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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거는 호남차별이라는 대한민국 지역 정치의 종식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서거는 대한민국 빨갱이 사냥의 종말이어야 합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의원이 21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대중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란 글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빨갱이, 거짓말쟁이로 매도당해" 온 현실을 개탄하며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평화통일, 인권, 서민경제를 지켜갈 것을 다짐했다.

 

안 위원은 김 전 대통령이 "조·중·동의 거짓 선전에 눈이 가리우고, 귀가 먹은 많은 이들"에 의해 "거짓말쟁이, 정치꾼, 이중인격자"로 매도되어 왔으며 여기에 "호남출신, 친북 빨갱이라는 공격"이 더해져 "당신의 팔은 잘리우고 다리는 꺾이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의 그 악다구니같은 저주가 당신의 서거 뒷길에도 뿌려지고 있다. 그들에 대한 분노와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좌절은 솔직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김대중 선생님! 김대중 대통령님!"을 외쳤다.

 

이어서 안 위원은 "김대중 대통령님은 정치가 대립과 미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평화'를 일구어내는 일임을 입증했다"며 "미움과 원한을 평화와 사랑으로 이끌자"고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되새겼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임 정부를 해코지 하지도 않았으며, 남과 북의 평화를 일구었고 호남 차별의 역사에 대해 분풀이를 하지도 않음으로써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나라 대한민국을 일구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위원은 이러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이 "이명박 정부 1년 반 만에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그러했듯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민주주의, 평화통일, 인권, 서민경제를 지켜내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안희정 최고위원의 글 '김대중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전문.

 

 

김대중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당신의 서거는 호남차별이라는 대한민국 지역 정치의 종식이어야 합니다.

당신의 서거는 대한민국 빨갱이 사냥의 종말이어야 합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 천형같은 멍에가 되어야 했던 시절, 당신은 지역주의 정치의 멍에를 짊어지고 시대의 언덕을 올랐습니다. 민주주의를 말하고 인권을 말하고 분단된 민족의 평화통일을 말하는 것이 '빨갱이'가 되어야 했던 시절 당신은 그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어왔습니다.

 

조·중·동의 거짓 선전에 눈이 가리우고, 귀가 먹은 많은 이들이 당신을 '거짓말쟁이'로 '정치꾼'으로 '이중인격자'라며 돌팔매를 던졌습니다.

여기에 호남출신이라는 정서적 공격이 더해지고 다시 그 위에 친북 빨갱이라는 공격이 덧씌워지면서 당신의 팔은 잘리우고 다리는 꺾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속에서 당신이 걸어온 그 파란 만장했던 삶과 투쟁은 이처럼 비참하고도 잔인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늘 빨갱이, 거짓말쟁이로 매도당해 왔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이 분단되어 전쟁까지 치른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대한민국이 해방된 이후,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은 친일에서 반공으로 완장을 바꾸어 찼습니다. 상대에 대해 친북 좌파 빨갱이라는 공격권을 갖은 자들만이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고 집권세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경기도지사 김문수씨가 툭하면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과 반대 정책에 대해 '북한 누구를 닮았다느니, 북한에서도 이렇게는 안한다느니...' 하는 식의 표현을 즐겨 쓰는 것을 보면 남한에서 주류세력이 된다는 것은 반공, 반북이란 깃발을 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인 듯 합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 평화와 민주주의'여야 합니다.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일제시대에는 조국을 팔아먹은 자들이 '반공'이라는 완장 하나로 '친일과 반민주 부역의 역사'를 '세탁'해 온 우리의 역사는 끝나야 합니다.

 

김대중 선생님!

당신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역사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빨갱이라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호남이라는 지역주의 포위 공격에도 불구하고 야당으로서의 정통성을 간직한 채, 평화적 정권교체의 역사를 일구어 내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선언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국민의 정당을 선언했습니다.

호남의 정부, 호남의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정당이고 국민의 정부이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당신을 죽음으로 몰았던 사람들에게까지 당신은 그 어떤 정치적 탄압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정권의 치부를 캐내기 위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생사람 잡는 국세청, 검찰의 수사도 없었습니다.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시대를 향해 대한민국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당신의 서거를 놓고 이 땅의 보수주의 원조를 자부한다는 자들의 글들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국가운영의 정책과 노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인간에 대한 품위와 예의를 지키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처럼 느껴집니다.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의 그 악다구니같은 저주가 당신의 서거 뒷길에도 뿌려지고 있습니다. "김대중은 빨갱이다. 김대중은 거짓말쟁이다."

 

저 스스로를 달래고 달래려 노력합니다.

"이 모든 미움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루었던 분단된 우리 민족사의 불행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그들을 미워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고 달랩니다만... 그들에 대한 분노와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좌절은 솔직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중 선생님!

김대중 대통령님!

 

정치가 사람간의 혼란과 대립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말들 합니다만...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님은 정치가 대립과 미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평화'를 일구어내는 일임을 입증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임 정부를 해코지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전쟁을 치룬 분단된 남과 북의 평화를 일구었습니다.

이 평화 햇볕정책은 전쟁 불사를 외치며 언젠가는 복수해보겠노라고 다짐하던 수많은 미움과 원한으로부터 적이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님은 이 미움과 원한을 평화와 사랑으로 이끌자고 제안했습니다.

 

호남 차별의 역사에 대해 분풀이를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DJP 연합 정부하에서 호남도, 영남도, 충청도 모두가 다 국민의 정부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였습니다. 김중권씨도 이종찬씨도 모두가 다 국민의 정부에 함께 했습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경제각료는 김종필씨 몫이었기에 오히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 더 심한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일구어 온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나라 대한민국이 이명박 정부 1년 반만에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이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통합과 단결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지난 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민주정부 10년의 계승과 혁신'을 약속하고 당 최고위원이 되었습니다. 통합과 단결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평화통일, 인권, 서민경제를 지켜내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영전에 삼가 저의 다짐을 이렇게 올립니다.

편히 쉬소서!




태그:#김대중 ,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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