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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조립2,3팀 옥상 찾으니깐 눈물이 난다 우리 집 찾은 것 같아서"

 

5일 오전 8시께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조합원 2명이 경찰 진압을 피하다 옥상에서 추락했다. 심각하게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눈물이 난다'는 위 글은 이로부터 두 시간 후 네이버의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하 쌍정모)'에 아이디가 '뛰는심장'인 누리꾼이 올린 것이다. '뛰는심장'은 5일 아침 쌍용차 직원인 남편이 전해온 문자라고 밝혔다.

 

지난 6월 8일 개설된 쌍정모는 쌍용차 비해고 직원들이 주축을 이룬 카페로, 회원 수는 6464명에 이른다. 카페지기 '쌍사모'는 공지사항에 올린 글을 통해 "쌍용자동차의 파업에 대한 진실된 정보를 관리"하여 "쌍용자동차 내 진실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개설 취지를 밝혔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최고조에 달한 5일 오전 쌍정모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5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이날 하루 동안 올라온 글이 무려 160개에 이른다.

 

이날 작성된 글들은 경찰의 진압작전을 촉구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아이디 '너랑나랑'은 '쌍용직원님들 홧팅!!' 제목의 글을 통해 "도장2공장도 한방에 속전속결로 밀어붙여 끝장내세요"라는 의견을 올렸다. 아이디 'parkmandoll'은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경찰청장 당신이 틀렸어요'라는 글을 통해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또 협상"한다고 질책하며, 진압작전을 멈추지 말고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이탈자는 묶어서 경찰에 넘기자'는 제안도

 

심지어 공장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들을 묶어 경찰에 넘겨버리자는 의견도 있다. 아이디 '붉은색은싫어'는 "그들은(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범법자"라며 "중도 포기자는 케이블타이(한 번 묶이면 풀리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의 끈)로 묶어 경찰에 인계하자"고 주장했다.

 

여러 시민단체 및 민주노동당 등의 정당들은 제2의 용산참사를 우려하고 있다. 2명의 조합원이 옥상에서 추락했으니 이미 참사는 벌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반면 카페 회원들은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적대적이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농성자를 지지하는 단체나 해고자 가족대책위(이하 가대위), 언론에도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쌍용차 직원과 그 가족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 '마린보이'는 댓글을 통해 "직원들이 (쌍용차 사태가) 인터넷 언론에서 무자비하게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고 조금이나마 진실을 알리고자 개설"했다고 적었다. '쌍용차를 사랑하는 아내모임'이라는 게시판에 등록된 글 '쌍아모입니다'에는 "남편들을 회사에 출근시키기" 위해 200여 명의 부인이 함께 가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쌍정모 게시판에는 '다음 아고라 토론방'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 들어가보면, '아고라 토론방에 올라온 글 중에서 농성 조합원들을 지지하는 글엔 반대를 누르고 농성자들을 비난하는 글엔 찬성을 누르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있다. 즉, '다음 아고라 토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자는 것이다.

 

조합원 지지하는 단체에 극도의 불만 드러내

 

이들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농성자를 지지하는 단체들에는 "싸움을 부추기지 말고 꺼져라", "빨갱이 본색이 드러났다" 등 험악한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가족대책위에는 "나와서 설치지 말고 집에 있어라"는 말까지 해댄다. 현장에서 사측 직원과 용역들이 보여주는 폭력적 반응이 인터넷 상에서도 똑같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5일 오후까지 양쪽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칼라TV 방송차량은 사측 직원들의 쇠파이프에 맞아 파손되기도 했다.

 

이들이 이런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파산신청이 코앞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 'Rmx'는 "이 고비만 넘기면 회생 가능하다"며 파산신청을 막기 위해 오늘 안에 진압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아이디 'baby7474'는 조합원들은 "이미 외부인"이라며 "파산하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페 회원들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명백히 농성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점거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는 투표에서 96%가 찬성할 정도다. 투표 참여자는 총 989명이었다.

 

"그저 이쯤에서 의미 없는 싸움들을 멈춰주길..."

 

소수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반대하는 글도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아이디 'shdlsskfk'는 "카페에 (조합원들) 다 죽여 버리자는 글도 올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창피하고 부끄럽다. 세상은 때론 약자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며 생각이 바뀐 지금은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심정을 적어냈다.

 

쌍용차 직원 부인이라고 말한 '하늘아이'도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다치고 상처 나고 이런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텐데 결국 이렇게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그래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측 직원들이든 점거 농성 중인 해고 직원이든 용역이든 전경들이든 더 이상 다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저 이쯤에서 의미 없는 싸움들을 스스로 멈춰주길 정말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해고자와 비해고자 모두 직장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동일했다.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함께할 수 없는 현실은 온·오프라인 구분이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최재혁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쌍용차사태, #쌍용차, #경찰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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