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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8월 1일이면 광화문 광장이 시민에게 첫선을 보인다. 31일 오전 광화문 광장은 개장을 하루 앞두고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살수차를 동원해 그동안 쌓인 흙먼지를 털어내고 화단을 가꾸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네댓 명의 공사 관계자들은 몰려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일을 끝낸 관계자들은 시민보다 앞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광장 개장 기대하는 시민들
 
 

분주한 모습의 공사 관계자들과 달리 시민들은 스쳐 지나갔다. 몇몇 시민은 잠시 멈춰 광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관광차 대구에서 올라 온 서행진씨는 "전보다 탁 트여서 훨씬 시원한 느낌"이라며 "자손대대로 물려 줄 수 있는 훌륭한 광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기현씨는 "광장을 만들어 주변 건물과 도시의 가치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의 개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광장의 구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답답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광장은 세종로 16개 차로 중 6개 차로를 줄여 조성했다. 사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차로 둘러싸이면 맞은 편 인도 쪽에서는 광장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박기현씨는 "차들에 갇혀 있어서 소음도 심하고 공기도 안 좋아 답답하다"며 "걸으면서 구경하기에는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는 선원인 박종일씨는 "아침신문을 보고 왔는데 사진에는 널찍해 보였는데 와서 보니 좁아 보인다"며 "땅 위의 섬 같다"고 말했다.

 

경찰, 미 대사관 이유로 집회 제한할 방침

 

광장은 시민의 주머닛돈으로 만들어졌지만 집회는 사실상 불허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광장사용 조례를 만들 때 '공공질서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경우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집시법상 외국의 외교기관 등 100m 이내에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광화문 광장 옆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광장을 정부의 부속물로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 박은경씨는 "시민의 돈으로 만들어 놓고 집회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준선씨도 "집회를 막으려는 것은 시대적인 역주행"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막으려만 하지 말고 넓은 시각에서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격 집회로 인해 광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최종일씨는 "시위는 악용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 광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광장은 2007년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총 비용은 453억4700만 원이 들었다. 김광진씨는 "막대한 시민의 돈이 들어간 만큼 시장의 치적으로만 기록되지 말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광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광화문 광장,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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