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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근리 인권문학상'에서 정한 장관상 수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보수적 성향의 다른 단체에서 개최하는 백일장에는 장관상 수여를 허가했다고 하네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원칙을 무시하고 배제와 편애를 일삼는 행위라 하겠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MB정부가 참으로 세세한 곳까지 참견과 통제를 가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주 징글맞을 정도로 말이죠.

 

성균관대학교 앞에 있는 모 인문서점에서는 군사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정치사찰이 고스란히 부활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라는데, 정보기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무슨 책을 판매하는지, 상점 주인이 어디를 가는지 따위를 감시했다고 합니다. 시장 만능을 부르짖는 정부가 고작 책 몇 권 판매하는 서점에까지 사찰의 마수를 뻗는 걸 보니 군사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MB정권 들어 법과 민주주의 원칙이 광범위하게 훼손되고 지난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박해를 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렇듯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대상 이외에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사회 각 분야, 전국 방방곡곡을 망라해서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인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입니다.

 

좌파 '대청소'란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닌 듯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사회활동가들과 여러 단체들, 나아가 민중들에게 영향력 있는 종교인까지. 여론조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방송인은 물론이고, 개별 프로그램 하나하나까지. 사회적 영향력이 비교적 미미한 여러 사회단체와 그에 속한 사람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소규모로 활동하는 단체와 사람들까지. 그리고 전적으로 개인적인 여러 의사표현에 이르기까지 실로 구석구석의 모든 먼지를 털어내는 대청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전국을 뒤짚어 엎는 대청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소위 '좌파'는 그들이 자행하고 있는 왜곡된 행위만큼이나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의 정의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구호는 좌파 대청소입니다만, 실질적인 좌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란 아마도 그들에게 비판적인 사람이거나 그냥 그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기준이고, 그런 사람이나 단체가 나타나면 눈에 띄는 족족 털어내는 것이죠.

 

지금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때 '구석구석 코리아'란 게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 관광 캠페인인데, 그래서일까요? 구석구석 대청소에 가장 열성적으로 임하는 곳이 문화관광부와 유인촌 장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도 경험과 노하우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이렇듯 암울하기는 하지만, 과잉대응에는 그만큼의 반발이 따르는 것이 순리겠지요. 구석구석 뒤짚는 만큼 구석구석에서 느끼는 반발감이나 정의감은 동일하게 커져가리라 봅니다. 전국 방방곡곡 국민들 의식이 점점 더 깨어나는 것이죠. 이런 불합리와 왜곡과 반민주가 쌓여갈수록 사람들 가슴에 쌓이는 징글함도 더해갈 것이고, 다시는 그런 사람과 정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커져가리라 봅니다.

 

그런 기대심이야말로 지금 쌓이는 답답함과 울분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유일한 해소책이 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병을 앓은 뒤 건강의 소중함을 알 듯, 이런 시기를 겪은 후엔 우리 사회의 체질도 좀 더 건강하게 바뀔 것으로 믿습니다.


태그:#유인촌, #좌파대청소, #구석구석코리아, #인권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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