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 화장실에선 볼일을 안 봐요. 화장지도 없고 더러워요. 친구들 대부분도 화장실에서 소변만 보는 정도예요. 그래서 정말 급할 때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화장지를 구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학교 화장실이 더러워서 가기가 싫어요. 그래서 볼일이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있다가 집에 가서 봐요. 화장실에 화장지도 없고, 비누도 없어요. 그래서 정말 급하고 화장지가 필요할 때는 교직원 화장실에 가서 그냥 가져 오기도 해요."

인천의 ㅅ중학교에 다니는 이아무개(16) 군과 ㄱ중학교에 다니는 최아무개(15) 양의 학교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다.

초·중·고등학교의 화장실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용역 직원 1인당 담당하는 변기수가 100개가 넘지만 급여는 평균 51만원에 불과했으며, 학생들을 위한 화장실의 화장지와 비누 등 위생용품 비치는 아주 미비했다.

청소용역 직원 평균 급여는 51만3232원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시)이 전국 16개 광역시·도 525개 초·중·고등학교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화장실 실태 자료를 최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변기 1개당 평균 8.9명의 학생이 사용하고 있었으며 부산이 7.6명, 울산 8.1명 순으로 타 시도에 비해 가장 나았고 경기 10.7명, 충남 10.3명으로 타 시도에 비해 가장 열악했다. 인천은 9.2명으로 하위 수준이었다.

조사한 학교의 80.5%(428개교)는 학교에서 청소용역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학교 당 청소용역 직원의 수는 평균 1.3명이었다. 직원 1인이 청소하는 평균 변기 수는 101개에 달했다. 울산은 1인당 138개로 가장 많이 청소했으며 대구는 127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인천은 106개로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청소용역 직원에 지급되는 평균 급여는 51만3232원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었다. 특히 급여가 590만원도 안 되는 학교 수가 20.1%(86개교)에 달했으며, 충북·대전·전북·전남·광주·경남 등 6개 광역시·도는 평균 급여가 50만원이 채 안됐다. 가장 적은 급여를 주는 전북은 평균 급여가 22만3958원에 불과했다.

인천 계양구의 ㅅ초교는 1124명이 사용하는 변기가 200개나 되지만 청소용역 직원 수는 1명에 불과했으며, 118개의 변기를 사용하는 서구의 ㅅ초교는 청소용역 직원 1명이 주 5회 청소를 하지만 급여는 60만원에 불과했다. 2인이 돌아가면서 청소하는 경우는 1인 당 41만원의 급여를 받는 학교도 있었다.

학생들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불결한 화장실

학교 화장실의 열악함은 화장실 관련 위생품 구입비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났다. 조사 학교별 2009년 1학기의 화장지·비누·세제·청소용품 등 화장실 관련 소모품 구입 금액을 분석한 결과 학교별 평균 60만 1598원에 불과했다. 학생 1인당 소요된 금액으로 환산하면 603원에 그치는 것이다.

제주도는 1학기 화장실 소모품 비용이 1인당 947원으로 가장 높았으나 인천은 1인당 407원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인천 남동구의 ㄷ고교는 1678명이 생활하지만 1학기에 구입한 화장실 소모품 비용은 0원이었으며, 1691명이 생활하는 계양구의 ㅅ중학교는 1학기 동안 락스 구입비로 단 5만원만을 지출했다. 그나마 남동구의 ㅅ초교가 화장지·비누·세제 등의 구입비로 1인당 2000원, ㅅ중학교가 1인당 1350원을 구입해 인천에선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전체 조사결과를 보면 1학기 동안 학생 1인당 100원 미만의 화장실 소모품비를 사용한 학교는 조사대상 전체 525개교 중 57개교인 10.9%를 차지했으며 그중 30개교는 한 한기 동안 소모품을 아예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중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화장실에 비누·화장지 등이 없다는 것이고 불결한 화장실 때문에 고충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지하철,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 비해 학생들이 가장 오래 생활하는 학교 화장실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화장실은 학생들이 위생관념과 생활습관을 경험하고 습득하는 공간이기에 학교와 교육청은 쾌적한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면서 학생들이 공중도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태그:#학교 화장실, #안민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