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돼지불고기백반 상차림이다.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돼지불고기백반 상차림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전라도 음식이다. 전라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전라도의 음식이 최고라고 한결같게 말한다. 전라도의 음식을 맛본 그들은 주저 없이 역시 전라도음식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지금껏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전라도 음식에 대한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라도 음식, 그 오지고 푸진 맛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

전라도의 살길이 어쩌면 맛객들의 입맛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전라도음식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전라도는 '대한민국 음식종가'이기 때문이다. 맛집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끝임 없이 이어지는 업소들의 비결은 뭘까. 그 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하나같이 업소를 찾는 손님들이 한 가족이라 생각하고 자기 식구들 먹는 음식과 같이 요리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전라도의 맛짱을 함께 찾아보자. 전라도말로 게미가 담긴 전라도의 진정한 겅개와 거시기를. 맛짱은 신조어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뜻한다. 전라도 음식의 그 무엇이 그토록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음식종가 전라도에서 수년간 '오지고 푸진 맛'을 찾아다니면서 만난 몇몇 업소를 살펴보기로 하자.

수제비 맛이 일품인 순천 월등면 '송치마을'

살갑게 느껴지는 손수제비다. 바지락과 미역을 넣어 끓여냈다.
 살갑게 느껴지는 손수제비다. 바지락과 미역을 넣어 끓여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추운 겨울철이면 바지락 듬뿍 넣고 끓여낸 수제비가 생각난다. 이런 날 후후 불며 먹는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이면 기력이 펄펄 되살아날 듯싶은데 어디가 좋을까. 순천에서 구례 가는 길 터널을 지나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병풍산과 마주하고 있는 송치마을 야산자락에 있는 '송치마을'이다. 업소이름이 마을 이름 그대로여서인지 정겨움이 묻어난다.

수제비 요리 12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 듣고 알음알음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이제는 명소가 되었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후덕해서인지 손이 크다. 음식을 푸짐하게 덥석  내어준다. 생뚱맞게 음식을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김치 한 가지를 손님에게 내어놓더라도 정성껏 만들어야지 성의 없는 많은 반찬 필요 없단다. 수제비에 바지락만 넣었더니 밋밋해서 미역을 넣었다는 항아리수제비는 이들 식재료와 궁합이 잘 맞았다. 국물 맛이 개운하고 시원한 게 특징이다. 수제비가 생각날 때면 한번쯤 찾아가도 좋을 곳이다.

옛 추억의 맛 그대로, 여수 욕쟁이 해장국집의 '시래기 해장국'

‘시래기해장국’에는 옛 추억과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이 담겨있다.
 ‘시래기해장국’에는 옛 추억과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이 담겨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부드러운 시래기 속에는 홍합, 굴, 조갯살이 듬뿍 들어 있다.
 부드러운 시래기 속에는 홍합, 굴, 조갯살이 듬뿍 들어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세월이 흘러 변한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오롯이 담겨있는 '시래기 해장국' 정말 좋다. 5천원의 착한 가격에 옛 추억의 맛까지 담겨있으니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시래기 해장국은 여수시가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근 개발했다. 60년 전통의 욕쟁이 할머니 해장국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쌀뜨물과 전통된장, 홍합, 굴, 조갯살 등의 식재료를 활용해 해장국의 깊고 개운한 맛을 잘 살려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이 담겨있다. 욕쟁이 할머니는 지난 70~80년대 중반까지 여수 교동에서 해장국집을 했다고 한다.

상차림을 살펴보니 양념장과 잘게 썬 청·홍고추가 예쁘고 조그마한 항아리에 담겨있다. 양념장은 쪽파, 청양고추, 갖은양념에 조선간장과 외간장을 2:1의 비율로 배합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이들 양념을 해장국에 적당히 넣어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한번 먹어보면 "해장국에 이런 맛이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될 것이다.

임금님 수라상 안 부러운 병영 '수인관'의 돼지불고기백반 한상

연탄불이 돼지고기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며 돼지고기는 꼭 연탄불에 구워낸다고 한다.
 연탄불이 돼지고기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며 돼지고기는 꼭 연탄불에 구워낸다고 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연탄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유난히 코끝을 자극한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병영 5일장 장옥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수인관이다. 식당 분위기도 참 좋다. 가족단위의 식사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선술집으로도 그저 무난할 듯싶다. 가격도 착하다. 4인기준 한상에 2만원이니 주머니가 얄팍해도 괜찮다. 가족단위의 식사나 선술집으로 아주 그만이다.

연탄 화덕에 구워낸 돼지불고기 맛이 가히 기가 막히다. 연탄불에 구워낸 석쇠돼지불고기는 먹을수록 입맛이 당긴다. 돼지고기 부위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즐겨먹는다는 삼겹살과 목살만을 구입하여 맛을 낸다고 하니 그도 그럴밖에. 사소한 식재료까지 꼼꼼히 챙기는 안주인은 50년 전 하숙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경륜이 이쯤 되면 맛깔스러운 손맛은 이미 검증이 된 셈이다.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식탁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영랑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한수가 적혀 있어 밥상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준다. 기다리는 동안 영랑의 주옥같은 시 한수 읊조려보면 어떨까. 역시 고려청자의 고장답다. 물잔 하나까지도 청자로 준비했다. 비취색 청자 물 잔에 물을 따라 마시니 물맛도 별다르고 물 한잔도 귀하게 느껴진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밥이 보약이다. 한의원 찾아가서 보약 안 지어 먹어도 삼시세끼 밥만 잘 먹으면 된다. 남도의 밥상에는 숟가락을 쉬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게미가 담겨있다. 또한 이러한 맛집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이 '대한민국 음식종가' 전라도다. 맛깔나고 오진 맛, 전라도 음식이 생각나거들랑 주저 없이 떠나자. 대한민국 음식종가' 전라도를 향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라도 맛집, #맛짱, #게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