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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두 차례에 걸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송전선로를 변경해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한전은 두 차례에 걸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송전선로를 변경해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 총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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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경기도 용인시 양지마을이 1년이 넘도록 시끄럽다. 마을과 인근 총신대 양지캠퍼스를 지나는 송전탑 선로를 둘러싸고 한전측과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에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송전탑 선로의 원안이 변경된 것을 "불법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고 변경된 선로를 원안대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불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있다. 송전탑 선로가 천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것이 주민들과 총신대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의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이유는?

한전은 2007년 6월과 2008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송전선로를 변경했다. 1차 변경은 41기∼43기에서, 2차 변경은 39기∼40기에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양지마을과 총신대 양지캠퍼스가 송전선로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렇게 송전선로가 변경된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천 회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천 회장은 2005년 8월 신안성-신가편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승인받기 전에 '송전선로 변경' 민원을 제기했고, 이로부터 1년 10개월 뒤인 2007년 6월 송전선로 변경을 얻어냈다. 

총신대 송전탑 비상대책위 허경 목사는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천 회장은 송전탑 건설사업이 승인받기 한 달 전에 송전선로 변경 신청을 했다"며 "이는 권력과 연관있는 특정 지주에게 특혜를 베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에서 원래 계획하고 있던 원안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천 회장과 두 아들 등이 공동소유한 양지리 12만여 평의 땅을 가로지르게 된다. 이럴 경우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천 회장이 민원을 제기해 설계가 변경됐고, 송전선로는 천 회장의 땅을 우회하게 됐다. 

허 목사는 "송전선로를 변경해 천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땅의 3분의 2 이상을 활용하게 해주었다"며 "한전이 천 회장 땅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송전선로를 변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차례의 송전선로 변경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천 회장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천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이면서 이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최측근이다. 그래서 "송전탑 설계 변경은 권력형 특혜"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허 목사는 "노무현 정권과 가까웠던 금호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아시아나CC에 밀려서 송전선로가 천 회장 땅으로 밀린 데 이어 천 회장 땅 때문에 송전선로가 학교와 마을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 목사는 "천 회장은 어떤 정권이든 줄을 대고 이익을 얻는 사업가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 때라고 하더라도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줄을 댔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설계 변경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를 이명박 정부의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허 목사는 "천 회장과 현 정권의 관계 때문에 총신대의 호소가 (정권에) 압력이 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허 목사는 기자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여동생에게도 호소했지만 외면을 당했다는 것이다.

허 목사는 "우리는 권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지 않았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작년에 이 대통령의 여동생을 학교로 초청했다"며 "여동생이 이 대통령에게 송전탑 얘기를 꺼내자 이 대통령이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허 목사는 "최근 천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몰리니까 정권 특혜로 번질까봐 청와대가 신중하게 생각할 수는 있어 기대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개입해서 한전의 불법 등을 시정하라고 하면 상황이 전향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허 목사는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천 회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공정하게 조사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정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총신대측은 지난주 6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송전탑 설계 변경 의혹'을 감사하기 위한 국민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상태다.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천신일 회장(자료 사진).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천신일 회장(자료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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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허경, #송전탑 비상대책위, #총신대, #천신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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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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