 등을 들어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6.2 지방선거 열흘을 앞둔 시점에서 각 후보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호간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태그:#권택상, #이제학, #추재엽, #양천구청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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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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