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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김상륜씨
 재미 한인 시국선언에 참여한 김상륜씨
ⓒ 이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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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조국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미주한인들' 1518명이 뒷걸음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모았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이 시국선언 과정을 제보한 이는 김상륜씨다.

그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새롭게 세상을, 역사를 배우는 중이다. 혹시나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열정이 식을지 몰라 말을 아끼고 혼자 일기장에만 써두고 싶다는 그가 평범한 사람들의 진심을 알리고자 용기를 내 기자 앞에 앉았다.  

- 시국선언에 어떻게 참여했나.
"5월 23일 미국 시간으로 저녁쯤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던 뉴스가 인터넷에 속보로 올라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한국을 떠난 지 십 년째이고, 평소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도 반대자도 아니었으며,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나에게도 그 충격은 매우 컸다.

한 달 후 비정치적이던 나같은 사람들이 생각도 못했던 시국선언을 하게 된 출발점은 미주한인여성 웹사이트(missyusa.com)의 정치방이다. 그곳에는 노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재조명하는 것과 함께 이후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서 '지금 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지식, 의견이 끊임 없이 펼쳐졌다.

그곳을 출발로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내로 하여금 인터넷을 교과서 삼아 공부하게 했다. 사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에 있었고, 문제의식도 별로 없었다. 그분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고, 그분에 대한 글을 보면서 그분에 대해 알게 되니까 큰 슬픔과 분노가 몰려왔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이제야 알았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그렇게 나 같은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시국선언 의견이 나왔다. 한국에서, 해외에서 시국선언이 많이 있는데, 미국에 있는 평범한 동포들도 그에 동감하고 한국의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것을 고쳐달라고 하고 싶었다.

우리의 시국선언이 그저 또 하나의 '시국선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요구 사항을 들어주리라고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내 이름 석 자 적어서 요구하면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될지는 모르나, 이러한 요구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이유있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는 정부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 마음을 모아 6월 9일 텍사스 타일러에 거주하는 박선영 정만호 부부가 자원하여 구글에 임시 사이트(http://sites.google.com/site/KoreanPeopleInUsa)를 마련하고, 선언문 초안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시국선언 준비가 시작됐다. 그곳에서 선언문 수정, 발표방법, 시기 등을 토론과 투표를 통해서 결정했고, 24일 오전까지 1차로 1518명의 서명을 받아 그분들의 이름과 사는 곳, 코멘트를 함께 발표했다. "

-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만났나.
"5월 23일 이후 지금까지 하루 2~3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일을 하러 가서도 무슨 일이 또 터질까 궁금하고 걱정이 됐다. 집에 오면 인터넷에 파묻혔다. 유튜브에서 노무현 대통령 관련 동영상을 보고 많이 배웠다. 대통령출마 공식선언 연설, 독도와 자주국방에 대한 연설, 6.10 항쟁 20주년 기념 연설, 일본인과의 대화를 보면서 많이 배웠고 눈물이 났다. 그런 사람을 잃었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

유튜브 동영상 한 개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의 진실이 내 맘에 다가와 깨닫게 된다. 아직 노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동영상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입으로 하는 말을 직접 들어봐라. 그걸 보면서 노 대통령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모함과 무시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생각하니 분노가 일었다. 탄핵까지도 받아들인 그 마음이 느껴졌고, 의미 없이 내뱉는 말이 없는 대통령의 참모습을 우리가 보지 못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 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알게 되고, 광주항쟁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우리의 눈과 입이 되었던 조중동, 그렇게 큰 신문사들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는 순진한 생각이 틀렸구나, 어떤 기사라도 왜곡됐거나 과장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 본인 소개를 하자면.
"미국 온 지 10년째, 나이는 만 34세, 텍사스 리차슨에 거주하는 노는 것 좋아하고 여행·쇼핑·드라마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다. 일찍 미국에 와 노 대통령의 죽음 이후의 나를 완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울 때 달래주고,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다. 아버지를 닮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길가다 누가 맞고 있으면 가서 때린 사람 때려줘야 직성이 풀린다.

어려서부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그냥 '부모님'이라고 썼었다. 그러나 이제 존경하는 인물이 생겼다. '노무현'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분 덕분에  역사나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궁금해서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 보고 있다."

- 선언 이후 활동 계획이 있나.
"이번 서명 발표를 1차로 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시국선언 지지 서명을 받아나갈 계획이다. 서명 공간을 구글보다 더 안정적인 시민사회네트워크(http://caan.us/)로 옮겼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서명한 분들이 '서명은 했는데 다음은 뭐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아직 계획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일단은 사람들의 열정을 모으는 것만 확인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도록 자료를 모아놓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한국의 상황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불매운동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삼성이 돈 많이 벌어서 정치인들·검찰에 뒷돈을 대서 나라를 좀먹는 것을 안 이상 소비자로서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뭔가 실행을 하기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계속 논의하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생활 속에 실천을 생각했나.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너무도 많은 생각과 감정이 나를 뒤흔들었다. 내 삶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 나는 정치의 '정'자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정치활동을 안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 여권 가지고 다니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활동의 하나라 볼 수 있고, 떨리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던 기억도 찾아냈다. 어려운 경제 잘 몰라 생각했었지만 물건 사는 것도 경제활동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예를 들자면 나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좋아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도요타 차를 좋아해서 앞으로 차를 바꿀 때에도 이 차를 계속 사리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일단 다음 차는 최소한 도요타의 차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 친일세력이 정리될 때까지는 도요타 차를 사지 말아야겠다. 자유경쟁시대, 시장시대에 과거 얘긴데… 할 수 있지만, 내가 내는 돈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를 후원한다는 걸 안 이상 살 수 없다는 거다." 

- 바라는 게 있다면.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내 생애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통해 믿고 있는 건 지금 이 인터넷 시대에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이 깨어나고 눈을 뜨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우리가 많이 나약해진 것 같지만 또다른 힘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이제 막을 수 없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음 문을 열어 놓는다면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몇 달 새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 주간지 <코넷>의 제휴기사입니다. <코넷>의 인터넷판인 '코넷닷컴'(www.thekonet.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시국선언, #재미 한인, #김상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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