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대강 사업 중 2조2천986억원을 들여 96개의 저수지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합니다. (마스터 플랜 중에서)
▲ 2조2천986억원을 들여 96개 저수지 증고 4대강 사업 중 2조2천986억원을 들여 96개의 저수지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합니다. (마스터 플랜 중에서)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4대강 사업 일환으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고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2조2986억 원을 들여 96개 저수지 둑을 높이는 것으로 2.5억 톤의 물을 추가 확보한다고 합니다. 호수와 가뭄 피해를 예방하고 더불어 농업용수까지 확보한다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훌륭한 사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2조2986억 원을 들여 96개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일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그토록 절실한 것일까요? 또 이렇게 하면 과연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가 있을까요.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국에 1만7732개의 농업용 저수가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저수지는 전국 1만7732개의 저수지 중 약 0.54%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저수지의 둑을 높여봐야 홍수 조절 능력은 그야말로 무시할 수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별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저수지 증고(둑높임)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은 농업용수가 부족한 곳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면적이 작거나 물이 부족해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운 지역은 이 사업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전체의 1%도 못 되는 저수지 둑 높인다고 홍수가 해결될까요?

사실 저수지 증고 사업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농림부는 지난 10년간 개당 평균 약 2억 원을 들여 총 327개의 저수지 둑을 높이는 개량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96개 저수지에 총 2조 2986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입니다. 저수지 하나당 평균 239억 원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이는 그간 농림부가 저수지 증고사업에 들여왔던 비용의 119개가 넘습니다.

만약 농림부가 평년대로 이 예산을 집행한다면 무려 1만 1493개의 저수지 증고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홍수와 가뭄을 확실히 대비하고 농업용수를 해결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낙동강 준설로 인해 사라질 낙동강의 비경입니다. 그러나 전국의 저수지 개량사업을 통해 물부족과 홍수예방을 한다면 국가 경제도 살리고 4대강도 살게됩니다.
▲ 4대강사업으로 훼손될 낙동강의 최고 비경 - 경천대 낙동강 준설로 인해 사라질 낙동강의 비경입니다. 그러나 전국의 저수지 개량사업을 통해 물부족과 홍수예방을 한다면 국가 경제도 살리고 4대강도 살게됩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바로 여기에 4대강을 죽이지 않고도 물 부족과 홍수를 예방하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정부는 22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4대강 준설과 영주댐 지리산댐 등을 건설하고 96개의 저수지 증고를 통해 13억 톤의 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국 저수지의 총 저수량은 35억 6천만 톤입니다. 만약 정부가 둑을 높이는 데 투입하는 예산을 전국의 저수지에 골고루 분산해 사용한다면 13억 톤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저수지 중 약 70%는 축조한 지 50년이 넘은 낡은 시설로 누수에 의한 물 손실과 퇴적에 의한 저수량 감소 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낡은 저수지의 준설과 둑 개량사업을 실시하면 안전은 물론, 홍수 조절이나 물 부족 해결, 그리고 도시인을 위한 친수 공간 확보 등의 여러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4대강을 죽이지 않고 적은 비용의 저수지 개량 사업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국 17.5% 농경지가 오염된 물로 농사 중

지금 대한민국의 물 문제는 '물 부족'이 아니라 '썩은 물' 해결입니다. 본 기자가 입수한 농림부의 한 보고서에 국내 저수지의 실상이 잘 나와 있습니다. 전국 1만 7732개의 저수지 중 농업용수 기준인 COD 10ppm을 넘는 곳이 약 260개(저수량 약 4.5억 톤)에 이르고 있습니다. 숫자로는 약 1.5%에 해당되는 숫자이나, 농경지의 수혜 면적으로는 17.5%에 해당됩니다.

