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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꼬막 맛이시..."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꼬막 맛이시..."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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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교 00식당의 꼬막정식 기본 상차림입니다.
 벌교 00식당의 꼬막정식 기본 상차림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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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에서 조정래 작가는 염상구와 외서댁의 거시기하는 장면을 빌어서 꼬막 맛에 비유했습니다. 염상구가 외서댁을 찾아와 덮친 후 한 말입니다. "외서댁을 딱 보자말자 가심이 찌르르 허드란 말이여. 고 생각이 영축 들어맞어 뿌럿는디, 쫄깃쫄깃한 것이 꼭 겨울꼬막 맛이시..."

작가의 이러한 비유가 벌교여행객들이 참꼬막을 찾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래저래 소설 태백산맥 덕택에 벌교 꼬막이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이렇게 빗물이 질척거리는 날에는 막걸리 한 사발에 꼬막 한 접시가 잘 어울릴 듯합니다.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이 제철을 만났다

겨울비가 내리는 지난 10일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보성군 벌교를 찾았습니다. 꼬막정식의 참맛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벌교는 순천시와 고흥군에 인접해있으며 고흥군의 관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1930년에 개통된 철도의 영향으로 타 지방에 비해 일찍 상업이 번창했습니다.

유명한 꼬막의 고장 벌교는 20세기 대한민국 100대 인물 중 한사람이며 독립 운동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홍암 나철 선생의 고향입니다. 또한 그리워, 동백꽃 등을 작곡한 민족음악가 채동선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꼬막을 까서 무쳐낸 양념꼬막입니다.
 꼬막을 까서 무쳐낸 양념꼬막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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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잘 어울리는 꼬막전입니다.
 막걸리에 잘 어울리는 꼬막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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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소화다리 근처에 가면 꼬막정식집이 즐비합니다. 대부분의 업소가 언론에 보도됐다는 홍보문구가 현란하게 붙어있습니다. 겉치장이 화려해서인지 어쩐지 부담스럽고 식상한 느낌입니다. 소박하고 정갈한 맛집을 찾아내려고 벌교 시내를 한 바퀴 돌았지만 이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겨울비는 계속 내립니다. 오늘 맛집 사냥은 이쯤에서 접어야할까 싶습니다.

사실 소화다리는 일제 강점기에 놓인 다리로서 홍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권을 빼앗기 위하여 일제가 만든 다리입니다. 소화다리는 태백산맥에 나오는 무당 소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원래는 부용교였으나 쇼와(일본의 연호)연간에 만들어졌다 해서 소화다리라고 부른답니다. 아직도 벌교 사람들이 일제시대 이름을 그대로 부르고 있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이 있습니다. 모양은 서로 엇비슷합니다. 참꼬막은 골이 깊고 살이 탱탱하고 쫄깃합니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정하섭과 하룻밤을 보낸 소화는 아침거리로 꼬막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글 첫머리에서도 언급했지만 외서댁을 범한 염상구가 그녀를 한겨울에 나는 쫄깃한 꼬막 맛에 비유했습니다.

꼬막, 조리법이 간단해서 식객들에게 사랑받아

꼬막회무침 맛은 아주 그만입니다.
 꼬막회무침 맛은 아주 그만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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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까지 와서 돌아서려니 발길이 언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호랑이 무섭다고 산행을 멈출 수 없듯이 이곳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었습니다.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한 업소에서 주인장이 나와 안내를 합니다. 그냥 그 집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이거 내가 제대로 찾아 온 걸까?"

늦은 점심 무렵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습니다. 꼬막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던 한 패거리는 참꼬막 맛이 최고라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퍼덕입니다.

잠시 기다리자 참꼬막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톡톡 까서 먹어보니 그 맛이 알큰하고 배릿합니다. 꼬막은 제대로 삶아진 듯합니다. 간물을 너무 빼서 좀 싱거운 게 흠입니다.

꼬막을 삶을 때는 너무 삶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꼬막을 너무 오래 삶으면 꼬막 살이 질겨지고 영양분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꼬막을 제대로 삶는 방법은 물이 팔팔 끓으면 찬물을 한 바가지 부어 물을 약간 식힌 다음에 꼬막을 넣고 다시 끓어오를 무렵에 꼬막을 건져내야합니다. 이렇게 소르라니 삶아내야 윤기가 자르르하고 쫄깃한 꼬막의 참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답니다.

이렇듯 조리법이 간단해서 꼬막이 식객들에게 사랑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지방 저칼로리인 꼬막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도 골고루 함유하고 있습니다. 음주 후 간 해독에 좋은 꼬막은 철분이 부족한 여성이나 노약자들의 겨울 보양식으로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꼬막무침과 갖가지 나물에 비벼낸 '꼬막비빔밥'

매콤한 꼬막비빔밥의 맛이 정말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매콤한 꼬막비빔밥의 맛이 정말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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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을 넣고 끓여낸 된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참꼬막을 넣고 끓여낸 된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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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정식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참꼬막무침과 꼬막전이 눈길을 끕니다. 상을 차려낸 아주머니는 대접에 꼬막무침과 나물을 넣어 밥을 비벼 먹으라고 말합니다.

"꼬막무침과 나물 넣고 비벼 드세요."

두부와 참꼬막을 넣고 끓여낸 된장국은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집은 벌교 참꼬막의 명성만큼은 아니어도 대체로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꼬막정식 1인분에 1만2천원입니다. 함께한 동료는 차려진 밥상을 보더니 가격에 비해 겁나게 비싸다는 반응입니다. 차려낸 음식이 꼬막정식이라는 이름보다는 꼬막비빔밥이 더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면서요.

밥공기를 흔들어 대접에 밥을 쏟아 붓고 꼬막무침을 듬뿍 넣어 비벼냅니다. 서너 가지의 나물을 더 넣었습니다. 매콤한 꼬막비빔밥의 맛이 정말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꼬막정식을 주문하면 삶은 꼬막,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꼬막전, 꼬막된장국 등의 꼬막음식을 한꺼번에 다 맛볼 수 있습니다. 벌교 꼬막은 깊고 차진 청정해역 여자만 갯벌에서 갓 잡아 올린 진짜배기 참꼬막이라 그 맛이 별다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꼬막정식, #참꼬막,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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