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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떤 놀이든 열중한다. 모래성쌓기도 그 중 하나다.
▲ 놀이에 열심인 아이들 아이들은 어떤 놀이든 열중한다. 모래성쌓기도 그 중 하나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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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일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설문에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 '아기를 목욕시키는 엄마'가 가장 행복한 것 나타났다고 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하잘 것 없는 모래성 쌓기가 세상 모든 행복의 준거가 되고 있는 셈이다.

모래성쌓기에 흠뻑 빠져 있는 아이들, 갓 태어난 아기를 목욕시키는 엄마는 그저 행복하다. 왜냐? 아무런 욕심없이 자기 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그렇게 소소한 것들에서 오롯이 묻어난다.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까

아이들은 대개 체육수업을 좋아한다. 딱딱한 교과서와 만나는 것보다 방방 살아오르는 바깥수업이 더 좋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교과서 수업을 펼치려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주저한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제각각 하고 싶은 게 다 다르다.

"선생님, 이번 시간에는 축구해요."
"아니요, 피구해요. 우리 반은 아직 한번도 안 했단 말예요."
"줄넘기해요, 이번 주 우리 반 차례는 이단연속 뛰기예요."

체육시간을 이용해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
▲ 모래성 체육시간을 이용해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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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간을 이용해서 모래성 샇기에 열심인 아이들
▲ 모래성쌓기 체육시간을 이용해서 모래성 샇기에 열심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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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거세다. 그들은 짱짱 내리쬐는 뙤약볕이 싫단다. 그래서 뭐할 거냐고 물었더니 대뜸 한 아이가 모래성쌓기를 하잖다. 모래성 쌓기,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에나 해봤을 놀이다.

"모래성 쌓기? 그 좋겠구나. 오늘같이 무더운 날엔 그게 제격이겠다."
"미끄럼틀 있는 데로 가면 모래가 많아요."
"그래, 그게 좋겠다.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도 있으니, 그리로 가자."

요즘은 누구나 흙 밟는 일이 드물다. 다닥다닥 붙은 집은 물론 시멘트 아스팔트다. 건강생활을 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서너 시간쯤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생체리듬에 필요한 지자기를 확보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단지 편리하다는 것 하나로 자연과 친교할 수 있는 여력을 잃고 사는 것이다.

운동장 모래밭으로 갔다. 아이들은 연방 손으로 모래를 훑어 모은다. 잠시 동안 고만고만 한 모래톱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있어 모래성 쌓기는 신명나는 놀이다. 그 어떤 놀잇감이 부럽지 않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도 옷가지가 조금 더렵혀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도톰한 손놀림이 연방 바쁘다.

"우리 모둠은 토끼가족을 만들고 있어요."
"부곡 하와이랜드예요. 이제 바이킹만 만들면 돼요."
"우리는 거북이를 만들고 있어요. 큰바다를 휘젖고 다니는 대왕거북이예요."
"우리 모둠은요. 대도시 지하철과 고가도로를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놀이에 심취해 있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만큼 아이들과 놀이는 떨레야 뗄 수 없는 작업이다. 동물을 만들어도 사나운 짐승보다는 토끼나 고양이같이 양순한 동물은 좋아한다. 또한 놀이공원에 갔던 신나는 일상을 곧잘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 아이들이 도시생활을 동경하고 있음이 모래성 쌓기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좋아할까
▲ 모래성쌓기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좋아할까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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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모든 놀이는 신명난다. 특히 모래성쌓기는 누구나 좋아한다.
▲ 모래성쌓기 아이들에게 모든 놀이는 신명난다. 특히 모래성쌓기는 누구나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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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기법의 하나로 모래놀이치료가 있다. 이 모래상자 치료법은 아동의 내면세계에 접근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언어 사용 이전의 아동들에게는 모래상자라는 안정적 공간을 제공하여, 상징적이고 적극적인 환상작업이다. 모래상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 창조적, 치료적 행위를 세세하게 격려함으로써  아동은 스스로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존재감을 느끼며 치료자와 심리적 모자관계를 갖도록 도와준다.

모래놀이치료는 아동의 내면세계에 접근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

부모 자녀 관계의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 학교 가는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고 열이 나며 구토가 나는 아동, 애착의 문제가 있는 경우, 심한 반항과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불안이 높거나 위축이 되어 있는 경우, 겁이 많고 자신감이 없는 경우, 자기 의사표현이 부족한 경우,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경우, 부모나 형제, 친구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 컴퓨터나 게임에 빠져 있는 경우, 지능에 비해 성적이 부진한 경우, 기타 사회, 또래, 학교에서의 적응이 어려운 경우 등등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 경우 아동상담은 조기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위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있다면, 놀이치료 또는 학습, 미술, 부모자녀관계치료 및 사회성증진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이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들을 긍정적인 재경험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

모래성쌓기 놀이 하나로 터널을 만들고 있는 아이
▲ 터널만들기 모래성쌓기 놀이 하나로 터널을 만들고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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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쌓기놀이를 마친 부곡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 부곡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모래성 쌓기놀이를 마친 부곡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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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래성쌓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 또래들과 협응해서 놀이에 적극성을 갖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괜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토라져서 제 혼자만의 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집단 내에서 스스로 국외자를 자처하며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이다. 흔히 학교 체육이라면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신체놀림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겠지만, 한번쯤은 아이들의 심리상태와 문제행동을 유발하는 양태를 지켜볼 수 있는 모래성쌓기도 권장할 만하다.

근데 우리 학교 경우 크게 걱정하거나 문제 삼을 만한 문제유형이 도드라진 아이는 없었다. 다행스럽다. 농촌에 살아 자연과 친화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기 때문이리라. 자연이 주는 가장 소중한 혜택은 무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래성쌓기, #놀이치료, #상담치료, #문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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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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