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는 겨울 올림픽으로 축제 분위기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이 겨울축제는 기후에 따른 종목별 제한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월드컵과 하계올림픽 다음으로 지구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은 지난 설날아침 빙속 5000미터에서 이승훈 선수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쇼트트랙을 제외한 타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이틀 뒤 육상의 100미터와 비교되는 빙속 500미터에서 대표팀의 막내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하루 뒤 이번에는 여자 빙속 500미터에서 이상화 선수가 지난 대회(토리노 올림픽 4위)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 출근길에 바쁜 국민들에게 금메달 소식을 안겨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 줬다.

하계올림픽의 양궁과 비교될 만큼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쇼트트랙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지만 빙속은 배기태, 제갈성렬 등 그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도전했고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며 메달도 목에 걸었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 종목에서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는 분명 커다란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을 끌었던 부분이 하나 있다.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팬이 있어야 하는가? 실력을 인정받아야 팬이 생기는가?"라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종목이 우리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사실 외국에서는 인기가 좋은 종목입니다"라는 한마디 멘트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방송에서는 올림픽이 끝나거나 주요 국제대회가 끝나면 비인기 종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했지만 정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영화계에서는 비인기종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서너편이 제작되며 영화팬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몇 백만에 달하는 영화관객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핸드볼이 유럽권에서는 인기가 높은 종목이라는 것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영화는 몇 백만의 관중을 동원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이 뛰고 있는 핸들볼 경기장에는 몇 백 명의 관중도 없다. 나아가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을 논하는 방송가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편성조차 꺼린다.

이러한 부분에서 MBC의 인기 개그프로인 <무한도전>의 봅슬레이 국가대표 도전기는 신선한 소재중의 하나였다. 봅슬레이 한 대 없는 현실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일본에서 치러야 하는 현실은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흘러 들어갔고 시청자들은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자본과 연결되기 쉽다.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해당 종목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매번 주요 대회가 끝나고 난 뒤 언론은 비인기 종목에 대한 대안책 마련을 공공연히 내보낸다. 그리고 2~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인기 종목을 홀대했다.

만약 방송가에서 비인기 종목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면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를 논하기 전에 그리고 광고수익에 열을 올리기 이전에 비인기 종목에 대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모든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대안책을 만들어 전파를 내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올림픽 효자종목 여자 핸드볼은 88서울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이후로도 올림픽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투혼은 국민들의 감동을 불러냈고 마침내 2007년 임순례감독에 의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2009년에는 시골 여자중학교의 역도를 소재로 한 박건용 감독의 <킹콩을 들다>가 영화팬들을 찾아갔고 같은 해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겨울스포츠의 스키점프를 소재로 영화팬들을 찾아갔다. 이밖에도 인기 개그프로인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과정을 담기도 했다.
비인기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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