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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 〈헌책방〉 일꾼이 말하는 책과 삶
- 2008.9.26.19:49
- 부산 연산동 〈헌책방〉

ㅈ : 연산동 〈헌책방〉 일꾼 정영곤 님
ㅇ : 연산동 주민이면서 〈헌책방〉 단골
ㅊ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최종규

(이 이야기는 지난 2008년 9월 26일에 주고받았으며, 갈무리한 이야기는, 글쓴이가 엮는 1인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 7호(2008.12.20.)에 실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이곳 소개글과 방문기를 띄우면서, 그무렵 〈헌책방〉 일꾼과 나눈 이야기를 함께 붙여놓습니다. 비록 한 해 묵은 이야기나눔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곰곰이 헤아릴 만한 생각조각이 있다고 느낍니다.)

: 정식으로 헌책방 문을 연 때가 언제이지요?

: 봄에 명퇴를 했으니까, 4월 7일에 회사에서 나왔지.

: 준비기간이 꽤 길었지요?

: 2006년부터 준비를 했지.

: 형님, 양복 입고 힘들었을 텐데.

: 양복 입고 보수동 가서 책 구하고. 책을 조금조금씩 모으고. 2006년도에. 가게는 2007년 유월달에 얻었지. 그리고 집에 있는 책을 몽땅 다 옮겼지. 그리고 전부 다 책장 짜 여놓고. 그리고 2008년 4월 7일이었지.

: 그동안 다섯 달이네요, 다섯 달을 해 보신 느낌이 어떠셔요?

: 까딱 잘못하면 망하겠다? 농담입니다.

: 책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요즘 책을 안 봅니다, 사람들이. 책을 구하는 것도 힘들고, 구해 놓아도 찾는 사람도 사실 별로 없고.

: 그래도 문을 여셨으니 사람(손님)들을 부르셔야 될 거 아니에요.

부산 연산동 <헌책방>.
 부산 연산동 <헌책방>.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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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내가 이번에, 저번달인가 8월달인가 7월달에, 〈부산일보〉에 (동네에 넣는 신문 광고지로) 명함 만 장을 뿌렸다 아니가. 신문에 쭉 넣어서, 명함 만 장을 파서. 그러니까, 한두 달 정도는 전화가 오고, 뒤에 약도가 있어 찾아오고 했는데, 요새는 또 뜸하네 …… 아줌마들이 책을 사러 오면, 애들 책도 동화책도 사 가기도 하고 자기가 볼 소설책도 사 가기도 하고 그러데.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봐서, 아줌마들한테, 내가 2년 해서 안 되면 그만두어야겠습니다, 하니까, 아저씨 요즘 헌책방 보기 드문데 그만두지 마서예, 하더라고. 몇 번 왔어.

: 제가 관심이 많이 생겨서 데이터를 내보니까, 열 명을 상대로 종합적 판단을 내 보면, 아줌마들, 헌책방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상위 20%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뭔가 하면 자습서와 참고서,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가서 반값에 사 간다. 그러니 보수동도 옛날의 헌책방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지 않았나, 사고파는 잇속밖에 없지 않나, 그 옛날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한테 불친절한 게 아닌가, 자습서밖에 안 파니까. 옛날 책 있어요, 하면 퉁명스러운 거지. 초심이 없어진 거지. 물론 아직 건재하신 분도 계신데, 그런 게 있더라고요.

: 사람들 소설책 안 보고 하는데, (책을 좀) 봐야, 우리도 세금 내고 전기세 내고 책도 사 와야 하니까, 결국 애들 참고서 위주로 집어넣어야 되는 거 아니가.

: 떼돈 벌자는 게 아닌데, 고정 나가지 않잖습니까. 그거 맞추고, 우리 모토대로 즐거움 주고 나도 즐겁고, 고 정도만 하면 되는데.

: 첫째로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운영 자체가 안 되니까 …… 헌책방이, 최소한 대여섯 군데라도 촥 있어야 해. 하나만 달랑 있는 거보다. 그러면 아, 거기 몇 군데 있다는 것이 인식이 되니까. 동네에 한 군데만 띄엄띄엄 있고, 되도 않고 문닫으려고 하니까, 그룹으로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누가 헌책방 할려는 사람도 없어. 하는 사람도 접을려고 하니까 …… 전에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와서 이걸 적어 주더라고. 단기 계산하는 거, 불기 계산하는 거, 대정 들, 계산하는 방법 적어 놓으셨더라고. 메이지 명치 플라스 하는 거. 헌책방을 할 거 같으면 요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고. 그 할아버지가 연세가 칠십이 넘었지, 아마. 오랫동안 공직생활 하고 퇴직을 해서 다시 어느 회사에 들어가서 지금은 아마 자기가 노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인데.

