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상에서 숨 한 번 쉬지 못하고 묻었다. 아내는 출혈이 심했다. 미안하다."

 

오늘 오전, 벗이 보내 온 인터넷 문자 메시지입니다. '깨복쟁이' 친구의 출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혀 엉뚱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뭐라 위로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숨을 고르고 전화를 들었습니다.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메일과 문자를 보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쫓아갈까? 친구가.'

 

결혼 15년 만에 쌍둥이 임신한 벗, 벅찬 환희

 

벗은 지난해 "결혼 15년 만에 임신했다"며 감격했었습니다. 그 말 속에 "드디어 내 아이가 생겼다"는 벅찬 환희가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축하했습니다.

 

친구 부부는 임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배란 주기 맞추기, 음식 조절, 시험관 아이 등 사연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임신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40대 중반의 장남으로 후사를 기다리는 부모님께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올해까지만 기다려 보고 아이가 안 생기면 입양을 준비 해야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밤늦게 전화로 낭보를 전해왔습니다.

 

"임신했다."

 

나름대로 아내를 위한 남편의 몸짓과 태교 방법 등에 대해 조언(?) 했습니다. 벗은 통화 말미에 한 마디를 더 던졌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둘씩이나 주시는구나."

 

간절한 기다림이 통했는지, 쌍둥이를 점지해 주셨다는 겁니다. 그랬는데….

 

"세상에서 숨 한 번 쉬지 못하고 묻었다!"

 

 

아이 출산 예정일은 5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런데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아이 낳았어?"

"아니, 아직 때가 아닌가봐."

 

덤덤하게 말했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그들 부부의 마음을 아는지라 전화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오늘에서야 비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벗에게 답신 문자가 왔습니다.

 

"고맙다. 지금 추스르고 있어. 괜찮아질 거야."

 

자식의 죽음을 가슴으로 묻은 벗. 그들 부부에게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어째,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벗이 던진 메시지가 떠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숨 한 번 쉬지 못하고 묻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임신, #핏덩이를 묻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