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피겨스케이팅 대회가 끝나면 열리는 뱅큇(연회)은 피겨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다. 세계 유명 피겨스케이터들이 함께 어울려 함께 즐기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의 팬을 지칭하는 '승냥이'는 '뱅큇 사진을 보러 몰려간 팬'을 일컫는 말. 그만큼 뱅큇에 대한 피겨팬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동안 뱅큇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왜일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뱅큇에는 선수, 코치, 일부 관계자를 제외하면 입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 한다. 과연 뱅큇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전 국가대표였던 피겨 선수 최지은(22·고려대), 전 피겨 선수 출신이자 2008-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 사회를 봤던 MBC ESPN의 김민아 아나운서(26)와 함께 알아봤다.

피겨 스케이팅 대회 뒷풀이, 뱅큇은 최고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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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최지은(22) 선수는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대들보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다양한 뱅큇을 경험했다.

"뱅큇이요? 하하. 국제 시합때는 경기 준비로 정신이 없지만 시합이 끝나면 놀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그래서 갈라쇼가 끝난 후, 각자 의상을 갈아 입고 뱅큇에 참여하게 되죠."

뱅큇에 갈 때는 각자 아끼는 의상을 입고 간다. 예쁜 드레스와 멋진 정장은 물론 각 나라의 고유 의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랬다. 최 선수도 뱅큇에 참여할 때 한복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뱅큇에 참여할 때 한복을 자주 입어요. 한복이 예쁘잖아요. 전통 의상을 입고 오는 일부 나라 선수들이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선수들이 전통 의상을 자주 입고 와요. 2002년도에 슬로베이나에서 열린 대회에 연아랑 같이 참여했는데 둘이 맞춘 것처럼 비슷한 한복을 입고 온 거예요. 그래서 큰 인기를 끌었었어요(웃음)."

뱅큇은 대회 마지막 날 갈라쇼가 끝나고 시작된다. 뱅큇은 피겨 대회를 개최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 때문에 뱅큇은 각 나라 고유의 특별한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진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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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SPN 김민아 아나운서는 피겨 선수 출신으로 2008-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 사회를 맡았다. 그가 말하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뱅큇.

"그랑프리 파이널 뱅큇의 경우, ISU 회장, 그리고 한국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고 그 후에 분야별 선수 1, 2, 3등 시상을 했어요. 선수들은 한명씩 축사랑 답례사를 했죠. 그땐 주니어 선수 한 명이 축사를 했고 유명한 미국의 제레미 에봇(25) 선수가 답사를 했어요. 당시 최우수 선수로 선정이 되었거든요."

뱅큇은 일반적으로 대회의 1, 2, 3등 소개와 함께 선수들의 축사와 답례사, 문화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문화 공연은 각 대회 조직위원회가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4대륙 대회에서는 가야금 연주, 그리고 2008-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때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다.

밤 10시에 시작되는 뱅큇은 새벽 1~2시가 되어 끝난다. 그때까지 선수들은 시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평범한 뱅큇 요리? 보드카까지 나와요!

뱅큇은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과 심판진, 그리고 일부 관계자와 코치진까지 참여하는 환상적인 축제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다. 안타깝게도 선수와 심판을 제외한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것.

보통은 선수가 코치의 표를 사주지만 가격은 200불(약20만원)에 육박하니 은근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보통 축제가 아닌만큼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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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큇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요리. 과연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어떤 뱅큇 음식을 먹을까? 어마어마하게 비싼 뷔페 요리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닭고기, 스테이크 등 의외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나온다고. 하지만 놀랄 만한 음료가 짜~잔 등장한다. 바로 와인과 보드카이다. 최지은 선수의 말이다.

"공연이 열릴 때 주로 밥을 먹으면서 공연을 지켜봐요. 보통 뱅큇에서는 닭고기 요리가 많이 나오지만 스테이크 등의 고급 요리가 나오기도 하지요. 그리고 와인을 비롯한 맥주, 그리고 어떤 뱅큇에서는 보드카까지 나와요. 식사를 하면서 1, 2, 3등 소개를 해주는데 그때 정신을 차리게 돼죠. 아 나도 좀 더 잘해야지. 이런 생각요(웃음)."

하지만 체중 관리 때문인지 선수들은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주니어  선수 시절 뱅큇 참여 경험이 있는 김 아나운서가 말했다.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 뒷 이야기.

"선수들이 많이 안 먹더라고요. 피겨 선수들이라 그런가 다들 조금씩만 먹어요. 사실 저도 예전 선수 때 그렇게 적게 먹었으니까요. 뱅큇은 아무리 배고파도 막 회식 때처럼 먹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에요(웃음)."

뱅큇에서 해야할 일? 미친 듯 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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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뱅큇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뱅큇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사진 찍기를 주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최 선수와 김 아나운서의 공통된 대답이다. 특히 김 아나운서는 뱅큇에서 선수들의 놀라운 사진 찍기(?) 현장을 목격했다고.

"선수들은 사진 찍자! 그렇게 말하면 무조건 찍어줘요. 정말 다들 미친듯이 사진을 찍죠.(웃음) 생각보다 뱅큇 공식 행사가 길지 않아서 밥은 조금 먹고 서두르는 것 같기도 해요. 좋아하는 선수랑 찍겠다고 하면 누구든 기꺼이 찍어주는 것이 뱅큇의 분위기예요. 당시 주니어 선수들이 (김)연아랑 사진 찍고 싶어했던거 기억나네요. 선수들끼리 모였는데도 (김)연아는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스위스에 스테판 랑비엘(25)선수가 있는데 보통 시상식이 끝나면 메달을 내려놓거든요. 근데 예전 뱅큇 때 랑비엘 선수가 기분이 좋았는지 자랑하려고 뱅큇 내내 목걸이를 걸고 돌아다닌거 있죠?(웃음) 또 일본의 오다 노부 다리(22) 선수가 있는데 엄청 웃겨서 뱅큇의 스타 중 한 명이죠. 말은 통하지 않지만 늘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죠. 또 특별한 일화는 '피겨 전설' 미셸 콴(30) 선수와 사진을 찍은 것이겠죠." (최지은 선수)

뱅큇의 추억을 떠올리며 밝게 웃는 최 선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뱅큇이 언제인지 물어봤다. 모든 뱅큇이 다 즐거웠다는 그는 댄스 타임이 열려 세계 유수의 선수들과 춤을 추며 즐겁게 놀았던 기억을 꼽았다. 잠시 후, 최 선수는 뱅큇에서 선수들끼리 교환한 기념품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기념품은 수십여 점에 달했다. 그만큼 뱅큇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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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큇 최지은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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