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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구후의 아름다운 전경
▲ 윈난 루구후의 아름다운 전경
ⓒ 아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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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여행 가자!

엉? 무슨 여행?
공정여행!
그게 뭐임?
가보면 알어!
어데로?
중국 윈난성에 있는 리장!
거기가 어딘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이라는 곳!
캬~ 재밌겠다. 근데 엄마 나, 학교가야 되는데?
학교??? 공부가 학교에서만 하는 거니? 길 위에서도 할 수 있지!

이렇게 시작된 딸과 함께 떠나는 첫 여행.

신청을 해놓고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이 올까도 궁금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는 여행에서 오는 피로함도 걱정되기도 했다. 공정여행이란 타이틀로 가는 이 여행이 얼마나 다른 여행들과 다르게 진행할지도 의문스럽기도 했다.

여행 떠나기 전에 있었던 사전여행모임에서 중국 윈난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연을 두 시간 정도 들었다. 짧은 시간이이였지만 여행지에 대한 이런 사전지식은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으리라.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말처럼...

떠나는 날.

인천공항에 모였던 33명의 사람들 얼굴을 둘러보았다. 남녀노소 폭 넓은 연령층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각양각색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얼굴들이였다. 이렇게 처음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새롭게 시도해보는 공정여행 9일의 일정은 시작되었다.

쿤밍은 따뜻하고 청명한 봄 날씨였다.

쿤밍에서는 주로 소수 민족촌과 박물관을 관람하며 윈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연도 듣고 실제 소수민족이 전통복장을 입고 하는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지인들의 설명을 재중동포 두 분의 통역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듣고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북경에서 쿤밍의 노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동수단은 버스였다. 화석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비행기는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쿤밍-대리-리장-루구후-리장-대리-쿤밍. 이렇게 각 도시를 버스로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 비행기에 비하면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소요되는 시간만큼, 아니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장과 루구후 호수간의 버스이동 8시간 가량은 내가 그토록 보길 바라던 차마고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관이었다. 차가 두 대 정도만 오갈 수 있는 굽이굽이 이어진 좁은 길과 솟아 있는 협곡사이를 흐르는 진사강의 모습, 출발했을 때는 봄, 가을 날씨였는데 해발이 높은 곳에 올라가니 어느덧 겨울 설산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 오지의 길을 오가면서 차창 밖으로 보였던 모습은 박물관이나 민족촌에서 보았던 소수민족이 모습이 아닌 소수민족 복장을 한 시골의 여인네들이 밭을 매고 나무를 하는 살아 있는 생생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 버스도 쉬고 사람도 쉬어 갈 때쯤이면, 길 위에서 삶은 감자나 군것질을 파는 사람들도 보인다. 내려서 그들과 잠시라도 말도 건네고 그들이 파는 간식들도 사는 쏠쏠한 재미는 다소 느리게 가는 버스였기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윈난 사람들과 만남

더러 시린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고도가 꽤 높은 곳의 길 위에서 4개월된 아기를 보둠고 앉아서 무언가를 팔고 있는 젊은 여인네의 모습이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여인네와 말은 안 통하지만 눈으로 몸으로 때로는 통역자의 입을 빌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리땁고 앳띤 모습을 한 그 여인네 아이의 손은 차가운 날씨에 꽁꽁 얼어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여인은 고맙다고 선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또 한번은 눈덮힌 설산을 지나가던 중 도로가 좁은 관계로 앞에서 오는 차를 보내고 가야하는 상황인지라 차가 잠시 정체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버스가 잠시 멈춰지자 어디선가 어린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처음에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의 가방 속에는 공부할 때 필요한 책과 공책이 아닌 여행자들에게 팔기 위한 호박씨, 호두 이런 간식거리를 꺼내어서는 팔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일행들은 버스에서 내려 기꺼이 그 아이들이 파는 물건을 사기도 하고, 학용품을 준비한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 어린아이들이 눈이 올 정도로 찬 날씨에 외투도 걸치지 않은 허술한 입성으로 여행객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그 아이들은 또 다른 여행객들에게 팔 물건을 등에 메고 눈덮힌 산길을 뛰어 다니고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온다.

밤에열린 모서족 완회
▲ 루구후 밤에열린 모서족 완회
ⓒ 아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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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 곳에서 받았던 행복한 여행의 답례로 그 곳 현지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것은 앞으로 공정여행팀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또 다른 고민이기도 할 것 같다.