농림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60개의 저수지가 농경수 기준을 넘어선 썩은 물입니다. 이런 썩은 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4대강 사업에는 정작 이런 물 살리기 비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썩은 물보다 맑은 물이 더 중요합니다.
▲ 전국 저수지 260개가 썩은 물이다. 농림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60개의 저수지가 농경수 기준을 넘어선 썩은 물입니다. 이런 썩은 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4대강 사업에는 정작 이런 물 살리기 비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썩은 물보다 맑은 물이 더 중요합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퇴적물로 가득하여 썩어가는 저수지 현실. 좌측 부유물 위에 외가리, 우측엔 흰뺨검둥오리가 떠 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저수지의 현실입니다.
▲ 오염물로 가득한 저수지 퇴적물로 가득하여 썩어가는 저수지 현실. 좌측 부유물 위에 외가리, 우측엔 흰뺨검둥오리가 떠 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저수지의 현실입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국 17.5%의 농경지가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이고, 더러운 물로 농사지은 오염된 농산물을 전 국민이 먹고 있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농경수의 오염 문제는 사실 더 심각합니다. 농림부의 저수지 수질 검사는 대체로 표층수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오염물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표층수보다 심층수의 오염이 더 심각합니다. 문제는 농민들은 주로 표층수보다 심층수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심층수로 수질을 검사한다면 농업용수 기준을 벗어나는 저수지는 260개가 아니라 훨씬 더 심각해 질 것입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맑고 깨끗한 물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물을 맑게 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지난해 약 3억여 원의 비용으로 오염된 저수지를 정화하는 현장을 직접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저수지에 가라앉아 있던 오염물들이 떠오른 모습을 보며 썩어가는 국내 저수지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썩은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은 오염물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장면입니다. 전국의 저수지 오염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수질 개선은 관심없고, 썩은 물 확보만 열심입니다.
▲ 썩은 물 가득한 저수지 수질 정화 현장 썩은 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은 오염물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장면입니다. 전국의 저수지 오염이 이렇게 심각한데 정부는 수질 개선은 관심없고, 썩은 물 확보만 열심입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직접 저수지에서 떠오른 오염물을 파보니 상당한 두께입니다. 저수지 바닥에 이런것이 쌓여있으니 수질이 정상일 수가 없지요. 저수지 수질 개선이 시급합니다.
▲ 이게 대한민국 저수지의 현실입니다. 직접 저수지에서 떠오른 오염물을 파보니 상당한 두께입니다. 저수지 바닥에 이런것이 쌓여있으니 수질이 정상일 수가 없지요. 저수지 수질 개선이 시급합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수질 개선사업으로 저수지 하나당 5억 원의 비용을 책정한다면, 약 4596개의 저수지의 물을 맑게 할 수 있습니다. 좀 크게 책정하여 저수지 하나에 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다면 약 2298의 저수지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농경수 기준을 벗어난 260개의 저수지는 물론이고, 전국의 많은 저곳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저수지 둑 높임 공사가 홍수예방과 가뭄대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국 100개의 홍수 취약 저수지 중 4대강 둑 높임 공사에 포함된 곳은 겨우 22개에 불과하며, 전국 가뭄 취약 저수지 65개는 이번 4대강 저수지 둑 높임 공사에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가 홍수와 가뭄 대비라는 명목으로 국민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물' 보다 '맑은 물'이 더 시급합니다

특히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수질을 2등급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둑을 높이는 저수지 96개 중 1등급 수질은 12개, 2등급 수질 25개 등 2등급 이내는 총 37개에 불과하고, 4대강 2등급 수질 기준을 넘어서는 3등급 24개, 4등급 30개, 5등급 3개, 그리고 5등급을 넘어서는 저수지도 1개가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는 저수지 수질 정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96개의 저수지 중에 4대강 수질 기준 2등급을 벗어나는 59개에서 썩은 물을 방류한다면 강의 오염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될 뿐입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입니다.

'맑은 물'이 '많은 썩은 물'보다 더 시급한 한 이유도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농민들의 생산량 증가를 위해 맑은 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환경부 산하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수질 COD 8~15ppm의 오염수로 농사지으면 벼 수확량이 5~10% 감소된다고 합니다.

오염수로 농사지으면 벼 수확량이 감소된다고 밝힌 환경부의 자료입니다.
▲ 수확량 감소, 국민 건강 훼손하는 오염 저수지를 방치하는 정부 오염수로 농사지으면 벼 수확량이 감소된다고 밝힌 환경부의 자료입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맑은 물로 농사지으면 벼 수확량이 더 늘어날 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로 농사지은 쌀은 벼 수매가도 훨씬 더 높은 현실입니다. 농민들에게 이중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뿐 아니라 국민들도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저수지 증고사업은 농업 죽이고 농민 내쫓는 사업

지금 경남 밀양시 산내면 가인리의 한 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저수지 증고 사업으로 인해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이 마을은 봉의 저수지 둑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인데, 저수지 수량 확보를 위한 둑 높임 공사 때문에 마을을 송두리째 몰수당할 처지인 것입니다.

저수지 둑 증고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마을 전경입니다. 외국 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국가 권력에 의한 테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다음의 지도에서 스크랩)
▲ 봉의 저수지 증고사업으로 쫓겨나는 농민들 저수지 둑 증고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마을 전경입니다. 외국 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국가 권력에 의한 테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다음의 지도에서 스크랩)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저수지의 둑을 높이기 위해 '기존체제 덧쌓기', '기존체제 후면 덧쌓기', '하류부 후면 덧쌓기' 등의 세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수지 주변에 살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96개의 저수지 증고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나는 주민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4대강 마스터 플랜에 나오는 저수지 둑 증고 방법입니다. 무리하게 저수지 둑을 높이게 되면  주변 지역 농민들이 쫓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 저수지 둑을 높이는 방법 4대강 마스터 플랜에 나오는 저수지 둑 증고 방법입니다. 무리하게 저수지 둑을 높이게 되면 주변 지역 농민들이 쫓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 최병성

관련사진보기


홍수예방도 못 되고, 가뭄대책도 되지 않고, 농업용수 공급도 아니면서 2조2986억 원의 혈세만 낭비하는 4대강 농업용 저수지 증고사업이 힘없는 농민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국민 가슴에 못 박는 이런 일이 벌어져야하는 것일까요?  

4대강 사업 중 96개 저수지 증고사업은 혈세 낭비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겐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합니다. 전국 1만7천여 개의 저수지 개량 사업, 지역 현황에 맞게 올바로 하면 4대강을 죽이지 않고, 22조 원의 혈세 낭비하지 않고 물 부족 해결, 홍수 예방, 친수 공간 확보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태그:#4대강 죽이기, #4대강 사업, #4대강 살리기, #저수지 증고, #이명박 대통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길 사모하는 한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님들께 하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