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선도대기업 및 첨단 중소기업 등 81개 기업이 세종시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정도시건설청)의 공개 자료가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세종시 원안만으로도 대기업의 대거 유치가 가능했다는 <신동아>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오는 27일 정부의 세종시법 전면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 11월 11일 행정도시건설청이 밝힌 보도자료 및 보도해명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내 선도대기업 및 첨단 중소기업 등 81개 기업이 세종시 이전을 희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도시건설청은 "이들 각 기업이 요구한 부지면적만도 평균 1만5000㎡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행정도시건설청은 당시 <연합뉴스>가 "행정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기업 2000개를 대상으로 행정도시 입주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1%만이 '입주를 희망한다'고 답변했다"고 보도하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행정도시건설청의 해명보도자료 내용은 이렇다.
"2000개 조사대상 기업 중 이전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319개이고 이 중 81개 기업(25.4%)이 행복도시 내 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답변. 나머지 1601개 기업은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됨."
행정도시건설청은 이날 '자족기능 조기유치방안 적극 추진' 제목의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수도권 내) 선도대기업 및 첨단 중소기업 등 약 81개 기업이 행복도시 내 입지를 희망하고 있다"며 "행복도시에 입지하는 기업들이 아무 어려움 없이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각종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 부여 등 필요한 행정적·제도적 기반을 향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 말 건설청 "대기업 등 81개 기업 행복도시 입주 희망"
이는 <신동아> 2월호의 '세종시 원안만으로도 대기업의 대거 유치가 가능했다'는 보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동아>는 지난해 9월 행정도시건설청이 작성한 '국제 태양광 박람회 참관을 위한 출장 보고서'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세종시 원안만으로도 삼성과 한화 등 15개 국내 대기업들이 세종시 입주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또 외국의 15개 기업도 세종시 입주 추진을 정부와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한화케미컬, 현대중공업, 하이드로젠 솔라, 심포니에너지 주식회사, 카코 코리아, STX Solar, S-에너지, Semi-materials, Alti-Solar의 세종시 입주를 추진 중이고, 외국 기업으로는 OTB(네덜란드), SCHOTT(독일), Misubishi(일본), Q-Cell(독일), China Sunery(중국) 등 15개 기업과 세종시 입주 논의를 했다"고 적고 있다.
<신동아>는 또 대기업 모 간부가 "내가 아는 인적 네트워크로 알아본 바로는 원안대로 부처 이전 시 전국 30대 기업 대부분은 세종시에 어떤 형태로든 입주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원안에 따르면 세종시에는 3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대부분 집행하고 중요한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9개 부처가 오는데 기업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결국 세종시로 본사를 옮기거나 사무소를 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세종시 원안 추진 시 수정안보다 더 많은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2010년 초 건설청 "세종시 수정작업 추진 전 긍정적 답변 해온 기업 없었다"
하지만 행정도시건설청은 지난 20일 각 언론사에 보낸 <신동아>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세종시 수정작업이 추진되기 전에는 세종시 이전에 긍정적인 답변을 해온 기업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행정도시건설청이 스스로 '수도권 선도대기업 및 첨단 중소기업 81개가 세종시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을 뒤집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기업들의 의향을 물어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 기업들의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실제 유치실적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행정도시건설청은 그동안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세종시 자족성 확보에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06년 연구자료를 통해 세종시 미래상으로 "행정중심 국제문화도시(Globalism & Culture)"를 제시하고 도시 완성단계에 따른 인구규모를 발표했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행정도시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므로, 충청권의 대도시(대전, 천안, 청주, 공주 등)들과 적절한 기능분담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족성 확보를 위해 중추행정기능를 중심으로 광역유통, 대학-대학원, 문화-미디어, 첨단산업-연구개발, 국제문화관광 기능을 제시했다.
이어 "행정도시의 목표인구는 50만(2030년)이나 초기단계(~2011), 정책적 성숙단계(2012~2015), 자족적 성숙단계(2016~2020), 완성단계(2021~2030) 등으로 나누고 완성단계로 갈수록 도시의 자족적 경쟁력에 의하여 인구가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수년간 '자족성' 자신하던 국토연구원, 2개월 만에 '수정안 전도사'로
하지만 국토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마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특히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세종시 민간합동위원회 민간위원)은 전국을 돌며 '세종시 이렇게 좋아집니다'라는 주제로 세종시 수정안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도시 무산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 금홍섭 공동집행위원장은 "수도권 선도대기업 및 첨단 중소기업 81개가 세종시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는 행정도시건설청의 공개자료는 세종시 원안만으로도 자족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국토연구원 관계자 등 수많은 지식인과 학자들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를 불과 2개월 만에 스스로 내팽개칠 수 있느냐"며 "학자라는 양심마저 저버린 볼썽사나운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기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특별법'으로 전면 변경하는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행정도시특별법 개정안과 연관돼 있는 혁신도시법과 기업도시법·산업입지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도 함께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25일 행정안전부에 세종시 특별법 개정안의 관보 게재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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