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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 해리가 외치는 '빵꾸똥꾸'에 속 시원~하신 적 있으시죠?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우왕좌왕 지하철 우측통행, 예쁜 여자가 능력 있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목구멍까지 차오른 '빵꾸똥꾸' 외침을 참느라 힘드셨다고요? 2010년 새해,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빵꾸똥꾸'들을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들이 모아봤습니다. 여러분을 대신해 속시원히 외쳐드리겠습니다. "야, 이 빵꾸똥꾸야!!!!!!!!!!!" [편집자말]
지하철 역사 안 계단에는 우측통행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우측통행 지하철 역사 안 계단에는 우측통행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손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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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말 각 언론사들은 '올해의 10대 뉴스'라는 똑같은 카테고리로 순서만 다른 코스요리를 내놓았다. 그러나 코스요리에서 빠진 게 있다. 하루 동안 서울과 수도권 550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풍경 변화가 그것이다. '사람은 좌측통행, 차량은 우측통행'이란 구호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충실히 익혀온 시민들에게 '우측통행'은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지하철 계단 곳곳에는 '우측통행'이라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다. 통로도 좌측에서 우측으로 바뀌고 에스컬레이터도 올라가던 곳이 내려가는 곳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성인 키만한 높이로 제작된 '우측통행' 표지판은 바쁜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10월 1일 우측통행이 시범 실시된 뒤로 지하철 역사 안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다. 시민들은 반대편에서 오는 상대와 부딪치는가 하면 다른 방향의 에스컬레이터로 진입 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출근대란이 일어나는 아침에는 우측통행 표지판이 오히려 바쁜 시민들의 길목을 가로막는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아무개(35·서울 오류동)씨는 "지하철에서 우측통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반문했다. 출근길에는 환승하기 위해 다들 뛰어다니기 바쁜데, 우측통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무빙워크는 여전히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
▲ 종로3가역 무빙워크는 여전히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
ⓒ 손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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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행권과 이동권에 대한 배려 없어

안내견의 도움을 받는 유인혜(가명·29)씨는 우측통행 실시 이후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다. 유씨에게 지하철은 위험천만한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방향이 바뀐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아닌 에스컬레이터도 있어 지하철 이용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잡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방향이 바뀌면 지팡이를 왼손으로 옮겨 잡아야 해요.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적도 있고, 헤매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을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시각장애인 대책 마련 요구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은 변했지만 점자블록(표면에 돌기가 있는 시각장애인용 블록으로 직선으로 홈이 팬 선형블록은 계속 직진하라는 뜻, 요철이 있는 점형블록은 상황이 바뀌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나 음성보조시설은 이전 그대로다. 이 때문에 점자블록만을 믿고 길을 찾는 시각장애인들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올해 7월 본격 시행되는 만큼 그 전에 보행유도 시설을 재정비하겠다"면서도 "에스컬레이터의 운행 방향을 바꾸기 힘든 구형은 안전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점자블록과 음성보조시설에 대해서는 장애인협회와 함께 수정계획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 사용을 권고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음성보조시설의 재정비 사업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는 시민들의 모습
▲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시민들의 모습
ⓒ 손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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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우측통행' 본격 시행

국회에서는 '도로교통법에서 보행자통행은 좌측통행하라'는 조항을 '좌·우 구분없이 차를 마주보고 걸으라'는 내용으로 바꾸기 위한 법률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로교통법이 통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토해양부는 우측통행을 시범 실시한 것이다.

서울역에서 만난 윤아무개(54·서울 방배동)씨는 "우측통행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활습관을 행정지침 하나로 바꾸려는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또 "우측통행 실시는 '소통의 부재와 일방적인 강요'라는 현 정부의 행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손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우측통행, #지하철, #빵꾸똥꾸,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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