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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콘테스트는 한 세기 가깝게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지속되었고, 최근에는 결혼경쟁이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개인의 인격이나 성격, 만남의 깊이 및 지금까지 인격의 일부로 생각되어 왔던 특징들, 가령 '수다쟁이'라든가 혹은 '성실성'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허리ㆍ가슴ㆍ엉덩이처럼 계량화되어 경쟁원리로 통제된다.

- 사카이 나오키, <일본, 영상, 미국: 공감의 공동체와 제국적 국민주의>

 

얼마전 TV에서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의 차이점을 희화(戱化)해서 비교하는 장면을 본 적 있는데 미스코리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싶다" "미용실 원장님께 감사한다"는 식의 틀에 박힌 대답을 하면서도 한 떨기 난초인양 고답적인 분위기를 풍기려고 애쓰는 데 반해 슈퍼모델은 좀더 적극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잘 알다시피 미스코리아를 비롯해서 전세계적으로 성행하는 각종 미인대회는 여성(또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여성(또는 성)의 상품화보다 더 무서운 계량화(計量化)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원리에 의해 승자와 패자들이 명멸하는 전쟁터에 비유할 수 있다. 개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 당하는데 여기엔 출생(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음), 입시, 취직, 승진, 연애, 결혼 등의 과정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의 삶 자체가 경쟁의 연속인 것이다.

 

이때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학업 성적, 시험 점수, 재산, 나이, 키, 몸무게 등과 같이 계량화된 수치다. 학생들의 능력은 시험 점수로 환산되어 등급이 매겨지고 여성의 아름다움은 신체 사이즈로 계량화되어 우열이 가려진다. 그 결과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이 도태되고 여성의 아름다움은 점점 획일화되어 간다.

 

이처럼 모든 가치와 대상이 계량화된 수치로 표시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사회적 통제는 더욱 용이해진다. 여성의 아름다움이 획일화될수록 화장품, 성형, 옷, 장신구 등의 미용ㆍ패션산업은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하기 쉽고 미인 대회 등을 통해 계량화된 미의 기준은 경쟁심리를 부추긴다. 그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인대회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사카이 나오키, <일본, 영상, 미국: 공감의 공동체와 제국적 국민주의>(그린비, 2008, 최정옥 譯)


일본, 영상, 미국 : 공감의 공동체와 제국적 국민주의

사카이 나오키 지음, 최정옥 옮김, 그린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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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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