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시작된 MBC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본래의 역할이 퇴색된 방송진흥위원회가 만들어 놓은 결과이다. MBC 방송사에서 만난 한 기자의 말에 따르면 본 파업의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것과 둘째, 사장과 사원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파업은 여론과 함께할 때 그 영향력이 확대된다. 불행히도 현 MBC 파업은 이 점에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현재 천안함 사건이 매우 중대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는 것과 둘째, 미디어에서 MBC 파업에 관한 보도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을 알아보기 위하여 파업이 시작된 4월 5일부터 16일까지의 기사를 보수 성향의 신문(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과 진보성향의 신문(한겨레)으로 나누어 살펴 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MBC 파업에 대하여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고, 중앙일보는 1개의 사설과 1개의 기사, 동아일보는 1개의 기사로 파업에 대해 보도했다. 신문 상에서 기사의 위치로 그 기사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에 관한 기사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고, 그 내용도 단지 파업이 시작되었다는 내용뿐이었다.
4월 6일 중앙일보의 사설에서는 MBC의 파업을 감정적으로 비난하였다. '서해 비극 와중에 납득이 안 되는 MBC 노조파업'이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MBC는 공영방송인데 천안함으로 어수선한 이때에 파업을 하는 것은 그 원인으로 보나 파업이라는 결과로 보나 상식 밖의 행동이다', '공영방송의 중립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조에 휩쓸려 MBC 뉴스는 3사의 뉴스 중 시청률이 꼴등이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사설을 읽어보면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몇 가지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천안함 때문에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라의 임금의 상을 치르는데 우리 집 지붕에 불이 붙은 걸 끄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 불을 끄지 않으면 집이 다 타버릴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둘째, MBC의 파업 목적은 공영방송의 중립과 객관성을 확립하고자 함이다. 그것이 꼭 이상적인 중립과 객관성이 아닐지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 빨갱이 방송국이었다면 지난 10년 좌파정권을 옹호했어야 하나 그들을 비판하는 보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이번 MBC 인사과정과 방진위의 구성, MBC사장 이었다는 타이틀을 달고 국회로 나가려 벌써부터 지역구를 관리하는 김재철 사장의 모습을 볼 때에도 그 목적이 친정부적이고 방송국을 위한 게 아니기에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셋째, 뉴스의 가치는 시청률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중앙일보보다 조선일보를 많이 본다고 해서 조선일보가 더 좋은 신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달리 한겨레신문은 MBC 파업을 4개의 기사와 1개의 사설을 통해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파업이 시작되었다는 것부터 '큰집'의 개입의혹, 19개 지역 MBC 파업가세, 결방속출 등 그 내용이 다양했다. 사설에서는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재철이 노조에 맞서겠다고 한건 너무 뻔뻔하다', '그가 맞서야 하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큰집이나 김우룡 교수이다', '문화방송 독립을 지켜야 한다' 등 파업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왜 신문마다 보도의 양이 다른 것일까. 친 정부성향의 신문이 천안함 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핑계로 MBC 파업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집중하지 않길 원한다. 국민들이 천안함에 계속 관심을 갖길 바란다. 그 사이 정부는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통제 계획이 완성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빼앗긴다. 뉴스의 경중이 정부에 의해 결정되고 우리는 매체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인다. 진보당이 무슨 일을 해도 그들은 하지 않는 것이다. 있어도 없는 것. 살아도 죽은 것. 국민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과거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일궈낸 민주주의는 아닐 것이다.
MBC 파업이 빨리 수습되지 않고 지금처럼 사람들의 즐거움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뉴스의 양와 질이 떨어진다면 MBC 자체의 신뢰도를 잃을 것이다. 친정부 인사를 앉힐 수 없다면 MBC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 이것이 바로 정부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방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정부가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지 혹은 MBC가 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고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이 결과가 MBC를 질타하는 것인지, 정부에게 너무하다며 시위를 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이 여론의 밑거름이 되는 그 사실을 알길 바랄뿐이다. 보수성향의 매체는 그것을 올바로 제공하지 않았기에 공정치 못했고, MBC는 그것을 알리려 하는 것이기에 잘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FOX 뉴스가 사실을 왜곡하고,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좌지우지 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미디어의 힘과 무서움에 대해 느꼈다. 현 정부는 이것을 3개의 방송국을 사용하여 하려고 하는 듯하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서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그들이 이해가 안되는 보도를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려 한다면 가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라. 그렇게 생각한다면 행동하라. 그래야 그들이 우리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영화에서 대통령 역할인 장동건이 전쟁이 두렵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제가 세상에서 두려워하는 게 딱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가 주사 맞는 거구요. 두 번째가 우리 아들놈이 질문 있다면서 손 들 때구요. 그리고 마지막이 촛불시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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