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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400만 시대. 청년들은 구직을 포기하거나,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 각종 경제연구기관과 금융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며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바와는 동떨어져 있다. "고용 지표는 원래 경기를 늦게 반영한다"는 정부 관계자나 경제학자들의 위로(?)는 이제 지겨울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3월19일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분회 노동자들이 기아차 주주총회장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아차 모닝은 100%비정규 노동자로 구성된 '동희오토'라는 회사에서 만든다.
 3월19일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분회 노동자들이 기아차 주주총회장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아차 모닝은 100%비정규 노동자로 구성된 '동희오토'라는 회사에서 만든다.
ⓒ <금속노동자ilabor.org>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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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정책연구원(원장 공계진)이 10일 이 문제에 답이 될 만한 분석결과를 내 놓았다. 연구원 분석 보고에 따르면 재벌을 포함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막대한 순이익 증가와 자본 축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 및 고용창출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고용이 경기를 늦게 반영하는 것은 원래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자기 배만 불려왔기에 비롯된 현실이란 얘기다.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영업이익 극대화

연구원은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06, 07, 08, 09 사업년도 영업실적)를 토대로 주요 대기업의 경영실적과 자본축적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500대 상장사의 매출액은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09년은 약 880조 7,66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약 17.8%가 증가한 수치다.

또한 당기순이익도 2009년 47조 7,412억원으로 3년 평균치보다 13.2%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대 그룹사 매출액의 경우 지난 3년 평균치에 비해 26.59%, 당기순이익의 경우 33.42% 증가세를 기록했다.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10대그룹 영업실적 변동추이
 10대그룹 영업실적 변동추이
ⓒ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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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이 같은 영업이익 증가 속에 막대한 자본축적을 해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그룹들의 사내유보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본금 대비 잉여금의 규모를 보여주는 유보율도 2009년 9월말 현재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 2004년 600%를  돌파한 유보율은 2009년 10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주요지표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주요지표
ⓒ 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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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원은 특히 대표적인 국내 재벌 대기업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자본축적 현황과 고용변화 추이를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9년 현금성자산이 2007년 대비 73.4%,  이익잉여금은 40%가 증가했다. 반면 종업원 수는 약 1.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삼성의 경우 2009년 현금성자산이 2007년 대비 115.1%, 이익잉여금은 28.5%가 증가했다. 반면 종업원 수 증가는 -1.8%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축적해 놓고도 신규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재벌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설비와 고용창출에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익 낸 만큼 신규채용해야

결론은 막대한 기업이 곳간을 열어 이익잉여금을 고용창출에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산업 고용유발계수가 10억원당 9.9명임을 감안하면, 2009년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이익잉여금 38조억원의 10%만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면 약 3만 7천5백여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로 지난 3년 평균 대비 09년 당기순이익 증가 비율에 따라 신규채용을 확대할 것을 사용자측에 요구한다. 특히 대기업의 자본 축적은 상당부분 인건비 절감,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 사내하청을 비롯한 비정규직 도입과 더불어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한 정부의 각종 특혜에 의해 이뤄져 왔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고용창출을 위한 금속노조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닌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속노동자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는 금속노조 선전부장입니다.



태그:#금속노조, #재벌 대기업 고용, #실업, #영업이익, #신규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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