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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 폐지·전환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사교육비 절감 차원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이 아닌 여권 실세가 들고 나온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정두언과 전교조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풍경도 재밌습니다. 한 달 넘게 외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일 교과부의 외고 개편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외고·일반계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육전문가,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이해 집단을 아우르는 취재를 통해 '외고 논쟁'의 본질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한나라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한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 간담회가 지난 10월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나라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한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 간담회가 지난 10월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박상규

"사실 대학에도 1류와 2류가 있지 않나. 고교에 1류와 2류가 있는 게 왜 문제인가.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죄인 취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내 자식의 앞길을 망치려 한다면, 참을 수 없다. 그게 모든 어미의 본능 아니겠나."

김자현(가명·44)씨는 몸을 조금 떨며 말했다. "몇 개의 외고 때문에 고교에도 등급이 생겼다"는 기자이 말에 기분이 상한 듯했다. 자신의 말대로 '본능'과도 같은 분노가 인 것처럼 보였다.

"고교에 1류와 2류가 있는 게 왜 문제?"

김씨는 잘 나가는 학부모다. 그녀의 17살 외동딸이 서울의 D외고 2학년이기 때문이다. 김씨를 6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외고 폐지 논란에 대한 학부모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언제 어디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딜 가든 "내 딸 D외고에 다닌다"고 하면 "어머, 딸이 수재네, 수재"하는 부러움 섞인 답이 돌아왔다. 많은 이들은 "연고대 이하로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지?"라고 물었다.

그건 김씨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딸이 D외고에 합격한 2년 전부터 "이미 SKY는 따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김씨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외고 폐지 논란이 불붙기 시작하면서다.

"내 딸 D외고에 다닌다"고 하면 "괜찮겠어? 없어지면 어떡해?"라는 걱정의 말부터 나온다. 김씨는 "내가 왜 세상 사람들에게 변명을 하고 다녀야 하느냐"고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사실 김씨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김씨는 "내 딸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된다"며 모든 익명을 당부했다. 말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김씨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공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김씨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왜 공부 잘하는 학생들 죄인 취급 하나?"

- 외고 폐지 논란 이후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외고생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전체는 아니지만 대책회의도 몇 차례 열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자식 1류 고교에 보내겠다고 다들 5년 이상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졸지에 다른 학교와 똑같아 진다니, 가만히 있을 일인가."

- 딸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지금 다니는 학생들은 상관없지 않나.
"공부에 지장을 받고 있다. 한참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죄인이 된 기분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무슨 큰 잘 못이라도 저질렀나. 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흔들어 대나. 만약 내년이라도 외고 폐지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외고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받는다."

- 학부모로서 대학 입시에서 '외고 프리미엄'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하지만 특혜는 절대 아니다. 현실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 깊은 산골의 시골 고교 전교 50등과 외고 전교 50등은 명백히 차이가 있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 건 오히려 외고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대학으로 따져보자. 학점이 낮아도 서울대학 졸업생은 인정을 받지 않나. 고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많은 언론은 고교등급제를 죄악시 하는데,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다."


- 사교육비 폭등과 고교간 서열화 등 외고의 폐해가 큰 것 아닌가.

"사교육비 증가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멀쩡한 학교를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 외고를 졸업한 인재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게 분명 있다고 본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말하지 않았나. '1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외고를 응원해야 한다. 능력 되는 아이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1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해야 한다.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다. 왜 자꾸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죄인 취급하나."

- 일반계에서도 수월성 교육은 가능한 것 아닌가. 핀란드에서도 입증이 됐다.
"외고생들 붙잡고 물어봐라. 다들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랑 섞여 있기 싫어서 외고를 선택했다. 외고는 정말 면학 분위기가 좋다. 다른 고교들과는 많이 다르다.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줘야 하지 않나. 왜 자꾸 하향평준화 시키며 모든 아이들을 섞어 놓으려 하나. 핀란드? 자꾸 핀란드를 예로 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한민국이 핀란드는 아니지 않나? 조건과 현실이 다른데 왜 자꾸 거기와 비교하나."

- 다양한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학생 인성 발달에도 좋지 않나.
"공부 못하는 학생들과 섞이기 싫다. 그 이야기는 이미 했다. 내 아이가 선택한 것이고, 그걸 뭐라 하지 말라."

"아이가 경쟁에 낙오한 걸 가지고, 왜 부모 경제 형편 따지나?"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한국교원단체연합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외고 교장들이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자료 사진)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한국교원단체연합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외고 교장들이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자료 사진) ⓒ 윤근혁

- 외고는 부자들만 가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서울 전체 외고생 6000여 명 중 기초생활수급권자 자녀는 10명뿐이다.
"그게 우리 잘못인가?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다. 복지를 늘려서 해결하면 된다. 왜 그런 이유로 외고를 때려잡으려 하나. 참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외고들도 사회 배려 대상자 전형을 실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아이든 부자 아이든, 경쟁이 중요하다. 경쟁에 낙오한 걸 가지고, 왜 부모 경제 형편을 따지나."

- 본인도 부유층에 속한다고 보나.
"아이 아버지가 작은 사업을 하고 있다. 사실 어렵게 살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제 형편은 상대적인 것 아닌가. 그냥 먹고 살만은 하다."

- 아이 외고 입학을 위해 몇 년 동안 얼마의 사교육비를 썼나.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약 5년을 준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외고 입시 사교육을 준비했는데, 이것저것 다 합치면 1개월 평균 100~150만원을 쓴 것 같다. 아마 다른 학부모들도 이 정도는 쓴 걸로 알고 있다. 현재도 물론 과외를 받는다."

- 외고 졸업생들이 KS라인(경기고-서울대)을 대체하며 사회의 지배층으로 부상하는 것 같다.
"능력 있으면 출세하는 건 당연하다. 모두들 그래서 노력하고 고생하는 것 아닌가. 어느 시대든 똑똑한 사람들이 그 사회의 지배층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외국 선진들도 마찬가지다. 외고 졸업생들이 특혜를 받아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능력대로 성공하는 걸 뭐라 하지 말라. 능력이 있으면 사회 지배층으로 성장하는 게 맞다."

- 오는 10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외고 개편안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다른 학부모들과 논의하겠지만, 우리도 싸울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식이 피해를 입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나.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싸움의 수위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 특목고 확대를 주장했던 이명박 정부의 실세 정두언 의원이 외고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니란 걸 정부가 입증해줬으면 한다. 지지자들이 '사기당했다'라는 기분을 갖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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