(손수레에 책 싣고 온 분이 있어서 책을 살까 말까 봐야 한다면서 잠깐 밖에 다녀오심)

: (손수레로 책 들고 오신 분한테) 책은 안 사셨나 보네요.

부산 연산동 <헌책방> 일꾼.
 부산 연산동 <헌책방> 일꾼.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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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뭐 쓸 만한 책이 (있어야 사지).

: 부산에 있는 분들한테 책을 좀 보러 헌책방에 오시라고 하는 이야기라든지, 여느 때에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면 자기한테 무엇이 좋다든지, 그런 말씀을 하나 해 주실 수 있어요? (아직 헌책방을 모르는 분들한테)

: 책은, 헌책은 우리 나라의 문화유산입니다. 새책도 나오면, 나오고 사면 금방 헌책이고, 헌책이라 캐서 오래된 책이고 가치가 없는 책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헌책이든 새책이든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책이면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헌책이 옛날 향수를 생각할 수가 있고, 오히려 때묻은 책이 옛날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니까 그기 나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 헌책을 많이 봐야 합니다.

: 아까도 보수동에 있는데, 한국방송에서 취재가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 취재 온 분이, 할아버지 한 분을 붙잡고, '여기 보수동에 오면 구하기 어려운 책을 볼 수 있지요?' 하고 물어 보는데, 할아버지는 '책 좀 보려고 이제 막 와서 살펴보고 있으니 모른다'고 하는데, 자꾸 같은 말만 물어 보고 하더라고요. 언론에서 바라보는 헌책방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만 틀을 지워 버리고, 그 틀 그대로 사람들이 생각하게 이끄는 듯해요.

: 그거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참, 저번에 한 번 동생도 봤지. 사서삼경을 한 질로 된 거를 찾는데, 내가 그 한 질로 된 거 없다 아이가, 그래서 뒤에 80년대 초반에 나온 거를 한 권 사 가지고 갔다 아이가. 양장본으로 된 거. 그래 인제 할아버지들이 가끔 온다고. 참 옛날 책을, 헌책을 찾더라고요. 몇 십 년, 이십 삼십 년 된 책을. 그런데 현재 헌책방에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책을 자꾸 놓으려고 하니까, 나도 헌책방을 하니까 이해가 돼. 요새 사람들이 깨끗하고 최근에 나온 신간책을 찾고, 싸게 사 가려고 하니까. 그래도 나이 드신 분은 오래된 헌책을 찾고, 그리고 일본책이 또 우리 한국에서 일본 소설책을 구하기가 흔하지 않거든. 그래, 내가 일본책도 구해 가지고, 저거 찾아봐야 일 년 내내 가도 몇 권 안 찾는다. 그래도 일본어 책은 사람들이 간간이 찾는데, 일본 소설책은 그거 수준이 좀 돼야 돼. 그래도 난 한 사람을 생각해서 그냥 여 놓는다고.

: 그래 형님, 제가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리서치를 해서 열 명을 판단했을 때, 연령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은 옛날 헌책방이라 하면, 요 헌책방처럼 고서도 포함되고 그런 게 있는데, 지금은 헌책방과 고서점이 따로 있어야 할 거 같애예.

: 맞아, 따로 있어야 해.

: 실제로 이윤추구라는 것을 떠나서라도, 갖고 들어오는 가격대비라는 게 있는데, 물론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나도 행복하지만, 어떤 소비라는 자체가 안 되고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안 되는 거라요. 오십 먹은 아주머니가 에스에프소설 없어요, 하면서, 왜 그런 거 안 갖춰요, 하면 황당한 거지. 힘들지. 물론 트랜드지만, 일종의 문화니까 무시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헌책방이라는 개념은.

(손님) 구경해도 됩니까?

부산 연산동 <헌책방> 책시렁에서.
 부산 연산동 <헌책방> 책시렁에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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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어서 오십시오.

: 헌책방에 대한 홍보가, 그런 분석이 제대로 되어서, 헌책방이란 이런 곳이라고.

