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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약 30%, NASA 과학자 중 36%가 인도인

중국과 더불어 신흥경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는 전세계 IT서비스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IT아웃소싱 강국이다. 인도는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방갈로르를 중심으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 인포시스, 위프로 등 글로벌 IT서비스업체들이 단순 IT아웃소싱에서 고급 컨설팅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IBM,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GE, HP 등 전세계 500대 기업 중 약 20%가 인도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으며, 약 50%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인도에 아웃소싱 하고 있다.

또한 인도 IT서비스업계의 인적 역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IT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 인력의 약 30%와 미국 NASA 과학자 중 36%가 인도인이며, 세계적인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IBM 및 인텔의 직원 중 인도인이 각각 34%, 28%, 1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처럼 인도가 열악한 인프라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IT서비스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IT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의 IT서비스산업은 세계 IT서비스시장 점유율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반도체, LCD등의 하드웨어분야에 비해 매우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2008년 전세계 IT서비스시장 규모는 8,198억 달러로 세계 반도체 시장 (2,486억 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며 2012년에는 시장규모가 9,91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IT서비스시장의 성장으로 IT시장 구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IT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2008년 IT서비스부문 매출을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100대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의 국가별 분포를 보면 미국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49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일본 기업이 16개, 프랑스 기업이 6개, 독일 기업이 5개, 인도 기업이 5개, 캐나다 기업이 3개, 한국 기업이 3개를 차지했다.

각 회사별 주요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 IBM이 1위를 차지했고, 미국 HP와 액센츄어, 일본 후지쯔, 미국 CSC(Computer Sciences Corporation)가 뒤를 이었다. 인도의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28위, 인포시스는 35위, 위프로는 37위, 사티암은 84위, HCL테크놀로지스는 87위를 각각 차지했고, 한국은 삼성 SDS가 58위, LG CNS가 76위, SK C&C는 99위에 위치했다. 하지만 한국 3대 IT서비스업체들의 경우 해당 그룹사 내부거래 의존도가 50~60%나 된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돼 세계 100대 IT서비스업체에 포함되기 힘든 실정이다.

하드웨어는 시장 포화... 주요 업체, 서비스 부문으로 구조 전환 서둘러

세계 주요 IT서비스업체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IBM, HP, 델과 같은 세계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들이 시장 포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PC 및 서버 등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IT서비스부문으로 빠르게 사업구조를 전환해가면서 IT서비스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IBM은 90년대 HP와 델 등의 강력한 컴퓨터 하드웨어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위기에 처하자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IT서비스업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IBM은 2002년 PwC의 컨설팅부문을 인수해 서비스부문을 더욱 확대하고 2005년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 개혁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2008년에 IBM의 IT서비스부문 매출은 589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57.3%를 차지했다.

HP는 세계 2위의 IT서비스업체인 EDS를 2008년에 139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IT서비스시장에 진입했고 델 역시 2009년에 페로시스템을 39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의 후지쯔도 이미 HDD사업를 매각하고 미국 IT서비스업체인 OKERE를 인수하는 등 IT서비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IT기업, 하청업체에서 출발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

세계 IT서비스업계의 상위권에 위치한 인도의 IT서비스산업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자. 인도 IT서비스산업은 인도 국내에서 출발했지만 본격적인 사업확장과 발전은 해외에서 전개됐다. 인도 IT서비스산업의 해외진출 과정을 정리해 보면 처음에는 다국적 IT기업의 하청업체로서 코딩과 같은 단순한 표준화된 작업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역외 아웃소싱이 시작되고 이후 아웃소싱이 본격화되면서 단순인력 파견에서 벗어나 파견인력 관리 및 통제와 더불어 다국적 IT기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한 단계 발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90년대 말 Y2K버그 작업과 그동안 수행했던 프로젝트 등에서 실력을 쌓고 검증 받은 인도 IT서비스업체들은 다국적 IT기업들의 하청에서 벗어나 고객 기업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아웃소싱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까지 영역을 점차 넓혀갔다.

그리고 2000년대부터는 국내외 IT서비스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 하면서 서비스 및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장했다. 이와 같이 인도 IT서비스산업은 저렴한 인건비와 영어구사 능력, 미국과 밤낮이 정반대인 12시간 시차 활용,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인도공과대학 등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공정한 게임의 룰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IT기업, 그룹사 내부거래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장