잠자리와 먹을거리도 현지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객잔과 식당을 선택해서 했다. 호텔에 비하면 잠자리가 더러 불편할 때도 있었고 현지 식사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기에 즐겁게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또한 여행에 사용되어 지는 우리의 경비가 현지인들에게 직접 이익을 준다는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도 소수민족과 더욱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윈난중에서도 상당히 오지라 할 수 있는 루구후 호수 옆 마을에서 모서족들과 함께 이틀을 보내면서 모서족들의 모계전통에 대한 설명도 듣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계사회에만 살아온 우리로서는 다소 생경한 모습들이였으나, 사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모계사회 또한 충분히 가능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으로는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합리적인 가족제도라는 생각도 든다.^^)

그 사람들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이상한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이틀을 함께 먹고 자고 술자리도 해서인지 헤어질 때는 마치 오랜 친구들과 헤어지듯이 서로 아쉬워하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사이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정은 통할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난 후 왔던 길을 되돌아 봤다. 9일이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그곳에서 보고 느꼈던 많은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것은 공정여행 기획단계에서부터 여행객들이 많이 가는 곳보다는 가급적 한적한 곳, 되도록 현지인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선정했던 이번 여행 기획자들의 고민과 노력의 덕분이라 생각한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달려가고 싶은 아름다운 자연들...

쿤밍 소수민족촌의 박물관을 둘러 봤을 때의 윈난 소수민족들의 모습들의 신기함과 소수민족의 독특했던 문화와 오래된 전통과 역사에 대해 배웠던 시간.

대리 창산의 따뜻한 봄을 만끽하며 말을 타고 올라가고 도보로 내려왔던 트레킹.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장 고성의 황홀한 야경과 우리가 묵었던 리장 전통 가옥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던 객잔.

리장 나시족 전통 음악을 연주했던 대부분이 80세 가까이 되신 할아버지들의 나시고악공연.

리장 고성의 모습과 많이 닮았지만 리장보다 조금 더 한적하고 조용했던 쑤허마을 모습과 동네 뒷동산 아침산책.

루구후 호수로 가는 최고 해발 3800미터의 굽이진 길을 지나면서 보았던 차창 밖의 차마고도 산들의 풍경.

루구후 호수 근처에 있는 모계사회 제도를 가지고 있는 모서족이 운영하는 객잔에서 모서족 가족들과 함께 했던 연회와 이야기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닮은 모서족 청년들의 노래 소리.

아침 안개속에서 보았던 차가우면서도 신성함을 자아내는 루구후 호수.

외국인들은 전혀 가지 않는다는 정겨웠던 시골 읍내 장터 분위기의 용닝 마을.

눈을 감으면 지금도 달려 가고 싶은 윈난의 모든 아름다운 자연들.

용닝 자메이사에서 글쓴이(오른쪽)가 딸 린이와 둘만의 첫 여행의 흔적을 남기며
▲ 글쓴이 용닝 자메이사에서 글쓴이(오른쪽)가 딸 린이와 둘만의 첫 여행의 흔적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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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마치면서 내 맘속에 담아 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윈난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과 이색적인 문화도 충분히 감동으로 남는 순간들이지만, 그 감동의 순간 순간들이 사람의 얼굴을 마주했던 여행이기에 더 오래 진한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

대리 객잔의 백족인 객잔 여주인과 버스 기사 아저씨의 친절한 얼굴.

모서족 가족의 수장이였던 할머니의 지난했던 삶들을 담고 있는 듯한 얼굴과 우리를 친구처럼 챙겨주었던 모서인 청년의 잘 생긴 얼굴.

가슴 한 구석을 시리게 했던 눈덮힌 산길에서 만난 길 위의 여인과 아이들의 애잔했던 얼굴.

어디를 가도 서툰 중국말로 인사하면 수줍은 미소로 대답해줬던 소수민족들의 소박한 얼굴.

티벳 사찰에서 티벳불교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해주셨던 젊은 스님의 편안한 얼굴.

길잡이를 너무도 성의껏 해주셨던 통역담당 재중동포 두 선생님들의 고마운 얼굴.

그 무엇보다도...
그냥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주변에 널려 있는 세상인데,
자신의 즐거움이 다른 어떤 이에게 고통이 되질 않길 바라고,
자신이 누리는 아름다운 여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행복이 되길 바라는,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 마주보기를 원했던,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을 시도해보았던 33명의 착한 여행자들과 함께 했기에
마음속에 오래 오래 남겨지는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린아~ 공정여행이 뭐냐고?
엄마 생각은...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 그 상상력을 함께 실천해보기!
너는?

* 안타깝고 미안했던 마음 :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았던 오지의 마을도 여행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자본의 물결에 잠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는다. 우리가 여행자로서 그 땅을 딛는 순간부터 이루어지는 그들의 문화가 상업화 되어 가는 모습들은 우리 여행자 모두의 책임이지 않을까? 이것이 여행자로서 가지는 딜레마이다. 공정여행이라 할지라도...

덧붙이는 글 | 이귀정 기자는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1일까지 국제민주연대가 진행한 '윈난 소수민족 문화체험' 1차공정여행 참가자입니다.

2009년 여름 함께 떠나는 공정여행 안내-첫번째 윈난소수민족문화체험, 두번째 내몽고 초원 게르에서 잠들다, 세번째 윈난에서 소금마을까지. 자세한 프로그램은 www.khis.or.kr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태그:#공정여행, #착한여행, #국제민주연대, #윈난,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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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는 2000년 창립이래로 인권과 평화에 기반을 둔 국제연대 사업을 통해 해외한국기업감시 및 민주주의와 인권연대활동,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감시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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