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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완구 충남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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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수정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보고 자리에서 "세종시의 대안은 원안보다는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기준으로 ▲ 국가경쟁력  ▲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 ▲ 해당 지역의 발전 등 3가지를 제시하면서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의아한 것은 이완구 충남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수정 방침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 지사의 이 대통령에 대한 맹신에 가까운 믿음은 끝이 없습니다.

지난 9월 9일 이 지사는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세종시 수정 발언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충청의 영혼'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해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부 참모들이 총리 내정자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에 대한 이완구 지사의 끝없는 믿음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통해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세종시 수정 방침을 구체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지사에게는 언론의 '추론'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추론을 근거로 현직 지사가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현직지사가 (대통령에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여기까지는 '대통령의 공식 언급'이 없었으니 개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원안수정 방침을 공식화했음에도 여전히 '추론'을 내세우는 이 지사의 태도는 세종시를 대하는 진정성마저도 의심스럽게 합니다.  

이 지사는 4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밝힌 세종시 수정 방침을 맹비난했습니다. 이 지사는 정 총리에 대해 "겨우 3개월 남은 내년 1월까지 최종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대안과 방향도 없이, 심지어 소신도 없이 '국가대사'를 언급했었느냐"고 따졌습니다.

언론 보도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지난 10월,  충청지역 정치,시민단체, 연기주민들이 국정감사에 맞춰 충남도청 앞에 모여  세종시 수정입장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0월, 충청지역 정치,시민단체, 연기주민들이 국정감사에 맞춰 충남도청 앞에 모여 세종시 수정입장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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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오늘 발표는 총리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대통령의 생각은 여전히 (원안추진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이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읽기까지 했으나 이 지사는 "언론 보도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에 대해서는 "이 문제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 부담이 얼마나 크겠느냐, 대통령을 보필할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 수정론의 진원지를 이 대통령이 아닌 정 총리 개인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지사가 총리와 한나라당 의원, 경기도지사를 '예의 없이' 때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유독 이 대통령에게만은 '믿음'과 '예의'를 내세워 자세를 낮추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는 도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도민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접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도민들은 이 지사가 정 총리에게 "그동안 대안과 방향도 없이 '국가대사'를 언급했었느냐"고 따지듯 이 대통령에게도 "그동안의 세종시 원안추진 약속은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술수였느냐"고 몰아붙이는 '도민에게 예의 바른 도백'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이 지사가 언제까지 믿음과 예의로 대통령을 대할지 여부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태그:#이완구, #충남지사, #세종시,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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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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