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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이쁜 준석 군, 말없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이준석 군 눈이 이쁜 준석 군, 말없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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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도 많이 했고 나쁜 생각도 하고 한 3개월 동안은 정신을 못 차렸어요."

아들이 백혈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는 한 아버지의 말이다. 익산시 오산면에 살고 있는 이준석(7) 군은 희귀난치성 질환(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봤다.

지난 27일. 익산시청 홍보실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오산면에 거주하는 이준석군에 대해 알고 있느냐"라는 것. "알고 있었다"고 말하자 한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같이 찾아가 봤으면 한다고 말했고 필자도 만나기로 하고 찾아 나섰다.

필자는 사실 2주일 전에 희귀난치성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이해석 목사로부터 듣고 취재하기로 약속했었으나 감기 기운이 있어 연기를 하고 있었다.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혹시나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 감기라도 옮기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만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받질 않아 일단 오산면사무소로 찾아가 담당 직원의 안내로 집을 무작정 찾아갔다. 마침 집에 이성복씨의 장모가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병원에 정기검사를 받으러 갔다고 했고 전화기는 고장이 나서 받질 못했다고 한다.

장모는 "어느 날 준석이를 안고 있었는데 손과 발에 핏기가 없어 황달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병원에 가보라고 했는데 백혈병이라고 하더라"며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것 저것 물어 본 후,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집을 나섰고 면사무소에 다시 도착한 시점에 담당 직원에게 이성복 씨의 전화가 왔다. 약 1시간 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그리고 이성복 씨를 면사무소에서 만나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준석이가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원망도 많이 했고 나쁜 생각도 하고 한 3개월 동안은 정신을 못 차렸어요"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성복 씨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고 지난 해 11월에는 약 7000여만 원을 빌려 식당을 차려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막내 아들인 준석군이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

식당을 계속 운영하면서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준석군의 어머니가 '만성 바이러스 B형 간염 보유자'이기에 준석군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일마저 할 수 없는 상황. 즉, 병원에 출입할 수 없다보니 결국 이성복씨가 대신 병원에 있어야 했고 급기야 식당은 빚을 지고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간병을 위해 약 1억 원의 빚으로 늘어났고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의료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매월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집도 없는 상황이 되자, 이성복씨는 처가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중이다.

▲ 백혈병을 앓고 있는 준석이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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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간암 재발했으나 고혈압과 당뇨로 인해 간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와 처가 모두 아픈 관계로 생업을 위해 일할 수 없는 처지다보니 아이가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을 때에는 일용직으로 나가 돈을 벌고 있지만 한 달에 버는 것은 고작 20여만 원.

이성복씨는 "그래도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같은 병실에 있던 아이들이 골수가 없어 결국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는 광경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라며 "준석이는 쌍둥이 형인 준희하고 골수가 맞아 다음 달 11일부터 치료받으며 골수 이식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비가 문제다. 약 6000여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가 없으면 아무리 골수가 있다고 해도 불가능한 상태. 다음 달 11일부터 전남대병원으로 옮겨 치료와 함께 수술을 하기로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수술비는 국가에서 지원되지 않는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제 겨우 7살인 이준석군. 천진난만하고 눈망울이 이쁜 준석이에게 앞으로 꿈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안한다. 아니 대답할 수 없는 처지임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소원이 있다고 한다. "제 소원은 병에서 빨리 낫는 것" 맞다. 병이 낫지 않는다면 커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벌써 알아버린 것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준석이는 빨리 가자고 보챈다. 그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는 천진난만한 아이 준석이. 인터뷰를 마치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빠와 아들의 뒷 모습에서 아련한 아픔이 밀려왔다.

한편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익산 영만초교 한 학생이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상금 20만 원을 오산면사무소로 찾아가 기탁하기로 했다는 말에 도움의 손길이 어린이부터 시작되고 있다.

경기가 어렵고 살림이 힘들지라도 어린 한 생명을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시기다. 준석 군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리고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 본 필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 다음뷰, 판도라TV



태그:#백혈병,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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