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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강 평창강은 선암마을로 유명한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합류하여 서강이 되고 영월읍에서 다시 동강과 합쳐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
ⓒ 김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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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리 요선정에서 혼자 신선놀음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놀란 마음에 부리나케 길을 떠났다. 주천강의 아름다움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내일이면 끝날 영월 여행에 꼭 하나는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이곳에는 아직도 섶다리가 남아 있다. 섶다리야 최근 관광의 일환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겠지만 평창강을 가로지르는 판운 섶다리의 모습을 꼭 담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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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강 멀리 현대식 다리 주천교와 옛 다리 섶다리가 한눈에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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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눈발이 제법 날리기에 설레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지만 눈은 없고 하얗게 언 강만 애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어둠이 점점 강을 재우고 있을 즈음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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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운섶다리 Y자형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 등을 깔아 흙을 덮어 만드는 임시다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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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안개가 넓게 끼는 곳이라 '너룬' 혹은 '널운'이라 불렸던 판운리는 일제시대 정겨운 이름을 빼앗기고 판운리라 불리게 되었다. 섶다리를 건너기 전의 마을이 판운2리, 다리를 건너면 10여 가구가 사는 판운1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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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운리 이 섶다리를 사이에 두고 판운1리와 판운2리의 두 마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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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운리 두 마을 사이로 평창강이 흐른다. 이곳에서는 마을 지명을 따 판운강이라고도 한다. 평창강은 선암마을로 유명한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합류하여 서강이 되고 영월읍에서 다시 동강과 합쳐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꾸불꾸불 산허리를 감싸며 돌아 흐르는 평창강의 아름다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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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섶다리 다릿발을 Y자형의 나무를 세워 버티는 힘을 강화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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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는 Y자형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 등을 깔아 흙을 덮어 만드는 임시다리를 말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강마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우리의 옛 다리이다.
이곳 판운리는 마을청년회에서 매년 10월에 섶다리를 만들어 이듬해 장마가 오기 전에 다리를 철거한다. 그냥 두어도 장마에 섶다리가 쓸려가지만 굳이 철거를 하는 이유는 다리가 비에 완전히 쓸려가지 않으면 지저분할 뿐더러 나뭇가지에 걸려 비 피해도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짓는 데에 정성을 쏟은 만큼 거두는 것도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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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운섶다리 마을청년회에서 매년 10월에 섶다리를 만들어 이듬해 장마가 오기 전에 다리를 철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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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사람들이 실눈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아이들은 두툼한 털모자를 쓰고 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아이들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그들을 조심스레 이끌었다. 흔들리는 다리에 아이들은 더 뜀박질을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걱정스런 눈으로 연신 소리를 질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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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운섶다리 구름과 안개가 넓게 끼는 곳이라 ‘너룬’ 혹은 ‘널운’이라 불렸던 판운리는 일제시대 정겨운 이름을 빼앗기고 판운리라 불리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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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완전히 내리고 난 후에도 길을 떠나지 않았다. 작은 슈퍼에서 담배 한 갑을 사서 깊이 빨아들였다. 짙은 그리움이 몸속을 빠져나왔다. 길을 나섰다.
이곳에서는 매년 3월 말경 빼어난 자연경관과 옛 섶다리를 중심으로 퉁가리축제를 열어 외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