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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제일 싫었다. 그 다음이 학교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와 군대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군대 가서 학교를 바라보니 군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난 통제되고 억압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서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진짜로 급해졌다. 외모며 성격까지 나를 꼭 닮았기 때문이다. 분명 학교 가기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억압된 분위기는 아니겠지!'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운영위원이라는 직함으로 학교에 갔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에 가서 깜짝 놀랐다.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군사문화가 판을 치던 때 유행하던 '꼴아박아' 식 분위기는 아니지만 '경쟁'과 '차별'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연립주택에 사는 아이로 나누어져 있고 시간과 여유가 있어서 치맛바람이라도 날릴 수 있는 부모를 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 또 나누어져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은 뻔히 보이는데 운영위원이란 신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가 운영위원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축소해 놓은 꼴이었다. 결국 교육에 대한 커다란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한 고쳐질 수 없는 문제였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과연 누가 바꿀 수 있을까? 당연히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8일 오전 10시, 정치인들(교육 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국정감사가 열리는 경기도 교육청에 갔다. 도대체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습게도 우리 교육이 어째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교육에 관심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한마디로 '젠장 국감' 이다. 자! 이제 '젠장 국감'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의원들 국감 때려치우고 '의사진행발언' 하느라 '비지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정감사는 끝내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국감은 열리지 않았지만 국감에 버금가는 뜨거운 '의사진행발언' 설전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국정감사 하느라 비지땀을 흘린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의사진행발언'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쟁점은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증인으로 세우는 문제다.

 

정운찬 총리를 국감 증인으로 세우는 문제는 어제(7일) 교과부 국감에서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여야 의원 간 입씨름이 오갔으나 간사 협의를 통해서도 합의하지 못한 일이다. 두 사람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야당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여당이 팽팽히 맞서며 국감 자체가 하루 종일 열리지 못했다.

 

교육과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운찬 총리가 국립 서울대에 재직하면서 억대의 돈을 외부에서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났는데, 당연히 국감에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인사 청문회도 끝났는데, 교과위가 왜 갑자기 총리를 부르느냐,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경기도는 김 교육감 추진하려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예산 전액 삭감했고 16개 시·도 모두가 하지 않는 도 교육국을 교육청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설했다"며 "경기도가 교육국 신설을 강행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이유가 뭔지 따져보고 확인해서 국민에게 알리는 게 국회의 사명"이라며 김문수 지사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이면 의사진행 발언만 해 달라. 관계없는 얘기 하면 위원장이 제지해야 한다. 증인 채택 문제 정말 필요하면 정회하고 다시 논의해서 증인 채택 하면 된다"고 맞섰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정운찬 총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정감사 진행할 수 없다. 거짓말 하는 총리, 부도덕한 총리, 언행 불일치하는 총리 문제는 국회에서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경한 주장을 펴자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 "왜 청문회 통과된 일 계속 거론하느냐"며 권 의원이 발언하는 도중 끼어들었다.

 

핵심사안인 '경기도 교육국'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자리가 아닌 국회의원들 '말잔치' 자리에서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그동안 과에서 해 오던 교육지원사업을 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매우 전향적 조치다. 적법 절차에 따라 설치된 만큼 존중돼야 한다. 이 같은 진실을 왜곡해 마치 도가 교육행정을 대신하려는 것처럼 비춰지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하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금 내가 여당 간사의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도지사 대변인의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의심된다"고 맞받았다.

 

이종걸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입씨름이 길어지자 안민석 민주당 간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감사 시작 1시간30여분 만인 오전 11시55분 정회를 선언했다. 여야 간사는 정회 직후부터 약 1시간 동안 정 총리와 김 지사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문제를 협의했으나 논란 끝에 결렬됐다.

 

말 많고 탈 많은 경기도 교육 문제 책임자들 모두 나오길 원했지만

 

경기도 교육 핵심 쟁점인 무상급식, 교육국 설치 문제와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나와 '말싸움'을 벌이길 원했다.

 

말 많고 탈 많은 경기도 교육 핵심인물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얼굴을 맞대고 시원하게 '말싸움'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또 무상급식 예산을 반 토막 낸 경기고 교육위원과 그 예산마저 깡그리 삭감한 경기도 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떤 변명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 김문수 지사는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않았고 교육청 교육위원들은 채택됐지만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또 경기도 의회 의원들은 '증인채택'에 사퇴서를 내며 강하게 반발, 결국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김문수 지사와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 의회 의원들이 '진보교육감'을 흔들기 위해 교육협력 사업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김상곤 교육감이 좌파 사회단체 지지를 받아 당선됐고 전교조와 교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상반된 주장이다. 억지스런 면도 있고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면책 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 아니면 공개적으로 하기 힘든 주장이다. 하지만 주장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장할 수 있다. 단 국정감사에서 본인들 주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김진표 의원은 한나라당이 어떤 식으로 교육감을 흔들어서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 조전혁 의원은 '좌파 사회단체'가 도대체 누구인지 김 교육감을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또 김 교육감이 그들에게 어떤 특혜를 줬는지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국정감사 모습이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행복'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받은 사람 대부분이 이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가 않다. 행복할 줄 아는 아이가 커서도 행복할 확률이 높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 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다. 그러려면 옆에 앉아 있는 친구와 피 흘릴 정도로 서로 경쟁하지는 말아야 한다. 또 어떤 식으로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변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어른들이. 

 

경기도 교육청 국정감사가 파행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교육이 어째서 나날이 후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교육엔 별 관심 없고 당리당략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우리 교육은 절대 앞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결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기분 나쁜 하루다.


태그:#경기도 교육청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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