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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다 마을이 샐러드 연극단을 찾아서 7월 23일 우리 '인천 여성의 전화' 아.이.다 마을(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의 '다문화 강사 강좌'수강생들은 현장 학습으로 서울의 샐러드 방송국과 샐러드 연극단을 찾았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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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전에 소개한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이하 아.이.다 마을) '다문화 강사교육'에서 현장학습이 있었다. 특히 23일 방문한 서울 신설동에 있는 '샐러드 방송국'(다문화 방송국)과 구로디지털단지에 연습장이 있는'샐러드 연극단'에는 나를 포함해 수강생들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

'샐러드 방송국'을 찾아 박경주 대표를 만났다. 소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그녀는 독일 예술대학교 유학시절 이방인으로서 차별을 겪었고 충격을 받았단다. 나는 독일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젊은 시절 브라질의 한 신문사에서 일하던 친구와 단기간이지만 동반취재하고 이후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하면서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편견을 담은 시선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거쳐 90년대 중반 일본에 돌아왔다. 일본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이 늘던 시절이였다. 어패럴 디자인이나 무대 의상 디자인 등을 하면서 쉴 때는 연수생으로 일본에 온 이주자들에게 일본어 봉사 활동을 했다. 그런 봉사를 하면 지자체에서 해외연수생으로 보내는 사업에 추천받기가 쉬웠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때 자원봉사 힘 느낀 일본, NPO법 만들어

박경주 대표는 해외 경험을 그냥 예술가로서의 작품만으로 끝나게 하지 않았다. 한국에 들어온 뒤, 주체적으로 '이주민 관련 미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2005년에 샐러드TV방송의 전신인, 이주노동자방송국을 세웠다. 이주여성인 내가 봐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내가 한국에 시집오지 않고 그냥 일본에서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주체적으로 이주민들의 삶에 관여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다문화에 대해 편견이 많은 이 사회에서 우선 다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한 방송국을 시작했다. 작년부터 노동부 지원을 받아 방송국 기자 및 직원, 연극단 등 합하면 총 40여명의 이주민과 국내인 식구들의 일거리를 찾게 됐다. 그녀는 일본에서 늘고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NPO(NonProfit Organization)법인이라고 불린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회공헌을 목표로 특정비영리 활동을 실시하는 단체로서 기업적으로 운영도 가능하다.

일본 내각부(内閣部) 자료에 의하면, 1998년부터 2009년까지의 NPO 신청수는 내 고향인 사이타마현에서도 1362건에 이른다. 그 중 인증된 것은 1344건에 달한다. 제일 신청수가 많은 도쿄도에서는 6872건 신청에 6279건이 인증됐다. NPO 법제정의 큰 원동력이 된 것은 1995년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이었다. 전국에서 많은 자원봉사자가 모인 것을 교훈 삼아 개인 활동을 조직화할 필요성을 느껴 동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2008년 12월에는 시행 10주년을 맞이했다.

재일 한국·조선인을 비롯 베트남인, 중국인, 필리핀인 등 28개국 외국적 사람들이 사는 코베시 나가타구에서 발신되는 '다문화 FM방송국 와이와이' 역시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말이 안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불안해하던 재일 외국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진 재해 2주일 후 한 한국학원에서 재해를 당한 재일 동포들을 향해 한국어와 일본어로 지진 재해 정보와 한국음악을 방송하는 미니 FM국으로서 개국한 'FM요보세요', 베트남인에 필요한 정보를 전해 격려하려고 재해 베트남인 구원 연락 회의가 중심이 된 'FM유멘'이 모체다.

현재는 일본어, 한국·조선어, 중국어, 타가로그어, 베트남어, 타이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이누어, 영어의 등 10개  언어로 생활·지역·행정 정보 등을 지역 거주 일본인, 외국인에게 방송한다.

일본보다 지진이 많지 않은 한국사회지만 점점 많아지는 이주민들에게 모국어 뉴스방송은 큰 힘이 될 것이다. 샐러드 TV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8개국어를 준비하는 것이 눈에 띤다. 취재기자가 모국어로 취재하는 것도 신선하다. 영상에는 한글어 자막도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한글로 번역되지 않는 뉴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은 한일간 문제가 될만한 일본 정치가들의 발언에 항상 신경을 쓰는 나에게 잘 다가온다.

그 외 '샐러드TV의 회사 개요'를 보면 다문화 방송국인 '샐러드 TV' 외에도 이주여성과 그들의 2세로 구성된 '샐러드 연극단'과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창작동화 등을 출판할 '아동동화전문출판사' 등 크게 3개 사업이다. 기타 사업으로 번역(중국어, 베트남어 등 22개국어), 전시(미술, 다문화관련사진 등), 다문화캠프(문화 예술 치유, 한글교육, 후원을 위한 바자회 등), 교육(미디어 교육, 다문화교육 등) 등 분야가 준비 중이다. 이 다문화 방송국이 영리 대신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사회적 기업을 지향함을 느낄 수 있다.

다름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사회가 되어야

'아.이.다 마을'과 '샐러드 연극단'의 만남을 기념해서 기념촬영했다.
▲ 우리의 만남을 기념해서... '아.이.다 마을'과 '샐러드 연극단'의 만남을 기념해서 기념촬영했다.
ⓒ 인천 여성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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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더욱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은 다문화 연극단인 '샐러드 연극단'이다. 우리 '다문화 강사 교육' 수강생들 중에도 이 분야에 관심이 높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유는 지금 우리 '다문화 강사 교육'에 참가하는 분들 중 자기 출신국이 한국 방송에 나왔을 때 일부분을 확대해 너무 힘들게 사는 모습만 보여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고정 개념을 심어주기 쉬운 내용을 일반방송에서 방송할 때, 이주민들은 차별을 느낀다는 것을 우리가 이제야 말해주고 알려줘야 될 때가 왔다고 본다.

지금 '다문화 지원'이 유행이지만 무서운 것은 우리가 소수자로서 지원만 받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새겨질 때다. 미래 글로벌 리더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우리 다문화 2세들의 정체성이 사회적인 약자로서 비추기 쉬울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 이주여성인 안순화 단장님을 중심으로 한 '샐러드 연극단'은 이주여성로서 견디기 힘들었던 상황 등 극본부터 주체적으로 참여해 자신들 연극을 만들어 간단다. 그렇게 하기 위해 처음 오디션 볼 땐 남편도 같이 참여시키고 가족들 이해를 받으며 연극을 한단다. 연극단의 어떤 이주여성은 영어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접고 연극단 전속배우가 되었단다. 그리고 그 연극을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단다. 거기에 그녀가 느낀 한국생활에서의 체험이나 느낌들이 담겼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사회 약자가 아닌 주체적인 이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그녀들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같은 이주여성인 우리들에게는 당연하지만 아직 다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만들어진 이주민의 이미지가 아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줄 것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 타임즈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문화, #이주여성, #방송국, #연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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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7년~2019년,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1년 ~ 인천서구마을공동체 웃서모 대표 겸임 2023년~ 인천 i-View 객원기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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