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일산  CGV 홈페이지 내 CGV 일산 전경

▲ CGV일산 CGV 홈페이지 내 CGV 일산 전경 ⓒ CGV


벌써 세 번째다. 10분씩 세 번이니까 총 30분이나 된다. 30분이면, 회사 출근시간으로 3000원의 지각 벌금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집에서 빈둥거릴 때조차 라면 하나 끓여 먹고 과일로 입가심 하고도 남는 1800초란 말이다.

거창하지만 진심으로 윤리적인 영화 보기의 실천을 위해서라도 멀티플렉스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CGV는 입장 수익의 60% 이상을, 2주 이상 장기 상영 시 그 이상을 가진다.) 하지만 어제처럼 엄마를 모시고 극장에 가는 날이면,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멀티플렉스를 선택하게 된다. 개성 넘치는 작고 아담한 극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 땅에 사는 불행 중 하나다.

영화 시작시간 10분이 지나도록 광고 상영 중이라니

CGV 일산에 5시 50분 영화를 예매했다. CGV에 도착한 시간이 45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언제나처럼 상품 광고가 쉼 없이 이어졌다. 좀 있자니 개봉 예정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다. '아, 이제 시작하는구나' 싶어 시계를 보니 5시 50분. 관람 티켓에 버젓이 찍힌 영화 시작 시간이다. 어라, 광고는 다시 나왔다. 손목시계를 탁탁 쳤다. '이건 아니잖아! '.

곧이어 비상시 탈출 방법과 영화관람 에티켓이 이어졌다. 더는 안된다며 이를 앙, 물었다. 다시 광고다. 시계는 6시를 가리켰다. 애*콜과 S*텔레콤 광고가 마지막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지털 파일의 사고로 1, 2분 가량이 더 지체된 후 영화는 시작됐다.

CGV 홈페이지 CGV 홈페이지 캡쳐화면

▲ CGV 홈페이지 CGV 홈페이지 캡쳐화면 ⓒ CGV


광고와 예고편 뒤죽박죽 뒤섞여, 교활한 속임수

이건 분명하게도 교활하게 머리를 굴려 이룬 10분이다. 광고와 예고편 그리고 관람 시 주의사항을 비상하게 뒤섞은 건 지루해 할지 모를 관람객의 심리를 움쳐 잡고자 함이다. 극장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굉음에 가까운 광고는 폭력과 같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자체 수주한 광고에 순진한 관객의 시간을 잡아먹는 건 '사기'일지 모른다.

대개는 이렇지 않나. 영화 시작 최소 10분 전에는 좌석에 앉아 예고편도 감상하고 리플렛도 읽으며 마음을 정돈한다. 어쩌다 늦게 돼 오픈 크래딧이 지난 후 입장했다면 뒤쪽 빈자리에 겨우 앉거나 스크린이 밝아지기를 기다려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자리를 찾는다. 이건 약속한 시간을 엄수하는 극장의 원칙에 대한 관객의 예의이면서 나 외의 관객을 위한 보통의 배려다.

이렇게 극장과 관객의 의무가 조화를 이룰 때 극장 나들이는 감탄의 느낌표로 마칠 수 있다. 지금의 CGV는 절대 다수의 스크린을 앞세운 권력으로 애꿎은 관객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는 꼴이다.

CGV 홈페이지 CGV 홈페이지에 기재한 문제제기에 대한 CGV측 답변이 올라왔다.

▲ CGV 홈페이지 CGV 홈페이지에 기재한 문제제기에 대한 CGV측 답변이 올라왔다. ⓒ CGV


CGV측 '극장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의 하나일 뿐'

그 날 이후, CGV 홈페이지에 위의 문제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CGV측 답변도 받았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정석의 설명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물론 '영화 시작 후 늦게 입장하는 관객을 위해 시작시간 8,10분의 광고와 예고편을 보내고 있다'거나 '광고 상영은 극장이 진행하는 마케팅의 하나'라는 어이없는 설명도 적혀 있긴 했지만.

나를 비롯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비단 CGV뿐이 아닌 거의 모든 멀티플렉스의 (광고 상영으로 인한) 상영 지연 문제가 하루빨리 시정되길 바랄 것이다. 그날, 영화 시작 시간 후에도 팝콘과 콜라를 잔뜩 안고 떳떳이 입장하는 관객과, 영화 중간에도 들락 날락하던 관객들이 제법 눈에 띄였다. 우리의 잃어버린 10분을 당당히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에서 보이는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CGV극장 극장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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