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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다본 나무의 물그림자와 새벽 먼동이 만나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준다.
▲ 우포늪 풍경 멀리서 바라다본 나무의 물그림자와 새벽 먼동이 만나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준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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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차를 타고 향한 곳은 경남 창녕의 우포 늪, 창녕에 도착하니 이미 밤은 깊이 잠들어있다. 나 역시나 잘 곳을 찾으니 마땅치가 않다. 이리저리 시내를 몇 바퀴 돌아 여관에서 선잠을 잤다. 동이 터오기 전에 우포늪에 닿으리라는 생각으로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봄이라지만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관계로 제법 쌀쌀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옷을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것을... 차안에 있는 얇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우포 늪 주차장에 도착하여 조금 더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먼동이 터오를 즈음, 설렘과 기대를 안고 새벽을 가르며 우포늪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에 만난 우포늪 풍경
▲ 우포늪의 새벽 풍경 이른 새벽에 만난 우포늪 풍경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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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곳에 도착해 보니 봄기운보다는 겨울 기운이 더 난다. 나뭇가지에 연하게 새싹이 돋아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봄이라기에 너무 삭막하다. 아무도 찾지 않은 새벽길을 따라 걷다보니 새들이 먹이를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며 물속으로 빠르게 내달린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고 보니 봄이 저만치 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새들이 많이 있다. 크고 작은 새들이 떼를 지어 날며 고요를 흔들어 깨운다. 적막하게 느껴졌던 우포늪에 활기가 느껴진다. 그들이 있기에 새벽이 심심하지 않다. 넓게 펼쳐진 늪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새벽안개가 살짝 드리워진 곳곳에 펼쳐지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일출과 함께 그려지는 우포늪은 시시각각 색다른 모습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른 새벽에 만난 우포늪의 봄 풍경
▲ 우포늪의 새벽 풍경 이른 새벽에 만난 우포늪의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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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조각배 그리고 새가 무언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그림
▲ 나무와 조각배 그리고 새 나무와 조각배 그리고 새가 무언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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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가에 서 있는 느티나무, 그 곁에 조각배가 누워있다. 멀리서 바라보니 어릴 때 어머님이 신으셨던 고무신 같다. 그 조각배 사이로 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정경이 평화로워 보인다. 갑자기 조각배를 타고 물속을 헤엄치며 새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연둣빛 옷을 입은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물가에 서 있다. 저 잎의 푸름이 짙어질 때면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참 많아지겠지.

말로만 듣고 가보고 싶었던 곳 우포늪,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잔잔한 물결 위를 수놓은 새들, 산속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나무와 조각배, 그리고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나는 물안개. 나뭇가지에 살포시 고개 내밀고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듯한 새싹들, 이 모든 것들을 안고 우포의 늪은 서 있다. 자식을 보듬어 안은 아버지의 모습처럼.

이미 와 있는 우포늪의 봄
▲ 우포의 봄 이미 와 있는 우포늪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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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주변의 갈대 숲에 먼동이 트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 갈대 숲 우포늪 주변의 갈대 숲에 먼동이 트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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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활짝 피어나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을 우포늪, 아기자기한 내용과 우람한 몸짓으로 봄을 말한다. 언제나 처음처럼 사람들을 기다리겠노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던 우포의 아침이 열리고 보자기를 펼쳐놓은 듯 하루의 일상이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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