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출마 선언으로 판이 커진 경기도지사 선거전 범야권 후보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 안팎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경선방식 변경과 경선 일정 연기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유시민 전 장관도 넘어설 수 없다"며 당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강세, 민주당 열세가 지속되고 있고, 민주당 승리를 위해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역동적 경선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정세균 체제는 벽이었고,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여론조사+당원조사' 경선방식과 내달 4일로 잡힌 경선일정에 대해 "특정후보 내천을 위한 맞춤형 방식과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김진표 후보' 옹립을 위해 당내 경선을 요식행위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은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모바일투표를 통한 국민경선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경선을 치르도록 일정을 잡은 데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4월 4일 경선을 치르는 것은 4월 2일부터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한 TV토론을 봉쇄한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후보에게 어떤 역전의 가능성도 허용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 '침묵의 경선'을 강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결국 민주당은 경기도민도, 당원들도 모르게 경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불리한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라지는 경선을 자초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대세론'을 굳혀가는 김진표 최고위원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이 의원의 가장 큰 불만은 그가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면서 '불공정' 경선룰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또 "김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답보,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개혁성향 유권자를 끌어오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김 최고위원은)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유시민 전 장관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며 "이대로 가면 제대로 경쟁도 못해 보고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죽는다고 해도 당이 사는 길을 가겠다"며 "침묵과 무관심으로 경선을 마무리하려는 지도부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회말 투아웃에 투입된 대타의 심정"이라고 말한 이 의원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 기필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교체를 이뤄낼 것"이라고 경선 완주 의지를 나타냈다.

유시민 "경쟁력 외치는 민주당, 일관성 없어"... '5+4' 결별한 심상정, '마이웨이'

이처럼 내부 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바깥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이 '민주당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경쟁력으로 후보를 결정하자고 하면서, 국민참여당 후보인 나를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최고위원이) 경쟁력이 높다면, 날 잡아서 경쟁하고 (후보를) 정하면 민주당 말대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날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카멜레온, 대구로 가라"고 몰아붙인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유 전 장관은 또 "합당해서 기호 2번으로 싸우자"는 김 최고위원의 제안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당 이름을 모르고, 문맹이라서 번호 보고 찍는다고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2번이라도 질게 뻔한, 경쟁력 없는 2번 후보보다, 김문수 지사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후보가 연합할 때 기호 2번을 단 시장군수 후보나 경기도의원 후보도 선거에서 이로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권단일화 방식에 대해 "도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후보의 진짜 경쟁력을 검증할 방식이라면 무엇이든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야권후보인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 이후 '새벽을 달린다'는 테마 유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17일 진보신당이 '5+4 희망연대'에서 사실상 탈퇴 선언을 한 뒤 심 전 대표의 선거운동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80여평 규모의 선거사무소를 열어 선거 캠프를 본격 가동했다. 선거사무소 벽에는 "복지와 교육이 강한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심 전 대표는 민주당 등 다른 야당의 야권단일화와 별개로 독자후보로서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임박하면 또 한번 야권통합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막판까지 협상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경기도지사 선거는 '김문수-야4당 통합후보-심상정' 등 3파전으로 치러질 공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