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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을 나는 많은 방법 중 하나가 등목입니다. 아직도 고향은 우물이 있어 등목을 한 번씩 합니다. 우물은 수돗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습니다. 어머니께서 등에 물을 부어면 온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등목은 우물에서 해야 제격이라 수돗물은 별로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샤워를 하지요. 등목보다는 못하지만 샤워는 에어컨과 찬 음료수보다 훨씬 좋은 여름을 나는 방법입니다. 다른 집 샤워 문화는 어떤지 몰라도 샤워를 모두 같이합니다.

 

어떻에 다 큰 아이들과 함께 샤워를 같이 할 수 있을까? 교육상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아니 아내와 결혼하고나서부터 계속 같이 샤워를 했기 때문에 아무 꺼림낌이없습니다. 아이들도 아직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같이 할 수 없겠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샤워를 하면 비눗칠과 머리감겨주기와 등을 밀어주면서 온 가족은 살갗을 비비면서 하나가 됩니다. 2주 전에는 아내가 아이들 머리카락을 잘라 주었는데 오늘은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었습니다.

 

"여보 오늘 머리카락 자르는 날인데."
"당신 머리카락은 숱이 많아 두 달에 한 번을 잘라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예요. 13년을 잘랐는데 고맙다는 말 한 번 안 들었는데 오늘은 고맙다는 말 한 번 들어야겠어요."

"알았어요. 고맙구려."

"이런 일을 누워서 절 받기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머리카락을 자른 후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이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를 하면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합니다. 막둥이가 수영복을 입고 샤워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막둥이 너 수영복은 왜 입었어. 우리집은 수영장이 아니고, 지금은 샤워하는 시간이다."

"아빠 그럼 머리부터 감겨주세요. 땀을 많이 흘려 더워요."

"아빠 나도 빨리 하고 싶어요."
"인헌이 너는 막둥이 하고 나서. 서헌이는 엄마보고 씻겨 달라고 해라."

"아빠 눈이 아파요. 비눗물 때문에 눈이 아프단 말이예요."
"조금만 참아, 형도 씻어야지"

"당신 내 등 좀 밀어주세요."

"등, 만날 나보고 등 밀어 달래요."

"아니 내가 당신 등 안 밀어 준 일이 있었어요. 괜힌 나보고 타박이야."

"아니 등 안 밀어 주었다는 말이 아니라, 나부터 밀어 달라는 말이지."

"그럼 인헌이 너가 아빠 등 밀어주라."

"알았어요. 아빠 비눗물 씻어야 해요?"
"당연하지 비눗물을 안 씻어면 어떻게 해."

"당신도 등 밀어야지. 가만히 보면 등이 나보다 더 넓어."
"또 아이들 앞에서 등이 넓다고 놀린다. 나보다 당신 등이 더 좁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요."

"자 이제 샤워 끝났으니 다들 방으로."

 

우리집은 재래시장이라 1층은 식당이 많습니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고기굽는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창문을 잘 열지 못합니다. 에어컨도 예배를 드릴 때만 켜기 때문에 주중에는 켜지 않습니다. 결국 마지막 방법은 샤워입니다.

 

더위에 짜증도 나고, 힘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샤워를 하면서 등을 밀어주면 더위가 가십니다. 아내와 아이들 등을 밀어준 일이 있나요. 있다면 계속 밀어주고, 아니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9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태그:#가족, #샤워, #등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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