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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의 회계부정 사건을 일으켜 24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엔론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을 어느 날 갑자기 특별사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프리 스킬링을 특별사면 한 이유는 그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미국에서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미국 국민들 반응은 어떨까? 아니 미국에서는 과연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미국 국민들은 이러한 일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진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미국에서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의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특별사면이라는 면죄부를 선사한 것이다.

 

더욱 비상식적인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국익'이라는 증명할 수도 없는 실체불명의 이유 때문에 그냥 묵인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좀 더 잘 살면 그만이지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밥 먹여 주냐"는 것이다. 그런데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사라진 나라가 과연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법치와 도덕성이 없는 선진국은 없다

 

잘 살면 됐지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무슨 대수냐는 생각과는 달리 잘 사는 선진국들은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매우 수준 높은 단계에 도달한 나라들이다. 즉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고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 전 회장을 특별사면 한 사건은 우리나라가 법치와 도덕성, 상식이 부재한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온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건희 전 회장을 내세워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는 발상도 비상식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특별사면해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라고 보내는 게 국제 망신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일까?

 

외국인들이 볼 때, 기업의 화이트칼라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러 온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불법 로비를 하거나 돈을 마구 뿌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런 사람이 설사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 하더라도 그 정당성이 의심을 받지는 않을까?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이건희 전 회장을 특별사면 한 것이나 그를 보내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는 발상이나 모두 비상식적이고 국제적인 망신꺼리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의와 법치가 사라지면 '국가가 곧 정의'가 된다

 

에밀 브루너라는 신학자는 '정의와 사회질서(Justice and Social Order)'에서 "만약 정의에 대한 신적 표준이 없으면 국가의 합법적 제도에 대한 표준도 있을 수 없다. 만약 국가를 초월하는 정의가 없으면 국가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법률로 선포할 수 있게 된다"고 설파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사회사상가인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적인 정의와 정의에 따른 법치가 사라지고, 국민들의 도덕성과 양심, 상식, 이성이 사라진다면 결국 국가는 자신을 정의라고 선포하게 되고 자기 마음대로 패악을 부리게 된다. 신적인 정의와 법치, 국민들의 도덕성이 사라지면 결국 국가는, 나치즘과 파시즘이 그랬듯이, 형식적인 법적 절차를 내세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이건희 전 회장 특별사면은 그나마 형식적인 법치라도 따르는 나치즘과 파시즘보다도 못한 것이다. 즉 국익이라는 실체불명의 근거를 들이대면서 법치를 무시하고 '자신이 곧 법'이라고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면 국민들이 과연 그 법을 따를 수 있을까?

 

에밀 브루너에 따르면, 이러한 국가는 결국 전제정치가 아니면 극단적인 무정부상태로 빠지게 되며 이로 인한 혼란과 극단적인 빈부양극화는 결국 공산주의나 사회혁명을 불러오는 토양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제정치와 극단적인 무정부상태 둘 중에 어디로 가느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불행한 것은 둘 다 몰락의 길이라는 점이다.

 

국익은 '돈이 곧 정의'라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 전 회장을 특별사면 한 사건은 결론적으로 '도덕성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이며 신적 정의와 그에 따른 '법치의 부재'를 선언한 것이다. 결국 국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의'이며 '자신이 곧 정의'라고 선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를 막을 수 있는 주체들이 바로 국민들이며 그 힘과 정당성은 국민들의 도덕성, 양심, 상식, 이성,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따른 자연법적 권리 등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마저도 타락한다면 헨리 조지의 말대로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 날 길이 없다. 생명은 죽고 송장만 남으며 나라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삽에 의해 땅에 묻혀 사라지고 만다." 법적인 정의와 도덕성이 사라지고 부패가 일상인 나라에서 국민들은 부패를 묵인하다가 급기야는 부패를 부러워하게 된다. 그런 나라들이 바로 후진국들이며 이런 나라에는 혼란과 전쟁, 궁핍과 비참만이 남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신적 정의와 그에 따른 법치, 정의는 없으며 자신이 곧 법이자 정의라는 선언을 온 국민들과 온 세상에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국익 즉 '돈이 곧 정의'이며 '돈이면 정의도 살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맘몬(Mammon)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통해 도덕성과 법치의 종말을 선언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타락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국민들이 부패한 나라는 살아날 희망이 없다. 이 나라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기독교인터넷언론인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하였습니다.


태그:#이건희,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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