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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고교 인터넷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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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평택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학교장이 새로 부임한 후 학교규정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기합과 폭력 등 교사들의 체벌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신임 학교장 부임 이후 "모든 것이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바뀌었다"는 게 기자가 만난 학생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비평준지역인 평택에서 학교 평가 등을 의식한 과열된 명문고 만들기 바람이 학생 인권 침해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 쏟아진 글들

경기도교육청 인터넷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ㄱ고교의 실태' 등의 제목으로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학생들의 글이 80여 편 남짓 올라왔다. 특정 학교 문제로 학생들이 도교육청 게시판에 이처럼 많은 분량의 글을 올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학생들이 도교육청 게시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 학교장의 모욕적인 인권침해 발언 ▲ 일부 교사들의 무자비한 폭행과 욕설 중심의 생활지도 ▲ 두발 등 학교 규정의 강압적 적용 ▲ 일관성 없는 그린마일리지(상·벌점)제 운영 등으로 요약된다.

학생들은 도교육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학교장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훈화하는 자리에서 '내 아들은 이런 쓰레기 학교 안 보냅니다'라고 했다"면서 "무슨 학교 오자마자 (학교를) 쓰레기라고 하느냐, 학생한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말 가려서 해 주세요"라고 학교장 발언을 지적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 역시 이 발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조회를 하면서 그런 발언을 해 모두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장의 주장은 달랐다. 이 학교 교장은 처음 기자와 만났을 때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학생들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며칠 후 전화를 통해 발언 내용의 진위를 다시 확인하자 자신이 한 말은 "문장이 전혀 다르다"며 "이렇게 질서를 안 지키고 (실내화를 안 신고) 신발도 마음대로 신고 다니며 두발 규정도 안 지키고 복장이 불량하면 쓰레기 학교가 된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장은 "그런 말을 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왜 그 이야기를 지금 묻느냐"고 되물었다.

신임 교장이 부임하던 지난 학기초의 교문지도 모습. 적발된 학생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 . 신임 교장이 부임하던 지난 학기초의 교문지도 모습. 적발된 학생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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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장 부임 후 강화된 생활지도 "무서워서 몸이 오그라든다"

강화된 생활지도와 함께 일부 교사들의 심한 폭행과 욕설도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각목으로 학생을 폭행한 교사가 있는가 하면 손으로 귀뺨을 때리고 휴대폰을 사용하다 걸린 학생에게 당구 큐대로 검붉은 멍이 들도록 때린 교사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심한 욕설과 함께 학생들의 머리채를 잡고 교무실에서 끌고 다니며 체벌을 가해 교무실에 있던 다른 교사들이 말리기도 했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한 학생은 도교육청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애들을 개처럼 다루시고… 꼭 여학생 머리를 잡고 흔들면서 교무실에서 창피를 줘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중략)…학교 오기 점점 싫어집니다"라며 일부 교사들의 폭력적 체벌을 지적했다.

학생들은 특히 학생부장 교사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학생부장 선생님을 만나면) 무서워서 몸이 오그라든다"면서 "먼발치에서 발끝만 보여도 숨는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날 아침 수업 중인 시각에도 학생부장 교사는 학생들을 복도에 세워놓고 큰소리로 '지도'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날 아침 수업중인 시각에도 학생부장 교사는 학생들을 복도에 세워놓고 큰 소리로 ‘지도’를 하고 있었다.
▲ . 기자가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날 아침 수업중인 시각에도 학생부장 교사는 학생들을 복도에 세워놓고 큰 소리로 ‘지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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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학생부장 교사는 "학생부 선생님들이 욕을 안 먹으면 학교가 무질서해진다"면서 "올해 교장 선생님이 새로 오시면서 생활 지도에 선생님들이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너무 풀어놓았다가 한꺼번에 하려다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폭풍이 지나가서 아이들도 안정되고 순종적으로 순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부장 교사는 이어 학생들이 강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두발 규제 등 학교 규정 적용은 작년까지 느슨하게 하던 것을 새로 교장선생님이 오면서, 제대로 지도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앞머리는 눈썹, 옆머리는 귀를 덮지 않고 뒷머리는 단정하게 정발한다는 두발 규정과 달리 학교 측이 반삭발에 가까운 머리 길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두발의 모양, 이발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말라'는 도교육청 지침에도 어긋난다.

