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 마음은 참 이기적입니다.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서 하늘 탓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가 많이 와서 하늘을 탓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6일 모내기를 위해 고향에 갔다가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를 못 하고 그냥 왔는데 11일 고향에 가니 어머니께서 이제 비 좀 그만 오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걱정, 많이 와도 걱정입니다. 지난 번에 온 비 때문인지 집 앞에 있는 논에 흙이 밀려와 벼가 흙어 파묻혔습니다.

 

이웃집 논인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진주 아들이 살면서 한 번씩 집에 와서 농사를 짓습니다. 논에 흙이 밀려들어 벼가 파묻힌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로 흙이 밀려들지 않도록 막았지만 도랑에서 세차기 흘러내리는 흙탕물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 논은 해마다 이렇습니다. 그래도 벼농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봄 고추를 심었는데 두 달 여만에 벌써 붉은 물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동생을 타박하지만 동생은 농약을 칠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옛날 어른들은 고추가 조금만 이상해도 약을 쳤습니다. 그 경험이 남아 있어 그런지 동생에게 왜 농약 치라는 타박을 자주합니다. 하지만 타박이 아무리 심해도 동생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냅니다.

 

어머니 말씀을 듣지 않으면 금방 고추에 문제가 있을 것 같지만 붉은 물이 들어가는 고추를 보면 동생 생각이 맞습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책을 통해 배운 지식도 중요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함께 만나 어울리면 더 좋은 먹을거리를 사람들은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김매기에 바쁩니다. 골다공증과 지지난해 다친 허리 때문에 만날 아프다면서 손을 잠시도 놀리지 않습니다. 옛날처럼 큰 일은 하지 못해도 남새밭 풀을 뽑는 일을 합니다.

 

아픈 허리로 익어가는 고추를 따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끔 허리를 펼 수 있을까요?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어머니가 당신 허리는 펴지 못해도 자식들 허리를 펴기 위해서 오늘도 허리를 굽혀 일하고 계십니다.

 

고추 옆에는 도라지꽃이 피었습니다. "도라지 도라지 백 도라지…" 하얀 도라지꽃이 예쁩니다. 도라지를 캐려고 했지만 아직 뿌리가 작아 다음에 캐기로 했습니다. 도라지도 몇 년을 옮겨 심으면 인삼 같은 효능은 없을지라도 나중에 대단한 효능을 냅니다.

 

 

못생긴 사람을 호박꽃에 비유합니다. 정말 호박꽃은 못 생겼을까요? 도라지꽃 옆에 호박꽃이 피었습니다. 보면 큼직합니다. 큼직하고 노란색인데 못 생겼다고 생각하면 못 생긴 것이고,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박꽃도 꽃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는 성격이 급합니다. 옥수수가 영글지도 않았는데 따기에 바쁩니다. 지난 해는 영글지 않은 옥수수를 먹는다고 바빴습니다. 올해도 옥수수 첫 수확은 영글지 않은 것을 먹었습니다. 영글기 전에 제발 따지 말라고 부탁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옥수수 한 상자를 땄는데 잘 영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봄 작은 씨앗을 땅에 심을 때 이 작은 녀석들이 정말 싹을 틔워 열매를 맺을까 생각했지만 여름이 되니 고추는 익어가고, 옥수수도 영글어갑니다. 흙이 밀려들어 벼가 파묻혔지만 살아남은 벼는 올 가을 노랗게 익어갈 것입니다.

 

고추와 옥수수, 도라지가 힘을 내어 싹을 틔워 생명을 이어가고 있듯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이겨내면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힘차게 살아가야 합니다.


태그:#고추, #벼, #도라지꽃, #호박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