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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지휘자 선생님과 열정적인 청소년 단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냈다
 친절한 지휘자 선생님과 열정적인 청소년 단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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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토요일 1시. 충남 연기군 조치원 역. 한 은행 건물의 3층 사무실에 바이올린을 든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소중한 악기를 가슴에 꼭 안고 자기 자리를 찾아 앉은 청소년들은 지휘자 선생님의 지휘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자, 연주 시작해 봅시다."

잠시 후, 지휘자 김남진(49)씨의 말이 떨어지자, 청소년들은 바이올린의 현을 켜며 각자 맡은 파트 연주를 시작한다. '베사메무초'와 'SEASONS OF LOVE' 등을 연주하며, 주변 상가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인 이들은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음악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오케스트라를 이뤘다. 재밌는 사실은 단원 모두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생들이라는 것. 그저 음악이 좋아, 오케스트라가 좋아 몰려든 청소년들이다.

경찰행정학과 스무살 여대생, 고3 수험 생활을 앞둔 남학생, 단원 중 최연소인 초등학교 2학년 학생 등 단원 면면은 특별했다. 그렇기에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얼마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석란시향의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보다 극적인, 그래서 더 아름다운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양승규(18. 조치원고등학교2학년) 학생의 바이올린 연주
 양승규(18. 조치원고등학교2학년) 학생의 바이올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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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우리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드라마 속 오케스트라보다 우리가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연기군은 인구가 그리 많지 않는 곳이다 보니 음악을 하는 아이도 적어요. 그래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죠."

고등학교 2학년 양승규(18.조치원고)군은 작년부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오케스트라. 하지만 지금 오케스트라는 승규가 정말 하고 싶은 것 그 자체가 되었다. 승규군은 다가올 연주회 연습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지휘자의 현란한 손놀림에 맞춰 단원들은 '베사메무초' 연주를 이어간다. 1시부터 2시간 넘게 강도 높은 연습이 계속되지만, 연주를 하는 청소년들 표정에선 힘든 기색이라곤 없다. 초등학교 4학년 이지영(12)양은 밝게 웃으며 말한다.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생님에 맞춰 환상의 연주 시작하다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생님에 맞춰 환상의 연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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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들한테 많이 배우게 되고 자극도 되고 그래서 좋아요. 오케스트라 연습실에 오게 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갑내기 친구 최예림(12)양은 "우리 오케스트라는 너무 재밌어요. 지휘자 선생님이 너무 착하셔서 좋아요"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 말에 다른 청소년 연주자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학에서 음악 강의를 하는 지휘자 김남진(49)씨가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맡게 된 데는 감동 사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8월달이었을 거예요.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선생님으로부터 한 번만 연주하는 모습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케스트라를 찾게 되었죠. 그런데 와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열심히인 거예요. 이 아이들,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그후부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되었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지휘자 강마에가 석란시향을 맡은 것 뺨치는 감동 스토리. 그렇게 지휘자 김씨는 토요일마다, 타 지방에서 1시간여가 걸려 이동하는 고생을 감당하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다. 그는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대해, 처음엔 오합지졸(?)이었지만 지금은 일취월장,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대견해 했다.

위기 넘기고, 12월28일 환상 연주회 연다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시작은,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김옥환(47. 바이올린강사)씨가 2008년 8월, 제자들을 데리고 오케스트라를 만든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씨는 당시 연기군에 세종 특별자치시가 온다는 것이 화제여서 오케스트라 이름을 세종이라고 지었다며 밝게 웃는다.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12월 28일, 8시 연기 군민회관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걸어온 길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공연을 준비하기까지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연기군이기 때문에 음악하는 청소년들이 많지 않았고 단원들 학부모들은 비전공 학생들이 무슨 오케스트라냐며 반신반의 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1파트, 청소년 단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바이올린 1파트, 청소년 단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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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집중,집중 2시간의 연습 시간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다.
 집중,집중,집중 2시간의 연습 시간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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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한번 자그맣게 열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음악회를 지켜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그 후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팬 클럽도 생기고 적극 응원하고 있습니다." 지현주(41, 학부모)

2008년 10월 한 번 작은 음악회를 한 후, 상황이 변했다. 멋진 연주를 마친 청소년 단원들은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청소년들도 늘었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학부모들부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팬이 되었다. 

서울, 주변 청주 지역처럼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한 군청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었지만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연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2, 3만원씩 회비를 모아 전기세, 간식비를 대며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유지했다. 그리고 공연장소를 대관했다. 김옥환씨(47)씨가 말한다.

"인근 지역 청주만 하더라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어서 아쉬움이 있죠. 다행히 좋은 취지라며 한 은행에서 무료로 사무실을 쓰게 하고 있어요. 그래서 토요일마다 2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죠.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공연을 하게 되네요."

그렇기에 이번 12월 28일 공연은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키고 만든 이들에겐 남다른 의미다. 청소년 단원들은 공연에서 환상의 연주를 꿈꾸고 있다. 단원 김민주(16.조치원중)양은 멋진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환하게 웃는 양승규, 김민주 단원(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환하게 웃는 양승규, 김민주 단원(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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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친한 사람들을 전부 초대할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열정을 보여주려고요."

양승규(18, 조치원고)군도 멋진 꿈을 말한다. 지휘자 금난새씨가 지휘자로 있는 경기 필하모니 같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에 경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를 본 적이 있어요. 어려운 곡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여서 큰 감동을 받았죠. 저희도 그런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인구 8만의 작은 연기군에서, 한송이 금난초처럼 피어난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꿈을 향해 달리는 청소년들의 열정은 아름답다. 리얼 베토벤 바이러스를 꿈꾸는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12월28일 8시. 장소: 연기 군민회관



태그:#세종 청소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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