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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과 14일,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과 대흥 어린이집에서 "신종플루,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강좌가 열렸다. 강사는 임석영(가정의학과 전문의) 행동하는의사회 대표이다.

 

 

국민의 영혼을 잠식하는 정부

 

한 어머니가 이렇게 묻는다. "유정란 많이 먹으면 신종플루 안 걸리나요?" 물론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아무렴 유정란을 많이 먹는다고 신종플루에 안 걸릴까.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용기를 내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불안감은 일차적으로 신종플루의 높은 전염성에 기인한다. 임석영 대표는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그동안 사람에게 노출된 적이 없는 신종바이러스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여 밀접한 접촉자에게 손쉽게 전파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전체 인구의 20~40%가 감염되고 5천 명에서 최대 1만 5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신종플루는 치명적인 전염병은 아니다. 임석영 대표는 "변이에 의해 병독성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으나 현재 신종플루 사망률은 매우 낮아서 일반 독감보다 약간 높은 정도인 0.1~0.2%로 추정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경증의 임상 경과로 7일 이내에 자연 치유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인위생관리를 강화해 지역사회 감염을 사전에 최소화하고 백신과 치료제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국민이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국민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의약품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 발동해야

 

정부는 현재 531만 명분의 치료약이 있으며 앞으로 500만 명분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실 지금 당장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치료약은 지난 2004년부터 비축해온 254만 명분이 전부다. 다만 10월까지 280만 명분을 확보한다는 계약을 해 둔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추가 확보량인 500만 명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전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치료약을 확보하고 있다.

 

임석영 대표는 "필요하다면 의약품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 당연실시)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약품 강제실시란 국가의 비상사태 및 긴급 상황, 그리고 공공의 비영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의약품의 특허권을 강제로 정지 조치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국내 10여개 제약사는 타미플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원료확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약품 강제실시는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하는 권리로 지난 911 테러 이후 독일의 바이엘사가 갖고 있던 탄저균 치료제 특허권에 대해 미국이 강제실시를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캐나다는 강제실시하여 자국 제약회사에 생산을 지시했다.

 

"열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만능은 아니다. 내성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신종플루 확진자 중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타미플루 투약을 권고하고 있다. 임석영 대표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전염을 막기 위해 자기 집에서 '자택격리'치료를 받는 것이며 정부는 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참 현실적인 문제이다. 당장 한 어머니가 자기 경험을 밝혔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출근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이가 열이 있어서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말이죠. 그런데 어떻게 합니까. 저는 이미 출근했는걸요. 우리 아이는 누가 돌봐야 하나요."

 

다행히 그 어머니는 월차를 쓰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임석영 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도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가 가능해야 하고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병원에서 쫓겨난 환자, 보건소밖에 갈 곳 없더라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8월 23일 기준으로 밝힌 신종플루 감염자는 20만9438명이고 사망자는 2185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 지역과 아메리카 지역의 수치이다. 전 세계 사망자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카 지역의 사망률은 1.7%로 유럽 지역의 0.2%에 비해 무척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의료 인프라와 공중보건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임석영 대표는 "멕시코의 경우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높아 저소득층과 노인들이 병원을 찾지 못해 초기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반면 영국의 경우 치료제인 타미플루도 많이 확보했고 공공의료체계나 개인위생상태가 좋아 사망자 비율이 낮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사태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 의료민영화가 가당하기나 한가. 대학병원에서 쫓겨난 환자가 갈 곳은 결국 보건소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병원에 경쟁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지역거점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을 강화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자는 마포어린이센터 공룡발톱 교장입니다.


태그:#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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