이로 인해 "수업 시간에 체육관에 가서 검사를 받고, 머리가 긴 학생을 체육관 앞에 데리고 와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온갖 모욕을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1, 2학년을 중심으로 두발 단속을 심하게 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후 바뀐 벌점 기준

체벌의 부작용을 없애고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로 시행 중인 그린마일리지(상 · 벌점) 제도도 논란의 대상이다. 학교장이 새로 오면서 도입돼 올 4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벌점을 주는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점수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나치게 벌점카드가 남발되고 있고 벌점 카드로 겁부터 주고 시작하는 교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벌점이 20점이 넘으면 학교생활규정에 의거, 징계 처리된다.

특히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벌점카드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벌점 항목이 줄어들고 점수도 5점, 3점 등 높은 점수 항목이 1~2점으로 낮게 조정되었다는 것.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던 5월 25일에 벌점을 받은 학생과 25일 이후 벌점을 받은 학생의 벌점카드 뒷면의 내용은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벌점카드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한다. 벌점 항목이 줄어들고 점수도 5점, 3점 등 높은 점수 항목이 1~2점으로 낮게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던 25일에 벌점을 받은 학생과 25일 이후 벌점을 받은 학생의 벌점카드 뒷면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학생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았다.
▲ 벌점카드 뒷면 비교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벌점카드의 내용이 바뀌었다고 한다. 벌점 항목이 줄어들고 점수도 5점, 3점 등 높은 점수 항목이 1~2점으로 낮게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던 25일에 벌점을 받은 학생과 25일 이후 벌점을 받은 학생의 벌점카드 뒷면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학생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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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 항목에서는 학생이 학생을 ‘신고’하도록 하고 2점을 주는 것으로 돼 있어 그린마일리지제도가 학생들간의 통제 · 감시 시스템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 상점카드 상점 항목에서는 학생이 학생을 ‘신고’하도록 하고 2점을 주는 것으로 돼 있어 그린마일리지제도가 학생들간의 통제 · 감시 시스템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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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점 항목에서는 학생이 학생을 '신고'하도록 하고 이 경우 2점을 주는 것으로 돼 있어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학생들간의 통제·감시 시스템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벌점을 상쇄하거나 상점을 받으려면 '흡연 및 절도'를 한 친구나 선·후배를 신고하라고 돼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은 "담배 피우는 학생과 도난 사고 등이 있어 그런 항목이 생겨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친구를 신고해서 상을 받으라는 건 교육적인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4월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악용 사례가 있어 논란과 함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도교육청에서는 지난 3월 중순 내려 보낸 지침을 통해 "용의복장 중심의 학교 규정이 70%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이를 "공동체 함양 중심으로 재정비"할 것과, "학교생활규정에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체벌을 허용하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ㄱ고교는 두발·복장·신발 등 용의복장 중심의 생활지도를 여전히 하고 있고 '학칙'에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도교육청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교육적 조치 없이 장기간 압수·보관을 못 하도록 한 휴대폰 사용 지침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돼 있는 학교생활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임 학교장의 부임 이후 학생들의 집단 항의로 이어진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A교장은 "더 이상 도교육청 게시판에 글이 올라가고 있지 않고,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라며 "학생들이 적응해서 잘 돼가고 있는 중이고 학교 쇄신을 위해 교사·학부모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을까 염려되니 기사를 내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 해당 학교 방문 "어떤 조치 취할지 논의 중"

반면에 학생들은 "도교육청에 글을 올려 봐도 별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지, 학교의 지도방침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과 같은 학교 운영 방식에 순응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은 "명문고가 되려면 학생·교사·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중요시돼야 하는데, 지금은 일방적인 명령으로 학교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우리 처지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취재와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도 "학교 측에서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어 무슨 보복이 있을지 두렵다"며 자신들의 신상을 절대 밝히지 말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학교 교감은 특정 학생을 불러 취재에 응했는지 사실여부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장은 이에 대해 "교감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인권교육센터 '들'의 상임활동가 배경내씨는 "(ㄱ고교 사례가) 감옥이나 수용소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강화되고 있는 학생인권침해의 종합전시장 같다. 교장과 학생부의 권력이 학생을 순종시키는 구조는 매우 위험하다. 학교를 폭력과 감시의 공간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에 따르면 게시판에서 논란이 한창이던 무렵 도교육청에서 해당 학교를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게시판 상황을 알고 있었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위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혀 조만간 도교육청 차원의 조사나 대책 마련이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덧붙이는 글 |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의 신원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태그:#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 #그린마일리지, #체벌,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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