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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그 어는 날인가 종달리 지미봉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이다.
▲ 노을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그 어는 날인가 종달리 지미봉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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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는 것만큼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온다.
오늘이 가는 것만큼 내일이 가까이 오는 것처럼,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는 것처럼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올해 맞이하는 겨울이 마지막 겨울이라면, 오늘 맞이하는 저 노을이 마지막 노을이라면 이렇게 보내거나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처럼 맞이하고 마지막처럼 보내는 날들 모두 소중한 날들이겠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내일'에 대한 믿음이기도 한 것이다.

그 어느 겨울날 썰물 바다에 눈이 내렸다.
▲ 겨울바다 그 어느 겨울날 썰물 바다에 눈이 내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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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바다는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 바다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도 다 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콘크리트 빌딩숲과 아스팔트 속으로 사라져버린 옛고향처럼 이제 우리의 강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녹색'이라는 말은 난무하는데 그 속에 '녹색'이 없다니, 그 가당치 않은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곧 자연스러움을 거스르겠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

왜 그리 되었을까?
사심이 들어가 있고, 욕심이 들어간 이들이 '살리겠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죽이고' 있는 현실에서 그 모순은 전혀 모순이 아닌 듯 치장을 하고 사람들을 현혹한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만이 그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똑똑히 볼 수 있을 뿐이다.

붉은 찔레 열매가 비이슬을 머금고 있다.
▲ 찔레열매 붉은 찔레 열매가 비이슬을 머금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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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아니 입동이 지났으니 겨울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이슬을 머금은 찔레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았다.

"너희는 왜 그리도 모르니?"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자연스러운 것을 촌스러운 것으로 몰아치고, 촌스러운 것을 미개한 것처럼 치부하며 맵시 나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달려왔는데 과연 당신들의 삶은 그리 되었는가? 그것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는 것만 같았다.

터 닦고 잘 살아가는 이들을 내쫓고, 법 없이도 살 수 있었을 사람을 범법자로 만드는 세상은 불법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권력을 주고, 불법도 법이라며 '법대로만!'을 외치고, 국민과의 약속은 표를 얻으려는 방편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지자들은 넘쳐나는 현실을 보면서, 힘을 모아도 그 불의한 음모를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이들을 보면서 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했다.

너무 비관적이고 너무 불순한 생각일까?

날이 추워지면서 이끼의 푸름이 짙어진다. 그 푸른 이끼 사이로 이끼의 삭이될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 이끼 날이 추워지면서 이끼의 푸름이 짙어진다. 그 푸른 이끼 사이로 이끼의 삭이될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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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옷깃을 여밀만한 추위가 다가오니 땅이 옷깃을 여미고 싶은지 지의류(地衣類)의 일종인 초록의 이끼를 내어놓기 시작한다. 비썩 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던 것들이 추위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힘을 얻어 초록의 빛을 더하며 부풀어 오르고, 어찌 그 추운 겨울을 나려고 새싹을 올리고 있다. 흰 눈 쌓인 겨울에도 당당한 초록생명을 보며 희망을 품으라고 하는 것일까?

텅 빈 숲 낮은 곳에는 지의류와 낙엽이 두툼하게 자리 잡고 열을 만들어낸다. 그 열로 말미암아 떨어진 씨앗들과 겨울을 나는 뿌리들이 얼어 터지지 않는 것이다. 그 역시도 자연의 신비요 섭리이다.

이 섭리를 따라 살아가면, 자연의 순환에 자기의 몸을 맡기고 자연인으로 살아가면 거침이 없을 터인데, 그 길에서 벗어난 삶이 인간을 자연의 걸림돌로 만든 것이다.

그 어느 겨울 성판악 방면에서 백록담으로 향하는 길에 담았다.
▲ 한라산 그 어느 겨울 성판악 방면에서 백록담으로 향하는 길에 담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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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을 오르는 것은 큰 매력이다.
텅 빈 숲 사이로 산의 골격을 제대로 볼 수 있기도 하고, 여느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산의 실핏줄 같은 나무의 줄기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계절의 산이나 그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으며, 그 계절마다 고마워할 이유가 있다.
이렇게 속살을 다 보여주어도 아름답고 장엄한 산처럼, 우리네 삶도 매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춘다고 온갖 선한 미사여구를 다 사용하고, 가장 선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추잡함이 다 드러남에도 정작 자신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벌거숭이 임금과 무엇이 다를까?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우리의 현실이 너무 부끄러워 마음이 무겁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라산, #겨울바다,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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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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