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어이 없는 가르마를 가진 헤어스타일과 벙찌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우리들을 사로잡았던 안톤 쉬거를 기억하는가?

 

 하비에르 바르뎀을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매력적인 인물로 창조해냈던 코엔형제!  재간둥이 코엔형제가 또 한번 사고를 쳤다. 이번엔 아주 무더기로 말이다.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존 말코비치,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먼드. 진부한 멘트이긴 해도  정말 초호화 캐스팅이다.

 

 코엔형제는 그들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인물 하나하나에 개성 넘치게 부여했다. 언제나 가장 섹시한 배우로 뽑히는 조지 클루니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배가 나온 바람둥이로(수염은 그를 흡사 아랍인처럼 보이게 한다!), 얼마 전 개봉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비롯해 다른 영화들 속의 진지하고 남자다운 모습의 피트는 그저 수다스럽고 촐싹대는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분한다.

 

 이 두 사람만 봐도 과연 저들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 알콜 중독에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는 전직 CIA요원 존 말코비치를 비롯해 성형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인 린다역의 프란시스 맥도먼드까지 정말 가관이다. 그나마 보기만 해도 차갑고 불륜을 저지르는 케이티 역의 틸타 스윈튼이 무난해보인다.

 

 이런 이들이 얽혔으니 분명 순탄치는 않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이 정도로 꼬일 수 있을까?

 

 코엔형제는 이 독특한 캐릭터들을 한 곳으로 집합시키고 그 안에서 교묘하게 서로가 관계를 맺도록 한다. 또한 그 관계들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계속된 소통의 단절과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이러한 구성은 최적의 시나리오 모델로서 코엔형제의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준다.

 

 CIA요원이라는 직업이라든가 불륜이라는 작은 소재들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던 것들이지만, 이것들은 그 직업을 가진 인물의 캐릭터를 더욱 히스테리적으로 보이게 한다든지(오스본 콕스의 경우)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더욱 비정상적이고 복잡하게 만들어 그 원인이 대체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영화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 마저 혼란스럽게 한다.(엔딩시퀀스에서 CIA상관 J.K시몬스의 대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 모든 꼬임의 실체는 개인의 작은 욕망(자신에게는 무엇보다 큰 욕망일 테지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자신에게 빌붙을 것을 걱정하며,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하려는 美(피상적 의미의 미)의 추구로부터, 돈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고(말은 그럴듯 한데 상황은 정말 코믹하다) 등등. 이러한 개인의 욕망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모이다보니 제 멋대로이고 융합이 안돼고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고가 터질 수밖에...

 

 코엔형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블랙유머로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풀어낸다. 다소 과해보이는 엽기적인 행각들이나 시츄에이션들 모두가 어쩌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내가 느꼈던 감정일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표출되었으나 현실에선 우리가 꼭꼭 숨겨온 감정들 말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웃어 넘기며 대수롭지 않게 극장을 나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린 그 감정들을 쉬이 표출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상황처럼 얽히지 않으려면 술 좀 줄이고, 내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남 일에 과하게 참견하지 말 것이며, 내 가정에 충실할 것! 그러면 최소한 옷장 속에서 머리에 총이 박혀 죽거나 도끼에 찍혀 죽거나, 겨우 목숨은 건지되 코마상태에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전적으로 영화에 입각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상황과는 달리 엔딩은 굉장히 Simple하고 Cool하다. 죽음에 대한 논의도 So Cool, 사건의 마무리도 So Cool. 우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세심하게 다루어야할 부분들을 지나쳐버리고 엉뚱한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시도때도 없이 쿨한 것을 찾는 요즘의 트렌드 때문일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것을 알려면 우리는 서로 끊임없이 소통해야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cyworld.com/whdkwhdk119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09.03.30 09:4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cyworld.com/whdkwhdk119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번 애프터 리딩 코엔형제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존 말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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