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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한 연구소의 경영자 모임이 있어 참석했다.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행사주최 측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이끌어간다. 빨리 끝나고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식사가 진행되자, 다른 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이 각 테이블을 다니며 명함교환을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도 뒤따라 오며 명함을 건낸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그런 적극성이 부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나를 알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해서 하는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때 '명함'을 건내고 싶지 않다. '명함 있으면 주시죠'라고 하니 있으면서도 안드릴 수 없거니와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가끔 보면 어떤 사람은 '안가져 왔다'며 다음에 드리겠다는 말로 명함교환을 피한다.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

"아, 예"

 

명함을 보니 서울 인근에서 과일농사를 하시는 농장주다. 이같은 자리 경험이 많은 듯 이런 방식의 명함 교환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선입견이라 여기며 명함을 주고 받았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모임에서 내가 받은 명함의 '주인 얼굴'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그 분'으로부터 '과일구매'를 알리는 홍보용 우편물이 사무실로 도착했다. 신경 안쓰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들이 간혹 있을 때마다 피하고 싶어진다. 모임 자체보다는 모임을 통해 사람을 알고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근거지'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생활하면서 당연히 명함을 교환하고 자신의 업무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 가운데서 오히려 이렇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도 생긴다. '당장 이달 실적 때문에', '처자식을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본다면 다른 방법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인맥을 이런 식으로 다져가려 한다면 만나는 순간 인맥을 '부수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어느 정도 상호간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업무파악이 된 후 교류나 제휴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는 것이 순서라 본다. 명함 교환은 자신의 테이블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이야기 중에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을 약속하거나 하는 일의 교류를 위해 차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인맥,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시각을 지녀야 할 때다.


태그:#인맥,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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