: 저도 보수동 〈고서점〉 가서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봤거든. 2007년도인가, 그때, 그 책이 있다 아이가. 그래 내가 그걸 봤다 아이가. 그래 가지고 바로, 책방에 가서 새책으로 샀다 딱 …… 내가 직장에 다닐 때에는, 월 팔만 원을 기부했는데, 연봉 5천만 원 받으면서 8만 원 불우이웃 기부를 했는데, 내가 2프로를 기부를 했다고. 여기 영수증 다 있거든. 내가 연봉의 월 2프로를 기부했는데. 그렇게 하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지금은 월 4만 원을 기부해. 완전 반으로 줄여 버렸어. 불우이웃돕기에. 내가 전화를 다 했다. 자동이체신청을 했으니까. 전화 해서 누구누구입니다 해서. 내가 전에 직장 다닐 때에는 월 팔만 원을 기부를 했는데, 지금은 내가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조그마한 가게 하나 하고 있는데 수입이 안 되니까 줄입시다, 해서 만 원씩 해서 네 군데를 기부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잘되면은, 기부금을 서서히 늘려가겠습니다, 하니까 그 경리 전화 보는 아가씨 하는 얘기가, 선생님은 많이 베풀었으니까 잘 될 겁니다, 이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고맙습니다, 했거든. 오늘 자동이체 빠져나갔어. 그래, 내가 잘 되고 돈을 많이 벌면 불우이웃돕기 조금조금 도와서 많이 기부하겠습니다, 했어. 특히 돈이라는 게, 그만큼 벌면, 그러면 내가 남들보다 더 그렇게 하고 하는데, 지금 뭐뭐 계속 까먹고 안 있나? 니 알다시피 …… 아직도. 손님들이 오면, 보면, 책 오백 원, 헌책방 하면 오백 원짜리 책을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 (저번에 어느 손님이) 책을 이만칠천 원어치 사 가지고, 그래가 이만 원 주고 갔다 아이가. 키핑 해 놓고, 헌책은 다 천 원 하는 거 아니요, 하고 이만 원 주고 칠천 원은 나중에 주겠다고 해 놓고 일 주일도 다 지났다 아이가. 그래서 그냥 가지고 가이소 했는데, 책이니까, 자기한테 보면 도움이 되니까. 사람들 사고방식이 헌책방 하면 천 원짜리 오백 원짜리 사고방식을 하고 있어. 이십 년 삼십 년 전 그대로.

: 제 또래도 서리라는 게 있거든요. 아이고 귀엽다. 책도둑도 그래. 그런데 요즘은 뭐냐면 그게 절도입니다. 절도로 되어 있어요. 그게 야박한 게 아니고, 어떤 트랜드 자체가 바뀌었거든요. 대세가 그렇다면 그래 기울어지는 게 맞거든요. 뭐든 안 그러겠습니까. 대신에, 쪼깨난 놈 와서 참고서 째비 갔다, 그러면 우리가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이가, 마, 이건 아이다. 요즘 애들 아무리 어려워도, 나름대로 그런 게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아들은 팔아먹거든요. 그래서, 애들은 신고를 하지 말고, 딱 끊어서 안 하게 해 주어야 맞고. 그때 온 어르신, 책을 너무 보고 싶은데 보고 싶다, 그래서 슬쩍했는데 적발되었다, 그러면 어르신, 다음에 오이소 하고, 그때그때 유동성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계신 분들, 그리고 부산으로 나들이 오는 분들이 부산에 깃든 좋은 헌책방에 즐겁게 찾아가시면 반갑겠습니다.
 부산에 계신 분들, 그리고 부산으로 나들이 오는 분들이 부산에 깃든 좋은 헌책방에 즐겁게 찾아가시면 반갑겠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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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생은 먼 데서 여기도 오는데, 왜 부산사람은 안 오느냐, 이 헌책방이 좋아서 먼 데서도 오는데, 왜 부산사람은, 멀어도 부산에서는 한 시간도 안 되는데 지하철 타고, 그래서 내가 그 얘기를 한 번 할려고 합니다. 그러니 사진 어제 찍은 거 보내 주세요 …… 저 《승리와 패배》 책은 우리 아한테 물려줄려고 남겨 준 거고. 이차대전 다룬 책인데, 아가 크면 세계사 읽어 봐야 하니까, 저기다 놓았어요. 이런 책은 요새 안 나오니까.

덧붙이는 글 | ― 부산 연산동 〈헌책방〉 / 051) 851-5174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헌책방, #부산헌책방, #연산동 헌책방, #책읽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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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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