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전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남원추어탕 맛 이거 장난 아니다.
 예전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남원추어탕 맛 이거 장난 아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추어숙회 또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어숙회 또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추어탕의 본가 남원에서 '추어탕'을 직접 먹어보니, 지금껏 먹어왔던 예전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남원추어탕 맛 이거 장난 아니다. 추어숙회 또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어탕 끓이기만 54년, '할매추어탕' 집은 3대째 내려오는 추어탕과 추어숙회의 내공이 제대로 담겨있다.

얼마 전 남원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어느 지역을 방문하든 그곳에 가면 으레 맛집을 찾기 마련이다. 콘도에 여장을 풀고 친구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 시내를 쏘다녔다. 추어탕의 본가 남원에 왔으니 추어탕이 제격이리라. 광한루 근처에 대부분의 추어탕집이 똬리를 틀고 모여 있었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새집추어탕과 부산집도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그곳을 그냥 지나쳤다.

길 가던 행인에게 또 다른 맛집을 묻기도 하고 몇 곳을 기웃거려 봤지만 딱히 맘을 끄는 곳이 없었다. 광한루를 두 바퀴 반째 돌 무렵이다. 광한루 동문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3대를 이어온 원조 '할매추어탕집'이다. 어쩐지 "이집이다!" 싶은 생각에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고민을 해결하는 곳' 붉은 글씨의 화살표가 눈길을 끈다. 주인장의 깨어있는 생각이 맘에 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주인장은 이곳(화장실)을 '해우소'로 할까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마당에 놓여있는 의자나 메주덩이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마루에 털썩 걸터앉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실내로 들어갔다. 이집의 대표음식은 추어탕과 추어숙회다.

추어와 채소가 잘 어우러진 추어숙회, 그 맛이 최고다

프라이팬에 가득 담긴 미꾸라지 녀석들이 요동을 친다.
 프라이팬에 가득 담긴 미꾸라지 녀석들이 요동을 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할매추어탕 주인장이 추어숙회를 만들고 있다.
 할매추어탕 주인장이 추어숙회를 만들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재빨리 카메라를 챙겨 부엌으로 향했다. 주인장(50·유해조)이 가스레인지에 불을 댕기더니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소주를 삥 둘러 붓는다. 프라이팬에 가득 담긴 미꾸라지 녀석들이 요동을 친다.

"소주를 넣으면 뼈가 연해지고 비린내가 없어져요."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양념을 넣고 끓인다. 잘 달궈진 돌그릇에 양파를 도톰하게 깔고 익은 미꾸라지를 옮겨 담았다. 위에는 미리 준비한 갖가지 채소(팽이버섯, 새송이 버섯, 쪽파, 당근)를 올리고 들깨와 참깨를 뿌려 한 번 더 불에서 끓여내니 숙회 완성이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30년 된 양은냄비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30년 된 양은냄비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주방에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30년 된 양은냄비가 놓여 있다. 3대째 내려오는 이집은 추어탕 끓이기만 54년째다. 추어탕은 가마솥에서 끓여낸 후 4~5°C의 온도에서  하룻밤을 숙성한다. 그래야 우거지에 간이 골고루 배어들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우거지를 먹든, 국물을 먹든, 간이 똑같아야 합니다."

사실 음식을 먹을 때는 모든 식재료에 깊은 맛이 배어 있어야 한다. 국물에는 제법 깊은 맛이 스며있는데 우거지가 심심하다든지 하면 음식 맛이 영 아니기 때문이다.

추어와 채소가 잘 어우러진 추어숙회, 정말 그 맛이 최고다.
 추어와 채소가 잘 어우러진 추어숙회, 정말 그 맛이 최고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추어와 채소가 잘 어우러진 추어숙회, 정말 그 맛이 최고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4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추어숙회는 이집에서 특별히 만든 소스에 찍어먹거나 상추쌈을 하면 좋다. 소스는 조선간장과 외간장을 적당량의 비율로 섞고 고춧가루를 넣었다. 초장소스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환상적인 추어탕 맛, 이거 장난 아니다

밑반찬은 무말랭이가 단연 독보적이다. 직접 재배해서 만든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이용해 무쳐낸 무말랭이는 쫄깃한 식감에 깊이가 느껴졌다. 옛날 노인네들이 해먹었던 그 방식 그대로 재현했다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집된장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쌈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집의 비밀병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쌈장 하나보고 이집을 찾아와도 후회를 안할 듯하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먹는 동치미도 불티난다. 세 번이나 리필을 요청했으니.

할매추어탕의 추어탕과 추어숙회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할매추어탕의 추어탕과 추어숙회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만큼 우리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밥 한술을 말아 맛을 본 순간, 지금껏 먹어왔던 그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밥 한술을 말아 맛을 본 순간, 지금껏 먹어왔던 그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제 본 메뉴인 추어탕 맛을 한번 보자. 참 추어탕에 젠피와 땡초(잘게 썰어놓은 태양초)를 넣는 거 잊지 말자. 밥 한술을 말아 맛을 본 순간, 지금껏 먹어왔던 그 추어탕에 대한 맛의 기억은 다 지워도 될 듯싶었다. 대부분 우거지가 겉돌기 마련인데 이들의 궁합은 정말 환상이다. 추어탕 맛 이거 장난 아니다. 우거지에도 간이 촘촘히 배어 그 맛이 탁월하다. 주인장 손도 크다. 뭐하나 시키면 덥석 집어다준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우거지는 조선무와 돌산갓을 교배하여 얻은 품종이다. 무청은 삶아서 냉장고에 냉동보관하며 그때그때 사용한다. 다른 우거지와 달리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여기서 여담 하나, 어려서부터 미꾸라지를 먹고 자랐다는 주인장은 나이에 비해 힘이 넘쳐보였다.

"매일 추어탕을 한 그릇 이상 먹었더니 이제는 체력이 젊은 애들 못지않아요. 추어탕을 장복한 이후로는 예전에 전혀 먹지 못했던 술도 먹는걸요."

추어탕을 시키면 추어튀김은 덤이다.
 추어탕을 시키면 추어튀김은 덤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추어탕을 시키면 추어튀김은 덤이다. 50주년 기념으로 시작한 튀김 서비스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서비스로 나간 미꾸라지만도 4kg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주인 부부가 직접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남원추어탕은 토속적인 맛의 깊이가 담겨 있다. 추어탕에 담긴 식재료들이 한결같은 맛의 하모니를 이룬다. 먹을 때마다 힘이 솟구치던 추어숙회, 덤으로 내주는 바삭한 추어튀김의 맛 또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밤새 마신 술로 쓰린 속을 달래려고 다음날 아침에 또다시 득달같이 달려갔으니, 남원추어탕 맛에 푹 빠진 게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원추어탕, #추어탕, #추어숙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