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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은 재임 기간중 IT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 자신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적 있을 정도로 IT에 관심이 많았던 노 전대통령은 국내 IT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네티즌들과의 쌍방향 직접 소통을 통해 최고위 대통령과 서민들의 수평적 연대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날 노 전대통령과 네티즌을 매개하던 인터넷의 바닷속엔 그를 추억하고 환기하는 기념물들이 가득하다. 각종 동영상과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서거 후 뒤늦게 터져나오는 가슴 따뜻한 미담과 후일담 들이 인터넷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처럼 서민적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이미지가 서민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누구보다 서민의 애환을 잘 아는 서민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인터넷의 바다에 잠들었다.

 

기억과 상징

 

앙드레 르루아 구랑은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이후 사회적 기억의 장치를 만드는 것이 인류 발전의 모든 문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무릇 영웅이란 죽고 나서 한층 더 길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며, 그런 사후 인생이 펼쳐지는 무대는 바로 후세인들의 변화무쌍한 기억이다." 란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노무현 전대통령을 추억하고 기념하는 인터넷 공간은 구랑이 말한 "사회적 기억의 장치"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기억이 지속성을 갖는 한 그 기억은 언제든지 권력으로 환원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노 전대통령의 부활을 예비하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단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대한민국을 뒤덮은 뜨거운 추모 열기는 "기억의 확산"과 "집단 기억"이란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추모 행렬이 늘어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고 그렇게 확산된 기억은 다시 집단 기억의 형태로 수납된다.

 

이는 노 전대통령의 죽음이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예컨대 역풍이니 재역풍 같은)로 추산할 수 없는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 만약 기억이 단순히 시간과의 싸움이라면 최후의 승자는 시간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억이 하나의 상징으로 수렴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징을 통해 기억은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노 전대통령의 죽음이 바로 그렇다. 그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결코 시간에 마모되지 않는 단단한 상징으로 우리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생전의 그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기억만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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