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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부터 15일까지 전국의 대학생들이 모여서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대해서 학습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용산 참사의 피해 당사자인 용산 철거민, 안양 이주노동자 문제, 목표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 4대강 살리기 문제 등 전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을 바꾸어 나가기 위한 행동을 했었다.

 

그 활동 일정 중에 울산으로 향하는 일정이 있었다. 처음 울산에서의 계획은 지역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노동자의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울산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왔다.

 

"지금 울산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인선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급기야 직장 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다른 일정 취소하고 예인선 노조와 연대해주세요."

 

 

9월이 되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예인선 문제   

 

예인선 노동자(=예선 노동자)들은 8월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었다. 이들은 부두에서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배를 대거나 떠날 수 있도록 접안, 이안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이다. 이들이 파업 한 이유는 24시간 맞교대 장시간 근무, 휴가 없는 노동 등 지옥 같은 노동조건을 개설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어 파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예인선 선장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장이 가입한 노조는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며 사건이 발생하였다. 노조 인정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장까지 폐쇄 하면서 사측은 노동자들의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8월 울산에서 예인선 문제를 접하고 부산에 내려와서도 울산과 같이 예인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 꼭 한 번 가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 개강과 개인적 사정을 핑계로 예인선 노동자들의 파업이 부산에서는 어떻게 진행 되는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언론에서도 처음 예인선 노동자 문제가 터졌을 때와 달리 9월이 되자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예인선 노동자의 문제가 나의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찰나에 9월 5일 부산역에서 예인선, 언론 노동자들의 합동 촛불문화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문제를 잊고 지낸 나를 반성하며 모든 일을 뒷전으로 하고 부산역으로 달려갔다.

 

"예인선 노동자 파업이 28일 이나 되었다구요?"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자 한 분이 사회를 보며 촛불문화제 시작을 알렸다.

 

"예선 노동자들은 법과 상관도 없고, 혜택도 없고, 보호도 없는 체로 10년을 살아왔습니다. 10년 동안 꾹 참고 살다가 이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선장을 사용자라고 하며 노조를 인정하고 인정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예인선은 한 배당 노동자가 2명입니다. 그 두 명 중에 한 명이 선장입니다. 선장이 배의 총책임자라고 하지만 모든 작업지시는 회사에서 다 받습니다. 이런 노동자가 어떻게 사용자가 될 수 있습니까! 지난 8월 7일 파업을 한 이후 벌써 파업이 28일이나 되었습니다. 회사는 교섭에도 임하지 않고 계속 노조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는 이만 하고 구호 몇 가지 외치고 직접 예인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선 선장은 노동자다!' '성실교섭을 임해라!' "

 

지난 8월 28일 노사교섭의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노조 측에서는 성실 교섭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측은 "선장이 참여한 불법적인 노조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라는 말만 했었다. 노조 측은 "어렵게 마려된 자리인데 사측에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라고 했다.

 

 

사회자의 이야기에 이어 예인선 기관장 장모 씨가 나와서 발언을 이었다.

 

"부산지역 예인선은 24시간 맞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선원법, 근로기준법은커녕 어떤 법에도 보호받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예인선 동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머지 한 명이 근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그 동료가 돌아오면 그 기간 동안 일을 해야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도 유급휴가를 낼 수 없고, 여름 겨울 아이들과 휴가다운 휴가도 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근데 왜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 있는 노동조합을 사측에서는 부정하고 있습니까!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여 파업이 끝나고 하루 빨리 복귀하여 일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회사를 망하게 하고 싶어서 파업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관장 노동자의 발언이 끝나고 예인선 선장 한모 씨의 부인이 무대로 올라왔다.

 

"남편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했을 때 마음이 덜컥 내려 앉았습니다. 얼마 전 TV의 쌍용자동차 안에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처럼 경찰의 폭력에 다치지 않을까, 노조에 가입 한 사실 때문에 회사에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라는 등 처음에는 그 소식을 접했을 때는 하루 종일 남편 걱정 뿐 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언제나 웃으면서 자신은 괜찮다고 하며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웃는 남편에게 노조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못 이기는 척하며 남편의 뜻을 존중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런 걱정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남편이 노조를 탈퇴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빨리 노조를 인정하고 우리 남편과 여기 모인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XX 당신을 사랑합니다!"

 

연대의 정 아름답다. 

 

예인선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이어 부산일보 언론노조 지부장 이호진 씨가 나와서 말을 이었다. 이호진 씨는 언론악법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이 악법이 폐기가 될 수 있게 힘을 모아야 된 다는 이야기와 함께 언론노동자와 예인선 노동자는 비슷한 일을 한다고 했다.

 

"언론 노동자와 예인선 노동자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큰 배를 권력과 같다면 항구는 국민들입니다. 예인선 노동자들은 큰 배를 안전하게 항구로 대거나 항구에서 큰 배가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언론 노동자들이 권력의 목소리를 국민들의 시야에 맞추어서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과 똑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인선 노동자의 문제와 언론 노동자의 문제는 똑같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예선, 언론 노동자 단결하여 파업투쟁 승리합시다!"

 

 

언론노조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지역본부 소속의 많은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가 했었다. 김영진 지역본부장은 "예선 노동자의 투쟁은 예선 노동자만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아닙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입니다." 라고 하며 예인선 노조에게 쌀과 생활필수품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철도노조 부산 본부에서는 예인선 노동자 파업을 지지 하며 노조원들이 모은 150만원의 기금을 예선 노조에게 전달했다. 부산 본부 본부장 고창식 씨는 "예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여 노동조합이 인정 될 때, 우리 국민들은 우리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라고 생각을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예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철도노조 위원장 김기태씨가 나와 부산 본부와 같이 노조원들이 모은 돈을 기부를 하며 "철도 노조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4시간 맞교대에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의 싸움이 승리하여 얼마 전부터 24시간 맞교대를 폐지하였습니다. 예선 노동자들의 싸움 또한 몇 달, 몇 년, 몇십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선 노동자는 이렇게 많은 동지들과 함께 싸우기 때문에 저희 보다 빨리 노조가 인정되고 근무 환경이 개선 될 것입니다. 힘차게 싸웁시다!" 라고 했다.

 

머릿수 하나 더 보태는 일

 

얼마 전 한울노동문제 연구소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종강씨 블로그에 접속을 했었다. 오랜만에 방문을 했는데 '머릿수 하나 더 보태는 일' 이라는 글이 있었다..

 

"이상한 점은, 적과 싸워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화려한 전략을 힘주어 강조하던 사람들보다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자'는 생각으로 노동현장에 들어간 사람들이 더 오래 노동자들 주변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작업복을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 차림으로 쉽게 바꿔 입지 않은 이들 중 상당수는 바로 그 순진무구한 사람들이었다."

 

"'나쁜 신문'에 대항하는 '좋은 신문'을 키우는 데에 힘을 보태는 이들도 결국 '촛불집회에 머릿수 하나를 보태는' 사람들 중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지도자들보다 "광장에 나가 열정을 발산하는" 평범한 이들이 선한 세력들 곁에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집회에 머릿수 하나를 보태는 일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

 

이 글을 읽고 예인선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머릿수 하나 보태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개인적 사정이 있다는 핑계로, 예인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협소한 생각 등 가장 낮은 곳에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에게 머릿수 하나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5일 촛불문화제를 통해서 사회적 약자의 투쟁 우리 모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고 그 투쟁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진보니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되는니 라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노동자, 빈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집회에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부터 성실히 해나가야 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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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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