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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친박', '친노' 같은 단어로 꽉 찬 신문을 읽다가 문득, '아바타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는 용기가 한국정치에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관객 천만을 훌쩍 넘긴 영화 <아바타>를 보신 분이라면, '아바타 정치'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독성을 가진 대기로 인해 판도라 행성에서 자원획득이 어렵게 되자, 인간들이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족'과 똑닮은 생명체를 만들어 주인공 의식대로 원격조정이 가능한 생명체, 즉 아바타로 만들어 자원채취를 시도합니다.

 

아바타는 '누군가를 대신하는 분신이나 화신'을 말합니다. 그래서 '아바타 정치'라는 것은 자기 정치를 하지 않고 유력 정치인을 사칭하거나 혹은 대리인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바타 정치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계파 정치입니다. 계파 정치의 온상은 한나라당입니다. 수년 전부터 '친이 아바타'와 '친박 아바타'가 편을 갈라 싸우고 있습니다. 최근 세종시 논란에서는 아바타들의 대리전을 넘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강도' 운운하며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강도가 누구인지는 불을 보듯 훤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이렇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작 서민살림이 강도질 당하는 것은 아닌지 속이 탑니다. 한나라당의 아바타 정치를 보는 국민들 시선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보더라도, 민주당이 확실하게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려면 '아바타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 안팎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신을 자처하며 '아바타 정치'에 나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두 전직 대통령의 유지(遺志)를 서클정치의 틀 안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저는 돌아가신 두 분께서 목숨 걸고 지켜왔던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세대가 두 분이 숙제로 남긴 미완성의 민주주의, 미완성의 복지사회, 미완성의 통일을 완성해 나가려면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과거의 두 분과 맺었던 인연을 내세워 아바타 정치를 하는 것은 두 분이 살아오신 길과도 맞지 않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길을 개척하면서 시대와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70년대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결선투표에서 누르고, 먼 훗날 대통령이 되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40여년에 걸쳐서 온갖 탄압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는 원칙을 지켰고, 반칙과 특권과 결별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열었습니다. 특히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파격적으로 탈피하면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두 분의 노력과 변화가 있었기에 민주당은 정체하지 않았고 정치적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치인 김대중, 정치인 노무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전직 대통령의 아바타를 자처해서는 역동적인 민심을 따라잡기는커녕 한나라당과 같은 낡은 정치가 될 것입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제이크의 아바타에 대해서 "꿈꾸는 자가 아니냐. 반드시 죽여야 한다"며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연인 사이로 발전되는 나비족 여인 네이트리도 나중에 제이크를 혐오합니다. 제이크의 아바타는 겉모습만 나비족이고, 실제로는 탐욕에 찬 인간들이 조종하는 가짜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바타 정치가 전직 대통령의 업적이나 이미지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 제이크는 단지 아바타에 충실했을 때는 나비족의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의식의 변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몸을 포기하고 나비족 전사로 새로 태어납니다.

 

우리 민주당도 국민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의 진심을 알아야 합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민주당의 변화입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기본은 지키고 계승해야 하지만, 국가경영의 새로운 비전과 능력을 요구한 것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수십조를 부자감세하고 어려운 재정을 내세워 무상급식은 반대하면서 정작 4대강 등 토목건설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장밋빛 환상을 심어 주었던 747 공약. 그러나 삽질과 번지르한 껍데기 홍보에 예산을 탕진하면서 지난해 GDP 실질 성장률은 0.2%까지 곤두박질쳤고, 집값 폭등의 욕망에 불을 질렀던 뉴타운은 서민들을 내쫓는 배드(Bad) 타운이 되었습니다.

 

이런 국정난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한나라당을 제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담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배타적으로, 서클 정치로 가둬 두는 아바타 정치는 선거에서 자살골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아바타정치로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야 합니다.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승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두 분이 남겨 놓은 미완의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 완성시키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태그:#아바타, #아바타정치, #민주당, #한나라당 , #이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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