반면 한국 IT서비스산업은 어떨까. 아래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면, 삼성SDS와 LG CNS 및 SK CNC 등 주요 3사가 전체 IT서비스산업의 절반에 가까운 46.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3대 IT서비스업체의 매출은 해당 그룹의 지원과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으나 인도 3대 주요 IT서비스업체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 인포시스, 위프로 등의 매출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 각 회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한국과 인도의 3대 IT서비스업체 현황 비교 (주) 각 회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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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는 국제적인 소프트웨어 품질인증 최고 등급인 CMM 레벨5 획득 시기를 보면, 인도의 위프로가 1998년에 소프트웨어 서비스회사로는 세계 최초로 레벨 5를 인증 받았으며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레벨 5를 획득했다. 이에 비해 삼성SDS는 2002년에 국내 최초로 CMM 레벨 5 인증을 받았으며, 뒤를 이어 LG CNS와 SK C&C는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레벨 5를 획득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품질 평가와 프로세스 성숙도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국제공인평가인증인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최고 등급인 레벨 5 획득 시기도 인도 위프로와 인포시스는 2002년,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2004년인 반면, 삼성 SDS는 2004년 그리고 LG CNS와 SK C&C는 2006년에 각각 획득했다. 이것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부문의 기술경쟁력에서 인도가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매출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 오너 지배구조 강화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그런가 하면 한국의 3대 IT서비스업체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 SDS의 2008년 수출은 87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에 불과했으며, LG CNS와 SK C&C 역시 수출이 전체 매출의 3.9%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한국의 주요 IT서비스 업체들의 내수 의존도는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해당 그룹사들에 의한 내부거래 의존도가 50~60%에 이르고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과 정부발주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도 3대 IT서비스업체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지역의 선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도 제조 및 금융산업에서 유통, 통신, 소매, 하이테크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한국 IT서비스산업이 이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국내에서만 머물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재벌기업들과 한국 정부의 인식 결여 때문이다. IT서비스를 경쟁력이나 효율성, 생산성 등을 높이는 부가가치 창출 수단이 아닌 부수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한국의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대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시스템을 관리하던 전산실 인원들을 통합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설립되기 시작했다. IT서비스기업 설립 목적이 독자적 산업으로서 부가가치 창출이 아니라 그룹의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SK C&C 같은 경우는 SK그룹 오너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드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원청업체인 그룹계열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전산실 직원이 갑자기 IT서비스회사로 분리되다 보니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의해 일이 처리되거나 회사 대 회사의 비즈니스 관계를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제대로 된 절차와 프로세스에 입각한 지식산업으로서 IT서비스산업이 자리잡는데 걸림돌이 됐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분위기는 고쳐지지 않고 있는 면이 있다.

한국에서 IT서비스가 부가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예가 프로젝트 단가를 투입인력의 전문성이나 프로젝트의 난이도 및 수준과는 전혀 무관한 단순 인건비와 기간만을 고려하는 M/M(Man/Month, 헤드카운트라고도 함) 방식으로 산정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비용 산정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개발비용 산정 시 국제표준인 기능점수 방식이 도입됐고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9년 5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향후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계산시 국제표준인 기능점수 방식만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능점수 방식은 사용자인 발주기관이 요구사항을 정확히 측정해 도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능점수 방식을 도입한다 한들 자리잡는 데는 한계가 있고 민간부문에서는 개발비용 산정에 짜맞추기식 편법을 동원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IT서비스산업의 문제점은 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계약관행, 사전 동의 없는 프로젝트 범위 확장, 산업이 수직적 다단계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대기업들이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위험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구조, 과도한 업무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프로세스 일괄발주로 인한 인력의 전문성 제고 및 매뉴얼화의 어려움,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일괄발주를 적용해 중소 IT서비스업체의 참여 차단 등 수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단돈 250달러로 시작한 '인포시스'... 한국은 모두 재벌그룹과 공기업 계열사

인도의 IT서비스산업은 다양한 성장배경과 성공 모델을 가지고 있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타타그룹을 배경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인포시스는 7명의 엔지니어가 단돈 250달러로 시작했고, HCL테크놀로지는 차고에서 시작해 벤처 성공신화를 이룬 기업이다. 그런가 하면 위프로는 소규모 식용유 제조회사에서, 사티암은 소규모 직물과 건설업체에서 세계적인 IT서비스기업으로 각각 업종 전환에 성공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처럼 인도에는 다양한 사업기회가 개방되어 있어 실리콘밸리 등 선진국에 진출했던 많은 수의 인도 엔지니어들이 인도로 돌아와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반면 한국 IT서비스산업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장악되고 있다기보다는 모두가 다 경쟁력이 있든 없든, 사업성이 있든 없든 외부위탁이 유리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무조건 자기밥그릇 지키기를 하고 있다.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의 상위 30여개 IT서비스업체 가운데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및 한국EMC를 제외하고 모두 재벌그룹과 공기업 계열사들이며,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IT서비스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 역시 이들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하는 재벌대기업들은 억지로라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착취에 가까운 하청구조 및 불공정한 관행의 주범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인포시스나 HCL테크놀로지와 같은 성공 벤처기업의 출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며 시간이 갈수록 기존의 중소 IT서비스업체들마저 고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그로 인해 이미 수많은 고급 인력들이 IT서비스업계를 외면하고 떠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진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을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IT서비스산업에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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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든 사람이 땀흘린 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태그:# IT서비스, #삼성SDS, #LG CNS, #인포시스,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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