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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MBC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른바 '김우룡 폭탄'이 터지면서 한나라당이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김우룡 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MBC 청문회'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전여옥 의원은 MBC 인선에 정부 권력기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 19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자신이 임명한 김우룡 발언에 책임져야"

 

전여옥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문제는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그냥 넘어가지 말고, 도대체 어떤 것인지 한 번 관계자도 부르고 해서 철저하게 이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자가 "MBC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김우룡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두고, 야권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정권이 MBC를 장악하려는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며 전 의원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한 것이다.

 

KBS 기자 출신인 전 의원은 "저 역시 방송인이었기에 방송의 독립성이야말로 길게 볼 때 정권에 도움이 되지,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면 정권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의원은 "MBC 역시 위기라고 본다"고 전제한 뒤, "저 역시 1980년대 방송 기자를 하면서 이른바 '땡전뉴스'란 이름 아래서 제가 했던 방송이 스테이션 이미지를 훼손당하고 공정한 방송으로서 대접을 받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난의 길을 걸어왔기에, 방송의 공정성은 스스로도 지켜야 하고, 정부에서도 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정권의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선 "지금의 MB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거나 또는 그런 의도를 가졌다면, 이렇게 방송에서 지금까지 공격을 받고, 어떤 점에서는 (방송이 대통령에 대해) 좀 쌀쌀한 보도를 보여 왔지 않느냐"며 "그런 게(방송장악 시도는) 없었을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것을 첫째로 하고 나서라도,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비록 현 정권의 방속 장악 의혹에 대해선 "없었을 것"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김우룡 폭탄'에 대한 진상조사 필요성에는 공감한 셈이다. 'MBC 사태'에 대해 청문회를 열자는 야당의 요구에 부정적이었던 한나라당 역시 난처한 처지가 됐다.

 

"(MBC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 큰집(청와대)이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 등 김우룡 이사장의 충격적인 발언은 '청와대의 MBC 장악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앞서 천정배·전병헌·최문순 의원 등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KBS, YTN에 이어 방송장악 종착역인 MBC를 청와대가 배후 조종했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MBC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즉시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천정배 의원은 "이 사태에 대한 청문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 만일 한나라당이 이마저 거부한다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 공정성도 의회주의도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임명한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책임 있게 진상규명할 수 있고 확실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청문회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도 "언론과 정치권력의 관계에 있어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이번 일처럼 수준 낮은 언어로 폭로된 적은 없었다"면서 "이번 일은 김우룡 이사장이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승리감을 표현한 사건이다. 곧 언론에 대한 백색테러이고 인사테러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김우룡씨는 '방송문화진압회' 이사장?... 자진 사퇴해야"

 

MBC 사태에 대한 청문회 요구와 함께 폭탄 발언을 한 김우룡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김 이사장의 발언으로 가장 상처를 받은 MBC 기자들이 앞장을 섰다.

 

MBC 기자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청소부'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좌빨 80% 척결'... 군부독재 시대에나 들었을 법한 온갖 추접스러운 말들을 대명천지에 쏟아낸 자가 '공영방송 MBC를 관리 감독' 한다는 방문진 이사장"이라며 "급이 떨어져도 이건 너무했다"고 탄식했다.

 

기자회는 이어 "더러운 권력의 MBC 장악음모를 스스로의 입으로 '커밍아웃' 해버렸으니 차라리 고맙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조용히 물러나서 다시는 그 저열한 말과 생각을 세상밖에 꺼내지 말라. 다시는 권력과 공직주변을 기웃거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송기자연합회는 김 이사장에 대해 "어찌 이리 오만무도한 인사가 공영방송 감독기관의 이사장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언제까지 우리는 이토록 저급한 언론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 공영방송을 농락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김우룡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진사퇴함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도 가세했다. MBC사수시민행동과 미디어행동은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민주시민언론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이사장의 발언은 '엄기영 사장은 처음부터 쫓아낼 계획이었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사장에 앉혔으며 말 잘 듣는 사장을 통해 MBC 내부의 못마땅한 사람들을 몰아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얘기"라며 김 이사장과 김 사장의 자진 사퇴, 정권의 방송장악 중단 등을 주문했다.

 

정치권은 김 이사장의 사퇴와 함께 김 이사장이 '큰집'으로 표현한 청와대를 겨냥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가 이런 식으로 공영방송을 노골적으로 장악해 나간다면, 과거 군부독재 시기의 보도지침을 부활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김우룡 이사장의 즉각적인 퇴임은 물론, 청와대와 대통령이 이번 추문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김우룡 씨가 '방송문화진압회' 이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는, 큰집이 청와대가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니 아니라, '큰집서 조인트 깐' 권력개입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9일 오후 2시 방문진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문제의 발언과 관련해 김 이사장의 직접 해명을 듣고 향후 대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김 이사장의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김 이사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 민주, 김우룡 '큰집 쪼인트'발언에 청문회 요구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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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우룡, #김재철 , #방송 장악,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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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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