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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어어하! 어거리 넘차, 너화!"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허호!"

 

"이제 가면 언제 오시나, 오마는 날자나 일러주오!"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허호!"

 

요령을 흔들며 구슬픈 목소리로 상여를 이끄는 요령잡이의 선창에 이어 열 명 상두꾼들의 상여소리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여 뒤를 따르는 상주와 자손들은 아이고! 아이고! 곡은 하지 않았지만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예스럽습니다.

 

지난 5월 19일 치른 친구의 모친상 장례행렬은 멀리 전북 정읍에 있는 나지막한 산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한 장례버스가 정읍 장지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 놓은 꽃상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망자의 관을 꽃상여로 옮긴 후 곧 노제를 올렸습니다. 꽃상여 앞에 임시 제단을 만들고 제사 음식들이 차려졌습니다. 상주와 자손들이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의식 절차가 끝나자 망자의 막내아들 친구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40대 후반의 막내아들 친구인 요령잡이가 상여를 이끌었습니다. 상여를 멘 상여꾼들도 모두 같은 친구들이었습니다. 상여는 보통 12명이 메는 것이 상례였지만 이날은 그 숫자가 모자라 10명이 메었습니다.

 

상여의 모양은 가마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길고 큽니다. 상여의 몸체 좌우에는 밀체가 앞뒤로 길게 뻗어 있어서 양쪽 끝에 체막대를 가로로 대고 앞 체막대 좌우로 두 줄씩 끈을 달아 뒤 체막대에 붙잡아 맸습니다.

 

체막대 중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멜 장대를 좌우로 끼워 그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들어가 끈을 어깨에 멥니다. 몸체는 단청으로 여기저기 채색을 하고, 네 귀퉁이에는 기둥을 세워 위에 포장을 쳐 햇빛을 가리고, 상여 뚜껑에는 연꽃으로 장식을 붙였습니다.

 

나지막한 산길 숲속에서 시작한 꽃상여 행렬은 밭둑과 논둑길을 지나 묘지로 향했습니다. 묘지까지 가는 동안 또 한 번의 노제를 지냈습니다. 망자인 친구의 모친은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돌아가셔서 요령잡이와 상두꾼들이 호상이라며 행렬 중간에 장난을 치고 웃기기도 했지만 자손들은 그저 슬픈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여소리가 우리 강원도와는 조금 다른 것 같네."

상주들의 뒤를 따르던 친구들 중에 강원도 태생인 일행이 요령잡이와 상여꾼들의 소리가 고향의 상여행렬에서 듣던 소리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정말 그러네, 우리 충청도 상여소리하고도 조금 다른 것 같아."

이번에는 충청도 부여 출신 친구가 머리를 갸우뚱 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상여소리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여소리는 만가라고도 하는데 오랜 전통을 가진 우리 민속이지요. 그래서 충청도나 전라도, 경상도 등 지방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충청도나 전라도에서도 군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몇 지방의 상여소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개 비슷하지만 소리의 강약과 장단, 고저 또는 동음이나 유음인 운율(韻律)과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령잡이의 앞소리와 상두꾼(상여꾼, 향도군)의 뒷소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널! 어널! 어허이, 어화널!"

"어널! 어널! 어허이, 어화널!"

 

"못가겠네, 못가겠네, 고명당 하직하고 못가겠네"

"어널! 어널! 어허이, 어화널!"

 

"이제 가면 언제 올라나, 언제 올 줄을 모르겠소!"

"어널! 어널! 어허이, 어화널!"

 

"무정허네, 무정허네, 염라대왕이 무정허네!"

"어널! 어널! 어헝이 어화널!"

전남 나주지방의 상여소리는 죽음에 대한 슬픔과 원망을 담고 있습니다.

 

"어화널! 어화널! 어이가리 넘차, 어화널!"

"어호! 어호! 어이가리 넘차, 어호!"

 

"앞동산의 두견새야, 너도 나를 기다리나!"

"어호! 어호! 어이가리 넘차, 어호!"

 

"뒷동산의 접동새야, 너도 나를 기다리나!"

"어호! 어호! 어이가리 넘차, 어호!"

 

"두견 접동아 우지마라, 나도 너를 찾아간다!"

"어호! 어호! 어이가리 넘차, 어호!"

경남 고성지방의 상여소리는 매우 낭만적인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어젯밤에 꿈을 꾸니 실낱같은 이내몸이!"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이내몸에 병이 들어 부르노니 어머닐세!"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부형친구 많아보니 어느 누가 대신 가리!"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무녀판수 데려다가 굿을 한들 소용 있나!"

"어허! 어허하! 어거리 넘차, 너화너!

경기 용인지방 상여소리는 죽음을 맞는 망자의 상태와 마음을 담았습니다.

 

"헤~헤~헤~헤야! 헤~헤~헤~헤~!"

"헤~헤~헤~헤! 헤~헤~헤~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북망산천 돌아를 가네!"

"헤~헤~헤~헤! 헤~헤~헤~헤!"

 

"북망산이 얼마나 멀기에, 한번 가면 못 오시나!"

"헤~헤~헤~헤! 헤~헤~헤~헤!"

 

"이제 가며는 언제나 오시오, 명년 소기 때 다시나 오지!"

"헤~헤~헤~헤! 헤~헤~헤~헤!"

충남 부여지방 상여소리는 조금 늘어지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호 넘차, 어호!"

"오호 넘차,오호!"

 

"여보시오! 군정님네!"

"오호 넘차! 오호!"

 

"나는 가오, 나는 가오!"

"오호, 넘차! 오호!"

 

"우리 인생이 인제가면!"

"오호 넘차! 오호!"

 

"다시 오기 어렵도다!"

"오호 넘차! 오호!"

 

강원도 홍천지방의 상여소리는 짧은 문장으로 이어진 소리가 특징입니다. 그러나 어느 지방의 상여소리나 죽음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을 담은 것은 거의 공통적입니다.

 

요즘은 이런 꽃상여 장례행렬을 보기가 매우 어렵지만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이런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장례행렬은 꽃상여와 함께 대나무 장대에 높이 매단 수많은 만장들이 뒤를 따라 장관이기도 했지요.

 

옛날에는 마을마다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 상여집을 세워놓고, 상여를 보관하여 장례식 때마다 공동으로 사용했습니다. 친구 모친의 장례식에서 사용된 꽃상여도 근처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던 상여를 빌린 것이라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꽃상여, #상여소리, #북망산, #요령잡이, #상두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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