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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상현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건배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상현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건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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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지'였고 또 '정적'이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노 정치인들이 저녁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만찬에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동교동계 인사들을 초대해 만든 자리였다. 이날은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101일째이기도 했다.

만감교차한 양측 정치인들... YS, 김홍업 전 의원 손 잡으며 인사

굴곡의 현대 정치사를 거치며 뜻을 같이하기도 했고 또 때론 반목했던 양측의 인사들은 활짝 웃음을 띠며 인사를 나눴다. 여기저기서 감개무량하다는 듯 "아이구, 아이구…"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상도동계에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명윤 전 의원,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 박종웅 전 의원,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 특보, 이성헌·정병국·안경률 한나라당 의원, YS의 차남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30명이, 동교동계에서는 권노갑 전 의원, 한화갑 전 대표, 김상현 전 의원, 정대철 민주당 고문, 김옥두 전 의원, 문희상 국회부의장, 전병헌 민주당 의원, DJ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 60여명이 자리했다. 주호영 특임장관도 얼굴을 내비쳤다.

동교동계의 정대철 고문은 YS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형우 전 장관을 보자마자 "어이 형, 오래 간만이유"라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만찬을 주최한 YS는 이날 참석한 양측 인사 90여명에게 일일이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DJ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이 들어서자 그의 손을 잡아끌어 악수하며 "(내 옆에) 앉아요. 어제 현철이랑 만났지?"라면서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또 "큰 형은 아주 건강이 안 좋지?"라며 김홍일 전 의원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YS의 질문에 김홍업 전 의원은 "네, 회복되는 병이 아니라서…"라며 "그래도 작년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좋아졌습니다"라고 답했다. 김홍일 전 의원은 DJ 국장 기간 동안 파킨슨씨병 탓에 휠체어에 앉아 불편한 몸으로 장례식장을 지키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YS "감개무량... DJ와 나 아니었다면 아직도 군사독재 정권 하였을 것"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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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에서 YS는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동지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대단히 감개무량하다"며 "동지 여러분의 얼굴을 보면서 고통과 고난의 기나긴 민주화 투쟁의 시절이 떠오른다"고 회고했다.

YS는 "모두가 숨죽이고 있던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장한 각오로 무섭게 투쟁했다"며 "만일 김 전 대통령과 내가 협력하여 목숨 걸고 투쟁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는 지금도 아웅산 수지 여사가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고통 받고 있는 미얀마처럼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J의 서거에 거듭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YS는 "무엇보다 먼저 크나큰 정치가이자 정치사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뜻깊은 이 자리에서 동지 여러분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YS는 양측의 인사들에게 "이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 앞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만연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민주화의 동지들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통합'을 위해 다시 뜻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노갑 전 의원과 건배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권노갑 전 의원과 건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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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를 대표해선 권노갑 전 의원이 답사에 나섰다. 권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고 그 분을 그리워하는 동교동계 민주화 동지들을 위로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도 더욱 건강하셔서 부족한 민주화 동지들을 지도편달해 주시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권 전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민주화 동지들을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동지애를 확인함으로써 더더욱 감개무량하다"며 "훗날 역사는 두 분 대통령이 이룬 업적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면서 남긴 역사적 화두는 용서와 화해, 화합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동서화합을 위해 힘써 오셨다"며 "이제 우리 모두는 국민이 원하고 두 전 대통령이 원하는 동서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업씨 "아버님께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실 것"

김홍업 전 의원도 감사 인사를 했다. 김 전 의원은 "유족을 대표해 김영삼 전 대통령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아마 하늘에서 제 아버님께서 이 자리를 보고 계신다면 참으로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원은 "지난 1986년 아버지를 대신해 한국인권문제연구소를 하고 있을 당시, 교포 초청 환영 만찬에서 김 전 대통령 가족을 처음 뵈었다. 당시 현철씨의 활달하던 모습과 손주를 안고 계신 손명순 여사님의 인자하신 모습을 기억한다"며 "앞으로도 건강 보존하시고 만수무강 하시기를 빈다"며 YS의 건강을 기원했다.

양측 인사들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날 만찬의 의미를 되새겼다. 동교동계의 김상현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1일째를 맞이하는 날 동교동·상교동계를 한자리에 초대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린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건배한다"고 건배사를 했다.

상도동계의 김명윤 전 의원도 "동교동계·상도동계, 이 두 이름은 정치가 대한민국에 존재할 때까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될 것이다. 자손만대에 그 역사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빈다"며 잔을 치켜 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만찬'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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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건배사를 통해 "우리가 한때 현실적 정치의 이해관계로 대립적 관계에 있었지만 이것은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큰 명제 앞에서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최격인 상도동계는 여러면에서 동교동계를 배려했다. 만찬은 DJ의 서거를 애도하는 뜻에서 묵념으로 시작했다. 식단은 생전 DJ가 즐겨 먹었다는 광동식 상어 지느러미와 오룡해삼이 들어간 메뉴를 골랐다. 참석 인사도 상도동계는 30명으로, 동교동계의 절반 정도로 했다. 91인분의 밥값도 상도동 측에서 냈다는 후문이다.

이날 만찬 자리의 실무를 준비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101일 전에 우리에게 너무나 큰 슬픔을 남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며 "평생 그 분을 모시고 동고동락 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투쟁해온 동교동계를 위로하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만드신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시간 10분 동안 '화합의 건배'... YS "아주 좋다"

만찬은 2시간 10분동안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양측의 건배사도 끊일 줄 몰랐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앞자를 따서 "동상! 상동!"이라며 화합을 뜻하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준비한 와인 36병이 모두 비었다.

만찬장을 나서면서 YS는 "아주 좋았다"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만나 이렇게 흐뭇한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노갑 전 의원은 양측이 정기적으로 만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권 전 의원은 "동서화합과 민족통일을 위한 모임을 만들겠다"며 "연말쯤엔 내가 (YS와 상도동계를) 모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례화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태그:#동교동계, #상도동계, #김영삼, #김대중, #화합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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